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 거점병원 그리고?…마땅한 해법 아직 못찾아

대형병원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최고조에 달한 요즘,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과 지역 및 의료기관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보건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및 의료계에서는 무엇 하나 결정된 것 없이 오래전부터 1-2-3차 의료기관들의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만 무성하다. 설상가상 무너질 대로 무너져버린 현 체계는 이미 회복불능이라는 의견이 더 지배적이다. 현행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당면과제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중소병원들은 대형병원과 의원으로 이원화 되는 사회적 현상 속에서 속수무책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도 중소병원이 환경변화에 의해서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중소병원들이 20~30년 전에는 지역사회 병원으로서 역할을 다했는데 이제 그 역할을 대학병원들에 다 내주면서 존재의 의미가 별로 없어져 버렸다고 평가했다. 

중소병원이 ‘잘했다, 못했다’ 문제가 아니라 시대적 역할을 다한 것으로, 우리가 원해서 된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시장조건에 의해 변화했기 때문에 이 상황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소명을 다했으면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 순리이나 그대로 둘 수만 없는 이유는 국내 중소병원 수가 1900개정도 된다는 데 있다.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는 “소위 역할이 모호해서 현 상태로는 존재하기 힘들다”면서 “없어져도 되느냐 아니면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남는 게 맞다면 어떻게 있어야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중소병원은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경우 새로운 형태로 살아남는 게 의미가 있다면 정책을 그쪽으로 가야한다”면서 “민간병원이지만 정부가 도움(지원)을 줘야 중소병원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성 차원에서 정부가 중소병원들을 지역거점 병원 지정해서 정부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이를 위해 공공의료 법률에 지역거점병원에 대한 조항을 만들고, 지역거점병원을 정의하는 것을 선행하는 등 정부가 융통성을 보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6대 광역이 아닌 시군구지역에서 100병상의 중소병원들이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하고 있으면 주민의 필요성, 사회적 유익성을 위해 그대로 살려야 한다면서 이때 정부가 지역주민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병원들이 시설과 인력을 갖출 수 있는 여력을 뒷받침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경영이 심화돼서 중소병원을 민영화하거나 자본 투자문제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6대 도시에 있는 중소병원들은 존재의 의미가 없어 시장기능에 의해서 죽을 것이라면서 이들 병원은 관절, 내과, 대장, 흉부외과 등으로 특화시켜서 전문병원으로 가면 된다고 언급했다. 환자들이 어디를 선택할 지는 두고 보면 안다고 덧붙였다. 즉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기능에 맡기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 청량리에 위치한 250병상 정도 규모의 모 병원은 정형외과 수술에만 올인 한다. 근처 대학병원과 경쟁하는 구도에 놓여있는 이 병원의 경우 경쟁력이 조금도 뒤지지 않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도 "전문병원화가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될 것"이라면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명확한 정책적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중소병원을 전문병원을 전문병원화 했을 때 서비스 질이나 운영의 효율성을 담보할 것인지, 전문병원들이 전체 의료시스템 전달체계 내에서 활성화 됐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문병원이 활성화 되면 거꾸로 전문병원 되지 못한 다수의 중소병원들의 몰락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적어도 전체의 10~20% 정도는 전문병원으로 그 나머지의 일부는 또 거점병원으로 살아남을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논의를 펼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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