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아름다운 재단'에서 근무하는 이사 한 분을 뵙게 되었다. '1% 기부' 운동을 벌이는 재단에 많은 사람들, 그것도 부유한 사람보다는 자기 자신의 생계마저도 힘든 사람들이 기부하는 것을 그 분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일제시대에 종군위안부로 끌려가 고생하신 위안부 출신 할머니가 나라에서 한달에 얼마씩 드리는 생활보조금을 모아 1억원을 기부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자식이 죽어 받은 조의금을 뜻있게 쓴다며 자식 이름으로 기부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이 암으로 죽으면서 만약을 위해 가입했던 보험의 보험료 전액을 기부한다는 유서를 남긴 분도 있다.

또 자신의 CF광고 모델료 8000만원을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기부를 한 연예인도 있다.

이밖에도 퀴즈대회에 출전, 상금으로 받은 돈을 가장 아름답게 쓴다며 전액을 기부한 여학생도 있었고 심지어는 군(軍)에서 사병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며 자신의 월급에서 '1% 기부'를 실천하는 현역병도 있었다.

오래 전 고려대학교에 400억원이나 되는 재산을 대학발전기금으로 기부한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그 분 역시 끝내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대부분의 기부자들은 이렇게 나눔의 향기로 아름답고 소중한, 그리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살았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의 말씀을 굳이 들지 아니하더라도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리고 모두가 가족에게 '나' 혼자만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기 위해 1% 기부 운동에 참여한다고 말한다.

"불쌍한 사람을 돕기 위해 기부한다기보다 나눔의 기쁨을 통해 내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기부한다"는 어느 촌로의 말이 나를 감동시킨다.

나 역시 일정기간마다 자동이체로 기부금이 나가는 몇 군데 기관이 있다. 그 촌로의 말처럼 나 자신도 생계의 어려움을 겪지만 그래도 그 작은 액수가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뿌듯함과 함께 보람과 행복감을 느낀다.

이런 분들이 있기에 이 세상이 아직은 밝고 아름다운 것인지 모른다.

그리스와 페르시아, 그리고 인도를 점령하며 대제국을 건설, 세계를 지배했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大王)은 세계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군주다.

그는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시켜 새로운 헬레니즘 문화를 이룩하기도 한 왕(王)이다.

이 세상에서 용맹을 떨치며 천하를 호령하고 두려울 것이 없는 알렉산더 대왕이었지만, 그도 역시 인간인지라 찾아오는 죽음만은 피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세계를 제패한 그였지만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

죽음을 눈앞에 둔 알렉산더 대왕이 문무대신들을 모두 불러놓고 "내가 죽거든 관의 양옆에 구멍을 내어 나의 두 손이 관 밖으로 나오게 한 후 장례를 치르도록 하라"고 유언을 했다.

대왕의 유언을 들은 대신들이 이해가 되지 않아 재차 물었다. 그러자 대왕은 "나는 나의 욕망대로 젊은 나이에 세계를 내 손안에 모두 걸머쥐었지만 이제 내가 죽을 때가 되니 아무것도 갖고 가지 못한 채 모두를 남겨 놓고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이 같은 사실을 온 천하 만민에게 알려주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택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그렇다.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 같은 죽음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남녀불문을 하고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리고 죽을 때는 동행하는 이도 없이 세상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인생이다.

야망과 야욕에 두 손을 움켜쥐고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어느덧 떠날 때는 두 손을 편 채 빈손으로 떠나간다. 그런 것을 알고 있는 우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탐심(貪心)과 탐욕으로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자 남을 헐뜯고 비난하며 한 생을 보낸다.

사람들을 보면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어지는 것 같다. '소유적 인간'과 '존재적 인간'이다. 우선 먼저 '소유적 이간'이란 그 사람이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가를 먼저 따지고 그 후에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려고 한다.

그리고 '존재적 인간'은 그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사느냐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면서 사람을 평가한다. 인간이 얼마나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은 한시적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소유적 인간이 아닌 존재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소유욕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것은 어쩜 자신의 삶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본능에 일부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온 세상을 다 쏟아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바다가 우리 마음속에 넘실거리며 돈의 노예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돈은 우리의 최선의 '종'이자 최악의 '주인'이다"라고 했던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이 오늘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돈을 잘 쓰면 행복이지만 자칫 돈의 노예가 되면 불행한 삶을 살 수 밖에는 없다.

돈으로 좋은 집을 살 수는 있어도 행복한 가정은 살 수가 없다. 돈으로는 좋은 침대를 살 수 있겠지만 편안한 잠을 살 수는 없다. 돈으로 보약을 살 수는 있어도 소중한 생명을 살 수도 없고 대신해 줄 수도 없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두 손을 준 것은 하나는 자신을 위해, 또 하나는 이웃을 위해 쓰라고 주신 것이란다.

우리는 알렉산더 대왕의 그 말을 뜻깊게 새겨들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소유적 인간'이 될 것이냐, '존재적 인간'이 될 것인가를 깊이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베푸는 삶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치있는 삶인 것 같다. 나눔은 향기라고 했다. 분명히 말하자면 이 세상 살 동안 우리가 잊은 것은 있어도 잃어버린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흔히 인간의 삶을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한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다.

베푸는 삶을 통해 이 땅에 향기를 뿜어내며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시인.수필가.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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