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느냐고?/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굳이 묻지 마시게/ 사람 사는 일에/ 무슨 법칙이 있고/ 삶에 무슨 공식이라도 있다던가?/ 그냥 좋은 세상 순응하며 사는 게지/ 깊이 알고 보면/ 사람마다 다 나름대로 삶의 고통이 있고/ 근심 걱정 있는 법이라네/

옥(玉)에도 티가 있듯/ 이 세상엔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으니/ 그저 마음 비우고 조용히 사시게나/ 캄캄한 밤하늘에 별을 세며/ 반딧불 빛 아래 수호지를 읽으며/ 소쩍새 울음소리 자장가 삼아/ 잠이 들어도 마음 편하면 그만인 게지/

들여 마신 숨마저도 다 내뱉지도 못하고 가는 인생/ 마지막 입고 갈 수의(壽衣)에 주머니조차 없는데/ 그렇게 모두 놔두고 갈 수밖에 없는 삶일진대/ 이름은 남지 않더라도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나 없도록 허망한 욕심 모두 버리고, 베풀고, 비우고, 양보하고, 덕(德)을 쌓으며/ 그저 그렇게 살다가 살그머니 떠나시게나/ 왜 사느냐고?/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굳이 묻지 마시게나/

2년 전 모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의 일부다. 반드시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간혹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에게 수없이 반문하면서 하루의 지친 삶을 이어간다.

특히나 이런 물음은 기쁠 때나 즐거울 때보다는 힘들고 슬픔이 찾아올 때 더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왜' 라는 물음이 인간에게 없었던들 우리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며 그저 먹고, 마시고, 때로는 사랑도 하고, 자식 낳고, 물고, 뜯고, 장난치면서 동물적인 삶을 되풀이하며 살았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다른 동물과 다르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정(情)이 있고, 남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 동물적인 욕구충족이 아니라 보다 아름답게 자기를 실현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만이 하나님의 축복으로 받은 것이 있다면 유일하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이 그리 바쁜지 좁은 땅 위에서 서로의 어깨를 부딪히며 바삐 움직이다 보니 하늘을 잊고 사는 날이 너무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오래 전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뛰는 가슴을 억제하며 절망에 빠졌을 때 우연히 한강에서 하늘을 바라본 일이 있었다.

그때 그 초가을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깊고도 푸르른 빛의 시원한 색이었고, 그 아래로는 고층의 회색빛 빌딩들이 거대한 모습으로 허전한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순간 탁 트인 그 맑고 아름다운 하늘 아래 작디작은 내가 홀로 서 있음을 새삼스럽게 발견했다.

거대한 대자연에 빠져든 나는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자신의 모습에서 배신의 아픔으로 좌절과 함께 원망하는 마음을 부끄러워 한 적이 있었다. 한편으로 자신이 초라하고, 분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면서 너무도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누구나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대개 자기입장은 다른 사람에게 설득시키려 하면서도 상대편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쉽게 말을 하면서 자기 본위로만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아니면 그만'이란 생각에서 가볍게 내뱉는 말이지만 당하는 사람의 경우는 커다란 상처를 입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든 이들이 자신이 어떤 유형으로 살아왔는가를 한번쯤은 냉정하게 회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느 날 초라한 모습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옛 친구를 박절하게 따돌리지는 않았는지, 또는 자신에게 어렵사리 부탁해 온 일에 대해 차디찬 말로 거절하지는 않았는지, 또 친구를 험담하는 말을 하며 다니지는 않았는지를 한번쯤 생각해 보자.

사람의 귀가 두 개있고, 입이 하나가 있는 것은 두 귀가 있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고 걸러서 말하라고 입이 하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과 '글'은 항상 거르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늘 죄(罪)의 의식속에서 고개를 떨군 채 생존을 위해 구두코를 바라보며 살다보니 넓은 마음을 갖고 살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죄가 많을수록 하늘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소중하고 값진 것은 용서와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사고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하늘을 침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노하면서도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어떠한 분노와 배신의 아픔, 증오(憎惡)도 하늘을 바라보다 보면 모두가 보잘 것 없고, 헛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세상사처럼 변화가 있는 흐린 하늘이거나 비오는 하늘이거나 바람부는 하늘이라도 언제나 하늘은 인간의 아픈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어머니의 포근한 손길이 있는 것 같다.

하늘은 누구에게도 공평하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고 사욕을 버리게 한다. 사람은 언젠가는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최후를 맞는다.

이제부터라도 사람이 그립거나 미워질 때도 하늘을 바라보며 넓은 마음을 갖자. 그래서 몇몇이라도 포근함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보자.

[시인.수필가.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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