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병원 발달지연 클리닉

최근 영어열풍이 불면서, 어린 자녀들에게 영어 방송을 보여주는 교육방식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 모씨(36세, 여) 역시 3살 된 자녀 이 모양에게 영어만 나오는 만화와 영화를 1년 정도 꾸준히 보여줬다. 그런데 이 모양에게 이상한 낌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영어는커녕 한국말도 잘 못하고, 말을 더듬으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또래들과 다르다고 느껴 병원

 


일반적으로 발달 지연은 아이의 육체적 성장과 개념이 다르다. 신생아는 잘 먹고 잘 자야 하고, 돌이 되면 걷는 등의 운동 발달이 이뤄진다. 그 후 말이 트이면서 두 돌이 되면 “물 줘” 등의 간단한 의사 표현을 한다. 발달 지연이란 이런 모든 과정들 중 단 하나라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즉 운동, 언어, 인지, 정서 및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있는 현상을 발달지연이라고 부른다.


 


발달지연의 가장 큰 핵심은 한 부분에서 발달이 늦어지면 다른 부분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위의 사례처럼 언어발달이 느리면 언어와 관련된 인지 기능 발달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아이는 “내가 다른 아이와 다르구나”라는 생각에 자존감을 형성하지 못해, 학교에서 학습장애가 발생하는 불행한 결과를 낳는다.


 


각 분야의 전문의가 빚어내는 하모니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세계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발달지연 클리닉(Developmental delay clinic)’을 운영하고 있다.


 


일산병원의 소아신경과 정희정 교수ㆍ소아정신과 김영기 교수ㆍ소아재활의학과 김성우 교수가 협진 형태의 발달지연 클리닉을 담당하고 있다.


 


연세의대 김혜영 교수는 발달지연에 따른 합병증으로 소아안과 질환이 발병하는지에 대해 점검해준다.


 


매주 화요일마다 이들은 환상의 ‘드림팀’으로 호흡을 맞춘다. 화요일 오전에는 각각 한 환자에 대해 초진한다. 한 환자 당 20분~30분의 시간을 소요하고, 복잡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최대 50분의 시간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종합 의료기관에서 보기 힘든 시스템이다.


 


오후에는 초진 환자들의 검사가 이뤄진다. 가급적 발달 검사는 그 날 끝내고, 예약검사가 필요한 환자는 추후에 검사를 더 받는다. 이 과정은 경력과 학식이 풍부한 발달심리사, 소아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가 이끌어간다.


 


모든 검사 결과는 대략 초진이 끝나고 3~4주 뒤에 나온다. 이 결과를 놓고 드림팀은 매주 화요일 오후마다 학부모와 자녀에

게 검사 결과와 치료 방향에 대해 설명한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는 궁금한 모든 사항을 물어보고, 드림팀은 자신이 맡은 진료와 치료 분야에 대해답한다. 대략 30분 정도 소요되는 과정이다.


 


이처럼 발달과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긴 시간동안 협진으로 진료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아직 국내에서는이런 시스템을 갖춘 곳이 일산병원뿐이라는 김성우 교수의 설명이다.


 


“발달지연 클리닉의 핵심은 발달지연에 따른 합병증 예방, 예후를 보다 경미하게 만드는 치료법, 발달지연의 원인을 찾는 것입니다. 가령 염색체 이상이 가지는 합병증 코스를 사전에 예측해, 연령별에 맞춰서 가장 이상적인 치료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합병증 예방함으로써, 학부모와 자녀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클리닉의 주요 목적입니다.”


 


발달지연치료의 첫 걸음, 영유아건강검진


 


김 교수는 “두 개 이상의 발달지연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했다. 발달지연 클리닉에서 발표한 ‘발달지연 환아의 진단적 접근과 원인 분석’ 논문에 의하면, 지난 2001년 4월부터 2005년 1월까지 클리닉에 내원한 환자 541명을 조사한 결과 언어지연을 주소로 내원한 202례 중 102례는 운동지연을 겪었다.


 


또 1/2이 넘는 293례는 사회성 발달지연을 동반했고, 114례에서 동반된 감각통합장애는 학습장애나 언어지연을 주소로 내원한 경우 자주 동반됐다.


 


자녀의 발달지연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사례가 많다. “내 자식은 아닐 거야”라는 안이한 생각이나 부모가 스스로 병명을 진단해 사설 치료기관을 맘대로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발달지연은 발견과 치료 속도가 늦을수록, 더 큰 치명타를 입힌다.


 


이 연구 결과는 자녀의 발달지연은 반드시 의학적인 검증을 거쳐야 함을 시사한다. 최종 판단은 ‘전문 의료진’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현실은 아직도 발달지연 검사는 ‘설문지 조사’라는 선입견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영유아 검진사업’이 큰 반향을 못 불러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가, 학부모들의 냉대다. 피 검사, 소변 검사 등 검사 없이 고작 프린트 문항에 대답하는 형식이 무슨 효과가 있느냐는 의문에 무시하는 것이다.


 


그 역시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실시하는 ‘영유아 검진사업’은 한국형 ASQ라는 설문지를 사용한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정확도가 높은 검사로써, 이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발견할 확률이 크다”고 주장했다.


 


“발달지연을 겪는 아이를 선별해, 지역별로 거점병원에서 진단과 치료 등 다음 단계를 밟아줘야 합니다. 또 치료가 네트워크가 잘 되고, 병원 뿐 아니라 치료기관과의 의료전달 시스템 확보도 중요합니다.”


 


그는 “설문지에 응하면 많은 진단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반드시 ‘영유가 검진사업’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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