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스틴은 그의 고백록에서 어린 시절 혼자였으면 ‘배서리’ 를 감히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죄의 공모자들로서의 친구들이 있었기에 동조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그래서 더불어 죄를 지면서도 심리적으로 위안을 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인류의 최초인간인 아담도 ‘선악과’를 하와 와 함께 따 먹은 공범이면서도 최초의 밀고자가 됐다. 요셉을 미디아 상인에게 노예로 판 이들도 결국 열 명의 형제들이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아 처형 한 것도 본디오 빌라도를 비롯한 바리새인, 서기관, 대제사장 등 유대 지도자들이 공모해서 저지른 작품이다. 정당한 재판보다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재판이다.

그곳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그저 대세의 흐름에 따라 이루어질 뿐이다. 사람들은 왜 함께 죄를 지으려고 하는 가. 아마 그렇게 되면 죄가 가벼워지는 것으로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쩜 혼자 죄를 지을 때보다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훨씬 덜 예민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린 시절 누구든지 선생님께 불려나와 손을 들고 벌을 선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혼자만 불려나와 무릎을 끓고 두 손을 들고 있으면 무척이나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질 정도가 된다. 그러나 많은 친구들이 함께 벌을 서게 되면 부끄러움도, 두려움도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에 대한 가책도 무뎌지고 나중에는 묘한 감정에서 오히려 영웅심 마져 들 때가 있다. 내가 짓는 죄악에 합류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내 마음이 편해지고 급기야는 죄가 죄 인줄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을 치룬 후 많은 사회단체와 학계, 야당들이 기회를 만난 듯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며 대통령의 대국민 공개사과와 함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그리고 해당부서의 수사관 파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 또 여당의 경우 하나가 되어도 시원치 않을 시기에 친이, 친박으로 갈라져 분열하는 현상도 보기에 안 좋다. 이를 보면서 세월이 지나면 실리에 따라

자책과 부끄러움을 먼저 갖고 자숙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결과만 놓고 인사차 들린 여당 총무에게 악담을 하며 비난하는 것은 올바른 정치인이 아니다. 누가 통치자를 통치 할 것인가 ? 2000년전 플라톤이 던진 질문에 대해 아직까지 속 시원하게 답한 정치인이 없다. 민주주의의 근원적 딜레마이기에 그런 것 같다. 서양에서는 이 문제를 삼권분립으로 풀지만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된 경우 국회와 사

노 정권도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도덕 정치로 풀고자 했으나 주위 여건이 용납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자신만 마음을 비우면 다 되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참모들이 부자들을 공격 할 때도 정말 그런가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갖고 있는 민주! 주의의 덫은 그를 비껴가주지를 않았다. 통치자 측근들에게 한 몫을 챙기기 위해 후원자라는 미명아래 미끼가 되는 돈을 무더기로 마구 뿌렸다.

인간인 대통령도 그 유혹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위험 징후가 수시로 나타나고 실세 몇몇이 구속될 때도 봉하타운이 건설 될 때도 여러 언론이 따가운 지적과 함께 추궁 할 때도 가족과 참모들을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가신은 물론 부인까지도 대통령을 속여 빚을 갚는 게 아니라 자식의 집 마련을 위해 부정한 수법으로 검은 돈을 챙겼으니 배신감은 차지하고라도 망가진 자존심과 경솔함에 울화가 치밀었을 것은 그 분의 성품으로 당연 하다.

그래서 그 분은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추락된 명예를 회복했다. 어떻게 보면 측근들은 많았지만 어느 누구하고도 맘 놓고 대화를 나눌 믿음에 사람이 없었던 거다. 그 만큼 외로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의 죽음으로 수사가 흐지부지 종결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세간에 떠도는 대로 검찰이 의심을 받게 된다. 일괄성 있게 법 질서를 지키야 하련만, 요즘 국민들의 흐름을 보면 우리 같이 인정 많

오랫동안 육신에 고통을 앉겨준 사람도, 빈손으로 데모하는 학생에게 가스총을 쏘아댔던 사람들 까지도 세월이 흐르면 모두 다 용서하는 우리 민족이다. 용서란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하고 그런 인정은 우리 민족의 끈끈한 힘을 하나로 결집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복적인 죄의 생성을 막기위해서라도 인정에 앞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 혹여 우리의 이 따뜻한 온정 주의가 자칫 법 질서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가 우려된다.

이 부분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민주당과 그분을 모셨던 측근 참모들, 그리고 이 지경에 이르게 한 부인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여당을 비난하기에 앞서 국민들에게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한시적으로 지지도가 올라갔다고 흥분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처사다. 긴 안목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의 흐름은 냉혹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민심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

언론과 야당 등 일부 사회단체가 국민장 기간 동안 그 흔한 여론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단편적인 부분만 논하며 현 정권의 잘못된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반감, 분노나 정치탄압 계획수사 운운하며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은 전직 대통령에 대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면서 그의 과오는 덮어 진채 오히려 추모의 열기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 유서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싶어 했던 진의도 제

고인의 깊은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미안해 하지마라” “원망하지마라” 한 것은 아마 부인에게 한 말 인 것으로 추측 된다. 자기의 불찰로 남편이 그렇게 된 것을 가슴 아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이런 상황을 검찰에서 진술한 기업인을 탓 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 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 모든 사람들에 대해 용서를 바라는 마음일수도 있다. 이제는 사사로운 감정 없이 올바로 판단하고 처신 할 수준에 국민이 되었것만 남을 헐뜯는 나쁜 버릇은 여전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직전 정권 비리 스캔들. 화가 치밀기보다 서글픈 마음이 된다. 통치자는 늘 같은 부정을 저지르고 벌을 받으면서도 깨우치지 못하고 똑같은 부정을 반복해 저지르면서 국민들을 실망시킨다. 가두고 재산을 몰수해도 고쳐지지 않으니 방법을 달리해 상금을 주는 것은 어떠할지.

토스토엡스키는 그의 저서에서 권력을 가진자는 누구나 부지불식간에 자신을 제어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급기야는 질병으로 변한다며 권력을 불치병으로 단정했다. 퇴임 후 대통령들을 부패한 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주는 이브라함 상 같은 것을 도입했으면 한다. 2006년 제정된 이 상은 설립자인 모 이브라함 의 이름을 딴 상인데 수상 자격은 합법적선거로 뽑힌 국가수반으로서 임기가끝난 뒤 곱게 물러나고 무엇보다 재임 중 부정부패 혐의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금으로 평생 먹고 살 돈을 줄테니 제발 부정부패만 저지르지 말라고 주는 상이다. 기금은 기업인들이 바른 정치를 위해 통치자들의 상금을 만드는 것인데 참으로 의미가 깊다 할 수 있다. 물론 기부한 내역은 세금에서 공제하는 것이다.

불행한 통치자들을 맞이한 우리나라 국민도 역시 불행한 국민이다. 이렇게 보면 야당에서 지적하듯 이(李) 정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이 대통령은 이제까지의 불운을 거울 삼아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해도 측근과 가족에게서 터져 나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누구라도 돈이라는 유혹에 빠지면 덫에 걸릴 수밖에 없다.

민주국가에서는 누구든지 집회의 자유가 있고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전체인 것처럼 비춰져서는 안 된다. 과거 촛불 시위등을 지켜보면서 하는 말이다.때로는 그 외침이 정치 압력, 간섭으로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반대의 뜻을 갖고 있지만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며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들도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고인의 넋이 진실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

신성한 고인의 주검을 담보로 말 장난하는 속된 무리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불안한 정국을 유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고인이 간명하게 남긴 유지를 깊이 성찰하고 국가 안위를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 아무래도 비극의 삶으로 생을 마감한 노 전직 대통령이 남아있는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겨준 것 같아 안타깝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