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휴전국인 우리에게는 6월이 특별한 달이다. 악몽같은 6.25 전쟁이 일어난 달이고, 남과 북이 6.15 공동선언을 한 달이기도 하다.

세월이 흐르다보니 어느 때인가부터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을 부르면서 반공의 정신으로 있던 우리가 기억하고 있어야 할 6.25 전쟁의 상흔을 잊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부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로 인해 쉽사리 공동실천의 앞길이 보이지도 않는 6.15 공동선언의 기념식은 해마다 성대하게 치러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져 왔다.

이제 정권이 바뀌었다. 지난 10년의 역사가 또 어떻게 바뀌어질까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6.15 공동선언을 지지, 환영하며 그 실천을 위한 민족적 결의를 모은다는 취지에서 남북 화해의 상징인 2000년 남북정상 회담 이후 매년 6월과 8월 민족통일 대축전 행사를 하면서 남과 북이 축제 분위기였지만, 이명박 정권으로 바뀌면서 그 맥이 끊어진 것 같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지난 7년간 개최된 축전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북한이 약속위반과 상식 이하의 행동을 했고, 또 그런 약속위반에 대해서 현장에서든 추후든 더욱 철저히 파악, 분석, 추궁해야함에도 불구, 남측은 무엇 때문인지 그저 갖다주고 끌려 다니는 몰골이다.

우리는 6.15 민족통일 대축제로 생각했지만, 북한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남남 분열을 유도하고 나아가 남한에 반보수연합을 구축해왔다. 겉모습은 양처럼 온순한데 속모습은 이리 같은 음흉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행하게도 지난 10여년간 북측의 정략적 의도를 알면서도 일부 정치 세력과 친북 세력들이 자기들의 세(勢)를 위해 앞다퉈 퍼다주기를 하면서 질질 끌려 다니는 비굴함을 보였던 것 같다.

6.15 공동선언 이후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남한은 '햇볕정책'을 핵선군주의의 한계에서 교류협력을 증가시켰지만 그 햇볕정책이 남북한 관계를 좋게 하고 만병통치처럼 여기는 망상에서 벗어나야만 할 것 같다. 정권이 바뀌면서 역사가 뒤바뀌고 한반도의 남과 북이 전혀 다른 역사를 쓰고 있다.

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미국과 한국(남한)에 오히려 일차적 전쟁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수정 6.25론과 구소련 지원의 북한 남침이라는 정통 6.25론이 뒤늦은 국내 정치적 싸움속에서 여전히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수정론의 퇴장은 시간문제다. 정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더 이상 6.25를 기억하지 못하는 21세기 신세대들에게 보여줄 새로운 한국 전쟁론이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나 '웰컴투 동막골' 등의 영화가 상영되어야 한다.

우리는 6.15 공동선언이 쉽사리 한반도 평화를 가져다 주지 못하는 원인을 새로운 6.25의 기억에서 조심스럽게 찾아야 한다. 그래서 6.25를 다루는 영화, 소설, TV드라마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미국은 고마운 친구이기보다는 자기 이익 때문에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적지 않는 잘못으로 분단의 원흉, 이산가족 제공 등의 원수 같은 나라로 보아서는 안된다.

이제부터라도 6.25와 6.15는 쉽사리 망각해서도 섣불리 마음대로 기억해서도 안된다. 모두가 다 한반도 전쟁과 평화의 핵심문제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6.25 속에 어제의 6.25가 얼마나 살아 숨쉬고 있는가를 국내 및 국제 정치적으로 읽을 줄 알아야 우리가 망각할 수 있는 내일의 6.25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6.15도 마찬가지다. 6.15 공동선언의 현실적 한계를 제대로 알고, 참으로 조심스럽게 공동실천의 길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내일의 6.15는 우리의 역사속에서 쉽사리 잊힐 것이 분명하다.

국민과 권력이 벼랑끝에서 대치했던 6.10 항쟁, 21주년인 10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386 직장인까지 가세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고 100여일이 조금 넘은 이명박 정부의 총리 내각이 일괄사의를 표명했다.

건국이래 유례가 없는 국민의 치욕이며 굴욕이다. 지금 이 나라는 온통 불씨가 꿈틀거리고 있다. 태평로를 뒤덮은 촛불, 그 그늘에 경기침체의 음습한 불안감이 펄럭인다. 침몰하고 있는 경제가 보인다.

광화문에서, 시청에서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이 순간에도 삶의 끝자락을 붙잡고 발버둥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다행히 최근 자유선진당이 국회 등원을 했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 민노당도 이제 거리에서 여의도로 가야 한다.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집회를 주도한 재야, 시민단체도 이젠 제 위치를 찾아가고 전교조도 모두 제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밥도 뜸 들 시간이 필요하다는 어떤 아주머니의 말이 생각난다. 또한 바가지는 그대로 있는데 물만 간다고 깨끗한 물이 되는 건 아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을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광장과 도시을 가득 메웠던 모든 시민도 이제는 가정과 일터,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그들의 외침, 절규가 청와대 담장을 넘어가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 그래서 대통령도 바뀌고 있다.

2003년의 물류대란이 생각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게 되면 촛불이 아니라 횃불이 타오를지도 모른다. 이제는 6.6, 6.10, 6.15, 6.25, 6.29를 마음속으로 상기하며 나라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

언제까지 거리로, 광장으로 몰려나와 촛불만 태울 것인가.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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