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약가정책' 제약사 규모 관계없이 파장

약가인하 정책과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빼든 보건당국의 칼끝이 매섭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듯 복지부는 새로운 약가제도 정책으로 평균실거래가제도 도입, 저가구매인센티브, 기등재약 일괄인하와 특허만료 오리지널ㆍ제네릭 약가 산정 하향 조정 등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이 제도들이 도입될 경우 상위사들의 매출 감소와 중소제약사의 구조조정은 불가피 해질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퍼스트제네릭 보유 비율이 높은 상위사들은 저가구매인센티브까지 적용될 경우 저가 의약품에 밀려 매출 타격은 심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래저래 이번 약가정책은 제약사 전반에 퇴보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협회가 28일 공개한 외부용역보고서 내용에도 이런 위기감은 기정사실화돼 있다. 약가제도가 현재 논의되고 있는대로 시행될 경우 약가인하 비율이 최소 23%에서 최대 34%까지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

제약협회는 정부의 약가인하정책을 수정해 제약업계가 자진인하하는 방식으로 갈 경우 현재보다는 낮은 수준의 약가인하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이지만 문 부회장의 말대로 정부와 협회간 "입장차이만 확인할" 경우 위와 같은 수준의 약가인하는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 약가인하정책의 업계 피해 추산액은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초긴장 상태에 놓여있다.

그러면 제약사들은 새로운 약가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파를 어떻게 막아야 할까?

현재로선 뾰족한 수 없이 정부 정책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

이번 약가정책과 관련 제약업계 관계자는 "힘겹게 지금에 자리에 오른 제약사들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약가인하와 지원사업을 함께 펴겠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어디에도 보호장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관계자는 "신약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기 위한 자금 마련의 기회를 정부가 앗아가겠다는 말 밖에 안된다"며 "적어도 업계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나 단계적 정책 도입 등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게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제약들도 새로운 약가인하정책의 여파는 거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cGMP 공장 건설, 신약 프로젝트 구성 등에 투자했던 자금비용 부담에서 벗어날 여유없이 제네릭 약가인하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 것.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근절법으로 손을 묶어놓고 기등재약 약가인하로 또한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약가인하정책을 내놔 눈앞이 캄캄한 상태"라며 "현재 우리와 같은 처지의 (중소제약사)회사들은 추이를 지켜볼 뿐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런 제약업계의 반응에 맹호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기술과장은 "일본도 관련 제도를 통해 약가인하 절감 효과를 누렸고 리베이트가 줄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도 일류 제약기업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금의 제도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맹 과장은 이어 "미국의 경쟁력과 R&D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한다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제약산업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런 보건당국의 태도에 제약협회는 관과의 대화 채널을 열고 제약산업 발전으로 인한 연구개발 투자비 상승, 해외시장 진출의 다각화 등을 내세워 정부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정부 정책에 대해 뚜렷한 입장변화 없이 제약산업을 퇴보시키는 제도의 도입을 우려하며 보건당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우려했던 대로 제도가 시행될 경우 상위제약사들은 매출 하락에 따른 연구개발비 축소, 신약개발 연구 중단 등의 선택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다품목으로 영업을 이어가던 대다수의 중소제약사들은 저가구매인센티브 등의 정책으로 인한 약가손실 분을 채우지 못하고 대기업 혹은 국내 현지화 공략을 추진 중인 다국적 제약의 현지 법인이 되거나 폐사 수순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분야나 특수질환치료제, 일반약시장 영역에서 다수 품목을 보유한 중소제약사들은 특화영역을 살려 체면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현상유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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