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민주화,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도 기준도, 기강도, 원칙도 없다. 온통 혼란뿐이다. 정치도, 경제도, 교육도 제대로 되는 일이 없고 어수선 하기만 하다. 그런 상황에서 국민 역시 이 나라를 위해 더 나은 국민이 되기를 애써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굳이 이런 나라에 누구 좋으라고 목숨까지 바쳐 가며 충성을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한마디로 잘못된 정치꾼, 교육자들로 인해 국가관마저 희박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충일은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지만 조용하기만 하다. 현충일은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몸 바친 호국영령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넋을 위무하는 날이다.

이 날을 굳이 국가에서 만든 것은 나라와 국민이 서로 사랑하고 전쟁의 결과가 얼마나 무섭고 비극적인 것인지를 살아남은 우리들이 깨닫게 하는 날이다. 한편으! 로는 분단의 아픔과 이산가족의 상처를 기억하고 저들의 만행을 용서하되 잊지는 말아야 할 그런 날이다. 그래서 국민 스스로가 내 조국을 지켜야 할 가치를 재인식하고 조국 수호를 다짐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 날임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노 전 대통령의 자살 관련 보도는 지상파 방송 3사가 연일 경쟁적으로 특집 형식으로 보도하며 의인을 만들던 열기에 비하면 너무 조용하고 쓸쓸하다. 조기 게양한 관공서도 손꼽을 정도다. 가무가 금지되어 있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축제분위기다. 의식의 변화로 현충일이 희석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생각할수록 슬픈 생각이 든다.

그릇된 정치와 교육으로 인해 조국에 대한 국민의 의지와 가치가 언제부터인가 희석되고 있으며 좌. 우로 갈라진 이념의 대립으로 나라와 국민 간에 사이가 금이 가고 있다. 다시 말해 이런 나라에서 과연 죽기까지 세금을 내며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고민에 빠진 백성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공허한 정치공방, 현 정권을 규탄 할 상황이 아니다.

지난 해 금강산 관광객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고 불법으로 우리 국민을 억류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그 흔한 촛불시위 한 번 하지도 않고 침묵하면서도 오직 현 정권에 대 해서만 질타하는 정당, 사회단체, 교수들. 민주주의 후퇴를 내세우며 시위나 하고 시국선언 하는 저들이 안타깝다.

결국 이렇게 시위도 하고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며 자기들의 주장을 할 수 있는 것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영령들의 덕분이 아니겠는가. 안타까운 것은 일부 이념교사들과 잘못된 정치인들로 인해 역사도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이순신 장군은 아는데 어느 때, 사람인지 왜 유명해졌는지를 모른다. 개성의 선죽교도 모르고 있다.

현충일과 북한의 남침으로 발생한 6.25 전쟁은 모른다. 5.18광주사태와 동두천 여중생 사망 사건은 아는데 서해교전으로 우리 군인들 6명이 전사한 것은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다. 수입 쇠고기를 파는 미국 놈은 나쁜 놈들이고 북한은 우리의 동족이란다. 설마 동족인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식이다. 대한민국은 올해로 건국 60주년을 맞이했다. 독재와 군사정권의 암울한 시기를 거치면서 민주주의 발전도 이뤄냈

IT 강국에다 스포츠도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정도가 되었다. 어찌하다 등 따시고 배가 부른 젊은 세대들의 이념대립이 심화되면서 그들을 지적하는 구세대 사람들을 보수파라 부르며 배척하는 불운의 나라가 되어버렸다. 분단국가. 세계유일에 휴전국인 우리가 북한이 동포이전에 적이란 개념을 잊고 있다.

오죽하면 386운동권 세대에겐 신화 같은 존재인 페르난도 카르도주 전 브라질 대통령도 한국의 집권 세력이 이념 과잉 경직된 도그마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정도였을까. 북한이 지난 달 25일 핵실험을 한데 이어 최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서해안 진지에 포탄 비축을 늘리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고 있는 이때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빌미로 야당과 지식인들이 현 정권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

노 전 대통령의 국상(國喪)중 조전(弔電)을 보낸바 있는 북한이 노 전 대통령의 자살과 관련, 북한 관영중앙통신을 통해 미국과 친미 보수 세력의 탓이라며 남한 내 보수 세력에 비난을 퍼부었다. 또 대북 송금 특검과 관련,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을 압박 두 정부 간 계승성을 끊어 놓고 연북통일 세력으로부터 고립되게 했다는 억지논리를 폈다.

이런 북한이 최근 미국 여기자 두 명에게 간첩죄가 아닌 ‘조선 민족적 대죄’를 적용했다. 이유는 북한이 반역자라고 단정 지은 탈북자를 도와준 것이 북한 체제에 위해를 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행위를 보면 일부 야당이나 사회단체. 지식인들과 학생들의 의사표현과 과격한 행동이 자칫 국가 안정을 헤치고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으며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공정한 사법기구, 독립적인 언론 방송, 학문을 고수하는 학자들이 많을수록 민주주의가 버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후퇴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다중의 힘에 의지하려는 포플리즘적 행동을 하고 있다.

소속 판사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기자들이 띠를 두르고 법 집행관과 몸싸움을 벌리지 않나 대학교수들이 학문의 터전을 벗어나 정치적 목적으로 성명을 발표하지를 않나, 심지어는 국회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전경들과 몸싸움 하려고 날뛰지를 않나, 이 나라가 지금 불안하고 국민들이 안절부절 하는 것은 현 정권의 무능도 한 몫을 하고 있지만 이 처럼 제도를 움직이려는 사람들이 정권

지나치게 강한 의견을 갖는 건 진정한 민주주의적 태도가 아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자신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타자와 교류하고 의사소통하며 서로 다른 이익을 놓고 타협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성숙한 민주주의는 독선적인 주장이 아니라 개방적인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법을 어기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번 사안을 보면서 지식인들이 얼마나 쉽게 선동에 휘말리는지 느낄 수가 있었다. 특히 민족의 생존이 걸려있는 안보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데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야당 의원 중 상당수가 거리로 나가는 것을 꺼리면서도 나중에 책임론을 의식하며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또 선동에 휩쓸려 동참하면서도 이 대열에서 빠지면 지식인 측에 끼지 못할까 하는 고민하며 참여하는 한심한 지식인들도 있다. 또 한나라당 혼자 개원하면 등원 안하겠다는 정당도 있다. 웃기는 아니 울어버리고 싶은 세상이다. 국가가 존재해야 자유가 있고 민주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식 번제(燔祭)의 전통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 같다. 10년간 맛본 권력의 힘을 빼앗긴 야당이 증오심으로 국회마저 마비시키고 있다. 미국 철수 후 바로 공산화 된 월남과 캄보디아가 생각난다. 그 때도 지금처럼 정치인과 지식인. 학생들이 반정부투쟁을 하며 공익과 국익을 생각하지 않았다. 모두에게 묻고 싶다.

보훈의 달을 맞이하면서 임진각 넓은 광장 에서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북한을 향해 규탄대회를 할 의향은 없는지? 또 국회법 제5조2항(매 짝수 월에 임시국회 개최)을 어긴 야당의원들의 세비를 무노동 무임금 차원에서 환수하고 국회해체를 강력히 주장 할 의사는 없으신지?그리고 대국민 홍보차원에서 반공영화나 드라마를 제작 방영 할 의사는 없는지?

바라 건데 북한의 군사위협의 위기 속에서 공익과 국익을 먼저 생각하고 하나가 되는 국민이 되자. 그리고 오래 전 이 땅에 피를 흘린 호국영령들이 있어 지금 내가 시위도 할 수 있는 조국이 있다는 것을 감사하는 우리가 되자. 그들이 흘린 피로 지킨 반공국가인 이 나라를 우리가 지켜야한다. 우리 가슴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현충일이 아쉽기 만하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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