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조이고' 가격은 '낮아지고' 돌파구 없어

국내 제약사들의 위기의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까이 한미 FTA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고, 약값을 인하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날이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시기를 맞은 제약사들의 모습은 태연하기만 하다. 다가온 전쟁을 '먼 산 바라보듯'하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닥쳐올 위기들을 살펴보고 대안은 없는지 각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1. 제약업체 인수합병은 먼나라 이야기?
2. 약제비 증가의 원인, 정책에 있나 업계에 있나
3. 제네릭 홍수의 시장, 대안 없이 달린다

"제네릭에 대한 정부의 규제만 없다면 이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제약기업의 숨통을 터준 뒤 신약개발을 하라고 해야 먹혀들지 않겠나?"

제약기업들이 최근 가장 많이 쏟아내는 불평 중 하나는 정부의 과도한 '약가 인하' 정책에 있다.

신약개발을 시작한지 20년도 안된 사이 국내 자체 개발 신약이 13개나 나왔고 'R&D개발비'도 전체 매출액의 평균 6%를 투자하는 등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왔으나 정부의 줄기찬 '약가인하 정책'에 고군분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를 당분간 자제해 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정부측은 그동안 사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글로벌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도 '제약산업 발전 정책'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제약협회는 지난달 말께 '인도와 이스라엘의 제약산업 사례'를 들며 신약으로 승부를 하던지, 제네릭 전문 국가로 거듭나던지 양단간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제약협회는 인도의 제약산업이 세계적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기반에 '제네릭'이 중심에 있었다고 강조하면서 물질특허제도를 늦게 도입해 제네릭 의약품을 조기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또 인도의 제약산업은 제네릭 의약품을 조기 개발해 세계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점에 주목하면서 글로벌화의 발판이 됐다고 덧붙였다.

매년 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인도의 제약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지원 의지가 뒷받침 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한국 제약산업은 내수 위주의 안일한 시장구조, 개발을 저해하는 '복제약' 중심의 연구개발, 의료기관-제약사간 리베이트 문제 등으로 홍역을 앓아 제대로 된 산업 기반을 만드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계에 박혀있는 리베이트 관행과 제네릭 제품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는 제약산업 발전에 '독'으로 작용한 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기업의 뿌리는 제네릭"이라며 "아직 신약개발에 대한 준비도 된 상황에서 국제화를 강요하는 정부의 정책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0~20년 사이 신약개발을 해온 나라에서 제네릭 산업을 저하해는 약가인하정책은 제약사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제네릭은 제네릭 대로 살리고 신약개발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변했다.

정부 규제와 환율 상승 등에 따른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제약산업 구조의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란 의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부 규제의 현실화로 내수시장의 성장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신제품 출시가 뒷받침되지 않는 중소형 제약사들은 오히려 기존 품목의 약가 인하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품목과 영업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10대 상위 업체는 평균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면서 제약업종의 과점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내다보면서 "제네릭 약가가 낮아져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제약사간 경쟁 강도도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네릭 약가에 대한 가격 규제와 이와 맞물린 원재료값의 상승, 경기 악하로 인한 내수시장의 둔화는 제네릭 전문 의약품 생산 제약사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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