"공산당도 저렇게 숙청하진 않을 거다."

제약협회가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마치던 이달 초 제약업계 관계자가 이사장단 선임을 마무리됐다는 기자의 정보제공에 푸념식으로 던진 한마디였습니다.

그의 말의 요점은 이렇습니다. 안국약품 어준선 회장이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을 막지 못해 사퇴하고 그 자리를 대신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장대리업무를 맡게됐던 윤석근 일성신약 사장이 차기 제약협회 수장인 새로운 이경호 회장을 영입하는데도 공을 세웠으나 '윗분'들의 심기를 건드려 '토사구팽'당했다는 겁니다.

제약업계 '영맨(young man)'으로 신선한 파장을 일으킨 것까진 좋았지만 이사장 선임과 관련해 류덕희 회장과 경선을 치르고, 녹십자 허재회 사장의 부회장 선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그의 행보가 윗분들의 시선에는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는 게 주요내용이었습니다.

누구나 맡기 싫어하던 자리에 앉혀서 일을 시켜보니 잘 하긴 하는데, 사사건건 어른의 말에 대꾸를 하는 모습이 영 석연찮았다는 이야깁니다.

새로운 '미스터 쓴소리'의 등장은 제약업계에 꼭 필요한 존재인데도 '관행대로' 집부 구성을 마쳤다는 비판의 소리였습니다.

최근에는 분과위원회 위원 명단에서도 윤석근 회장이 빠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이 관계자는 "요즘 공산당도 저렇게 숙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혀를 찼습니다.

이런 비판이 제약협회 문턱까지 닿았던 모양입니다. 15일 제약협회는 의외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윤석근 사장(전 제약협회 회장 직무대행)을 중소제약사들의 대표격인 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에 포함시켰다는 것입니다.

이사장단 명단에서도 제외됐던 윤석근 사장을 '팽'하기에는 여론의 비판이 너무 셌던 모양입니다. 윤석근 사장의 특위 자리에 대해 언론에서 일부 비판 기사가 나가자 제약협회는 또 다시 진화에 나섰습니다.

기사를 내려달라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평화적인 모습만 비춰도 모자랄 판에 곪아터진 속사정을 드러내는 기사가 다시금 '윗분들'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입니다.

모양새를 좋게 하자는 제약협회 취지는 알겠지만 제대로된 모양새는 안에서부터 먼저 고쳐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옛말에 '안에서 새는 바가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약협회가 비판에 눈뜨고 관행을 깨며 스스로 발전하기 전까지 새던 바가지는 그대로 남을 듯 합니다. 이제 새는 바가지 좀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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