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제약사, 中 등 입지 강화 추진‥美 의존 탈피

세계 제약산업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 벗어나 신흥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 동안 제약산업이 태동한 유럽에서 가격 통제 및 정부 주도 의료시스템 운영이 강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미국을 제2의 집결지로 선택했다.

실제 미국은 제약업체에 유럽에 비해 훨씬 많은 가격결정권을 부여했고, 이에 따라 대부분 주요 제약업체의 이익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국·인도 등 개도국 시장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신흥지역은 ‘지재권 보호 취약’·‘소비자 소득수준 저조’ 등의 이유로 진출을 꺼려왔으나 최근 들어 신성장 동력으로 많은 대형 제약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올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향후 성장전략의 핵심은 신흥시장이 될 것이라고 공표한 이후 남아공의 제네릭 전문기업인 Aspen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이집트 사업부를 2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도국 공략에 나섰다.

화이자도 최근 신흥시장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기업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제 개도국은 더 이상 지원 상대가 아닌 진정한 사업상대라고 선언했다.

이밖에도 머크, 사노피-아벤티스 등 대형 제약사들이 신흥시장에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제약 컨설팅 기업인 IMS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인도 등 주요 개도국 제약시장 규모는 2017년이면 3000억 달러를 돌파해 현재 유럽 5대 시장과 미국을 모두 합친 규모에 맞먹을 것으로 예상했다.

2009년 세계 제약시장 성장기여율 예측에서도 미국과 유럽은 각각 9%, 14%에 각각 그친 반면, 주요 신흥시장(중국·브라질·인도·한국·멕시코·터키·러시아)의 기여율은 34%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미국 차기 오바마 행정부의 제약산업 통제 강화 움직임도 미국시장 탈출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제약업계는 오바마 정부는 값싼 약품의 캐나다로부터의 재수입을 전면 허용하고 정부부담 의료보험제도인 메디케어의 제약업체에 대한 가격할인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물론, 의료보험 대상 확대가 전반적인 매출증가효과를 불러오는 측면도 있겠지만, 업계 입장에서 문제는 수익성이 악화가 문제로 지적했다.

선진제약사들은 신흥시장 진출에 있어 차등가격제, 임상시험 확대, 저소득지역 진출 강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형제약사들은 과거의 관행을 깨고 선진국에 비해 대폭 낮은 가격으로 개도국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화이자의 비아그라, 머크의 가다실 등은 미국에 비해 훨씬 낮은 가격으로 인도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바이엘은 신약 임상실험에 개도국 국민을 더 많이 포함시키고 있으며 미국과 개도국 시장 사이의 신약 출시시점 격차를 최소화하고 있다.

화이자는 약품 유통망을 지난 1~2년 사이에 중국 내 130개 도시로 확대했다.

또 방글라데시에서는 소액융자기관인 그라민 뱅크와 합작투자기업을 설립하고 마이크로보험 약품 판매에 나섰다.

이와 같은 저소득 지역 진출 확대의 배경에는 연소득이 3000달러 미만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제약시장의 규모가 연간 300억 달러에 달하며, 2012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KOTRA는 국내 제약기업도 FDA 승인을 통한 미국시장 진출이라는 ‘원대한 목표’ 달성에만 전념하기보다는 가격경쟁력 및 지리적 인접성, 그리고 신약의 경우 환자군 성격 유사성 등의 강점을 무기로 중국 등 주변 개도국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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