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진료 소홀등 원인...합리적 구제도 미흡

김 모 씨(남, 50대)는 10년 전부터 B형 간염보유자로 정기적인 진료를 받던 중 지난2006년 6월 복수가 생겨 초음파와 CT검사를 받았다. 병원에서는 김 씨의 병명을 간경화로 진단했지만 실제 김 씨는 간세포암 말기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모 씨(여, 50대)는 지난 2005년 12월 건강검진으로 유방 촬영을 받은 후 정상으로 판명났지만 다음 해인 2006년 5월에 유방암 3기로 진단돼 수술을 받았다.

이처럼 암 진단 및 치료와 관련해 조기에 암을 발견하지 못하는 등 의료진의 진료 소홀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나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02년부터 5년간 접수된 암 진료 관련 피해구제 사건 286건을 조사한 결과, 암 진단 검사 소홀 및 조직ㆍ영상 진단의 해석 오류 등 오진으로 인한 손해가 80.4%(230건)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치료ㆍ수술 후 악화’15.7%(45건), ‘약물 부작용’이 2.4%(7건) 순이라고 전했다.

소비자원은 오진의 원인으로 주로 의료진들이 암 진단 검사 소홀 및 조직ㆍ영상 진단의 해석 오류 등의 부주의한 진료 때문으로 분석했다.

더구나 암 진단 당시 병기(病期) 확인이 가능한 159건 중 3기 이상일 때 진단받은 경우는 74.2%(118건)인 반면 1기에 진단 받은 경우는 15.1%(24건)에 불과해, 소비자원은 의사가 증상에 따른 기본적인 진료를 소홀히 해 진단이 지연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또 암으로 진단받은 후 사망한 121건 중 진단 후 1년 이내에 사망한 경우가 80건(66.1%)으로 집계돼, 소비자원은 암이 많이 진행된 이후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어렵고 증상적 조치만 받게 돼 조기사망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원은 이런 현실에 비해 합리적인 구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암 진단 오진에 따른 배상은 1,000만 원 미만이 74.1%(109건),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미만 20.4%(30건), 2,000만 원 이상 5.4%(8건)로 드러났고, 지연 진단 등 오진으로 치료 기회를 상실했기 때문에 환자에게 보상한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원은 “향후 암 관련 분쟁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액을 산정해야 한다”며 “진단 지연 기간, 환자의 연령, 예후, 책임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위자료 보상기준 마련 등 효율적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건복지부 및 관련 단체에 암 진단 지연 사고 예방을 위한 암종별 집중 관리, 조직 및 영상 진단 오류 방지 시스템 구축, 암 관련 피해구제의 현실적 보상 기준 제정 마련 등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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