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531만여 표차로 정권이 교체되는 19일 오후 6시가 조금 지나 한 음식점에서 환호와 함께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참여·국민의 정부를 자처하던 지난 10년의 잃어버린 좌파 정권이 분노한 국민들의 마지막 심판을 받는 순간이었다.

술잔을 높이 들고 환호하는 그들을 보면서 몇 년전 '붉은 악마'들의 결집된 환호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한 주부는 '이명박후보 당선 가능' 이란 자막을 보면서 눈물이 다 나오더라고 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현 정권의 실책에 넌더리를 냈는지를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국민은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마지막 한 표를 행사한 것이다.

긴박했던 22일. 정책은 실종된 채 공방으로 얼룩진 이번 대선의 결과는 지난 10년간의 나라 걱정과 울분, 200만 실업자의 눈물과 한숨이 담겨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했던 후보들.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 번민하며 방황했던 수많은 유권자들. 그들 중 절반에 가까운 48.5%가 '보수'의 손을 들어 주었다. 마침내 현대사의 거대한 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선택의 어려움을 느끼며 망설이던 국민은 차악의 선택으로 이명박을 선택했다. 그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안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다는 참담한 심정에서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도덕적 문제, 자녀위장 전입 등 감점요인이 있고, 더구나 BBK 사건발표가 석연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국민 다수는 그를 선택했을까?

한마디로 지나친 네거티브 정치공방이 정치적 냉소주의로 바뀌면서 정치안정·경제 살리기를 희망했던 국민들이 일 잘하는 경제 대통령이 되라는 염원으로 그를 선택한 것이다.

국민들은 그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지난 10년간 너무 많은 실망감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386세대, 전교조, 강성노조를 통한 이념과 공리공론, 말싸움을 지켜보면서 절망할 대로 절망했다.

그리고 6.25 전쟁으로 산하에 흘린 피로 지켜온 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국민의 최대관심사인 경제 정책은 외면한 채 정치공방에 휘말려 있는 정치꾼들의 천박한 모습에서 분노와 함께 안타까움을 느껴야만 했다.

절대위기를 느낀 국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안된다"는 것이 모두의 생각인 것이다. 과거 전직 대통령의 그늘에서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진보개혁 진영에 환멸을 느끼며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란 것이다.

그래서 도덕심에 의구심이 있더라도 경제발전을 위해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이명박 후보가 경제발전을 정책으로 제시한 정치광고를 할 때도 다른 후보들은 자신의 정책 제시보다 '이명박 헐뜯기'를 하면서 자기 공약을 제대로 전달한 후보자가 없다는 것도 '이' 후보를 선택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후보들의 정책이나 논쟁을 검증할 기회도 없었지만 지난 10년간의 실책과 이질감이 국민들이 바라는 변화와 희망을 가져다 주지 못했던 것이다.

더구나 BBK 사건과 관련, 동영상 파문이 확대되고, 이 후보의 특검수용 발표로 이 후보쪽으로 국민들의 마음이 다소 흔들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후보들의 지나친 정치공방을 보면서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견해를 갖게 되고 오히려 결집을 불러오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진보개혁 진영이 사분오열 되면서 시대적 정신이 경제살리기에 맞물려 진보세력의 입지가 좁아지는 반면에 보수층이 두터워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무정책, 무관심, 무토론으로 일관해 왔던 노 정권의 실책이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이며,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10년만에 국민의 현명한 판단에 의해 좌파성향이 짙은 진보세력이 무너지면서 역대 최대 531만 표차로 정권교체를 이루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현 정권은 과거 김대중 정부의 이념을 계승, 친북쪽으로 기울어진 햇볕정책을 고집해왔으며, 초기 청와대 비서관 32명 중 절반 이상이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386세대가 주류를 이루면서 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제 보수세력이 사회의 새로운 주류가 되면서 정치사의 새로운 변혁의 소용돌이가 예고된다.

국민이 이명박 후보를 제17대 대통령 당선자로 만든 것은 시대정신의 힘이다. 시대정신은 그 시대 국민의 갈증과 염원의 집합이다. 양극화 양성, 중산층이 무너진 현 시점에서 이 당선자는 당대의 시대적 정신을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으로 규정했고, 그래서 이 당선자는 자신의 정권을 '실용정부'로 결정한 것 같다.

민심에 의한 수평적 정권교체, 압도적 지지는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것이다.

현명한 국민은 지역주의를 주도한 3김 잔재를 탈피, 정치·이념을 벗어나 이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한 것이다.

이제는 누가 뭐라해도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명박 당선자' 가 내년 2월이면 명실공히 이 나라 제 17대 대통령으로 취임 한다. 우려되는 것은 총선을 놓고 또 '이명박 특검법'을 갖고 논쟁을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준엄한 국민의 심판이 내려졌음에도 불구 총선에서 또 이 문제를 논제로 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 항간에서는 "정동영, 이인제, 권영길 이 사람들 5년 후에 또 나오면 어떻게 하지? 그럼 우리가 또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아야 하나" 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제는 'BBK 특검법' 문제가 그들로 부터 거론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법적에 앞서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것 만 같다.

특별히 주목할 대목은 과거와 달리 젊은 층이 보수성향으로 바뀌었다는 것과 타지역 출신들이 동향적 (同鄕的)입장에 서지않고 개인의 뜻에 따라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고령의 전직 대통령의 입김이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냉혹한 민심을 잘 읽어 총선에 대비 하지않는 한 더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이제 새로운 '실용정부'를 이끌어갈 새 대통령에게 바람이 있다면, 평화체제도 좋지만 이 땅에서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는 간첩들을 색출하여 안보를 더욱 공고히 하고 '과거사위' 를 재구성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과 행적을 재조사 비자금은 회수하되 행적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해야 한다. 그리고 패배한 정치·정당에 지지했던 유권자의 마음까지도 수렴, 정직과 신뢰의 지도자

'과거위'를 구성, 아성이 무너지는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비리 등이 밝혀지면 국고에 환수, 노인복지기금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전직 대통령을 지낸 분들의 경우 수백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는 것이 보통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안되어 하는 말이다.

아울러 386세력을 거울삼아 인사문제에 신중함을 보이며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公約)들이 남발되는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공약을 실현하며 커다란 당나귀 귀가 되어 국민의 소리를 듣고 우리나라 안팎의 위협, 대화와 타협으로 비젼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정치 지도자로 재탄생 하기를 희망한다.

특히 대북문제, 북핵문제로 다소 소원해진 한미관계를 정상화하고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민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매우 겸손하고 가장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이 당선자의 말,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약속을 지키는 새로운 대통령으로서 펼쳐질 실용주의 시대가 열리기를 바란다.

7% 성장 4만 달러의 공약. 5년 동안 300만개 일자리 창출.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고 크게 기대된다.

[시인.수필가.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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