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억울'ㆍ정부 '기관탓'ㆍ환자 '고통'

국내 제약사들의 위기의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까이 한미 FTA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고, 약값을 인하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날이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시기를 맞은 제약사들의 모습은 태연하기만 하다. 다가온 전쟁을 '먼 산 바라보듯'하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닥쳐올 위기들을 살펴보고 대안은 없는지 각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1. 제약업체 인수합병은 먼나라 이야기?
2. 약제비 증가의 원인, 정책에 있나 업계에 있나
3. 제네릭 홍수의 시장, 대안없이 달린다

노령인구의 증가, 신약의 사용, 오리지널 약제에 대한 의료계의 처방, 약제비 과다 청구에 대한 정부-의료계의 논란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약제비 증가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원외처방 약제비 증가의 원인은 건당 처방일수가 길고, 이로인한 사용량 과다가 이어지면서 약제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

이태근 보험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최근 5년간 원외처방 약제비 증가는 5년간 99%나 상승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보험의약품의 가격문제 이상으로 사용량 과다가 약제비 증가의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의료기관에서의 처방건당 약품목수가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지적하면서 "의사가 처방을 줄여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비급여로 빼도 치료에 문제가 없을 만한 부분들을 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복지부의 약제비 증가 요인에 목소리를 같이 하고 있다.

안기종 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고가약 사용으로 인한 약제비 증가보다 의약품의 사용량 증가에 따른 약제비 증가가 높은 편"이라며 "동일질병으로 여러요양기관을 방문해 특정 성분 의약품을 증복 처방받는 수급자를 대상으로 사회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형근 건강사회를위한 약사회 정책실장도 "외국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사용량 증가를 규제하고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사용량과 관련된 조절방안은 약가-사용량 연동뿐"이라며 "처방가이드 라인 마련과 총액옛간제의 도입을 포함한 사용량 조절방안에 대한 정책 수단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보험건강심사평가연구원이 발표한 '2002~2006년 약제비 추이' 자료를 통해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총 약제비는 연평균 15.0% 증가했고, 총진료비도 10.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대비 2006년 총 약제비 증가율은 75%(약 8조 4000억원), 총진료비 49.8%(약28조 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총 진료비 중 약제비 비중은 2002년 25.2%에서 2006년 29.4%로 증가했다.

김흥찬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조사1부장은 약제비 증가 요인을 요양기관보다 더 대상이 축소된 의사에게 돌렸다.

그는 "약제비 증가의 요인은 의사의 처방행태 때문"이라며 "최근 5년간 약제비를 제외한 진찰료 등 진료비는 연평균 10.8%씩 증가한 반면 약제비는 연평균 14.3%, 원외처방 약제비는 연평균 16.7%씩 급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의사들이 과연 환자들을 생각해서 가장 필요한 처방만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만성질환자의 증가 등을 감안하더라도 처방건당 약품목수, 처방건당 투약일수, 고가약 처방 등 투약일당 약제비 증가를 의사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한 대학병원 의사는 "정부 관계자나 시민단체들의 지적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의사의 처방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이 같은 증상으로 여러 요양기관을 찾을 경우 이를 방지할 권한이 의사에겐 없고, 이걸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약제비 증가의 또 다른 요인으로 약가에 대한 공방도 식지 않고 있다. 심평원은 '의약품 등재가 결정방식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약가는 의약분야 주요 선진국 A7국가와 단순 비교했을 경우 싸지만, 물가수준과 약가구조 등을 비교하면 약 11% 높은 수준이라고 파악했다.

최근 감사원도 자료공개를 통해 약제비의 증가요인으로 과다 책정된 약제비를 들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다소 억울하다는 분위기.

문경태 제약협회 부회장은 "복제약의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다 하더라도 국내 제약사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약가 상승의 주원인으로 약가상승보다는 노령인구 증가와 만성적 질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논란을 볼 때, 약제비 상승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공방의 중심에 선 정부나 제약업계, 의료기관 모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데서 시작된다.

한 환자는 책임공방 논란에 대해 이처럼 일갈한다.

"결국 정부나 의료기관, 제약업계도 환자를 위한 목소리는 내지 않는다. 서로 책임 공방을 하는 사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으로 남는다. (약제비 인하에 대한 책임공방이)어떻게 결론 나든 상관이 없으니 약값에 대한 부담감에서 해방됐으면 좋겠다."

국민건강을 위해 존재한다는 제약업계와 의료계의 반성과 국민을 위한 정책이 부재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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