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예일대 가짜 박사학위 사건을 계기로 학위논란이 무슨 큰 이슈라고 자고 나면, 눈만 뜨면 짜증이 날 정도로 누구누구 허위 학력 가사들이 대문짝만하게 지면을 채우고 있다.

아울러 때를 만난 것처럼 문화계, 교육계에 이어 연예계로까지 번지면서 가짜 학위논란에 말려든 연예인들이 요즘 뭇매를 맞으며 호된 곤욕을 치루고 있다. 이에 반해 기자들에게는 때아닌 특종으로 인식되면서 일간지는 물론 삼류주간지, 심지어는 지역정보지까지 경쟁적으로 취재보도를 하며 먹이를 좇는 ‘하이에나’가 되어 간다.

그들은 특히 유명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의심이 될만한 먹잇감을 찾아 대학이나 외국 학위 수여기관들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행여라도 심증이 가는 경우 한 건 건졌다며 득의에 찬 웃음을 지어 보인다.

이것도 무슨 유행인가. 지난 7월초 터져 나온 신정아의 학위 위조논란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방송인, 만화가, 건축디자이너, 영화감독, 문화계 대학교수, 연예인출신 대학교수, 심지어는 25만 명의 신도수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도심 사찰 주지스님 등이 학력 허위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인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기자들의 끈질긴 취재 덕분에 밤낮으로 연일 보도되는 이 같은 기사를 접하면서 거짓된 행위를 한 그들을 탓하기에 앞서 중세를 생각게 하는 마녀 사냥식으로 기사화하며 이를 즐기는 듯한 언론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공인의 입장(연예인)에서 이유가 어디에 있든 사회를 기만하고 학생들을 기만한 행위는 정당화 될 수도 없고 변명에 여지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무슨 유행처럼 이어서 터지는 이런 보도는 언론이 뭔가 아주 크게 잘못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같은 생각은 외부인이 개인 신상 문제를 파헤치는 건 분명 인권침해에 해당되고 또 학력사항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밝혀진 사실을 보도하는 자체는 개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설사 누구의 학력사항이 허위가 되고 그 허위여부가 검증의 대상이 되는 경우라 해도 엄밀히 따지자면 ‘이해관계 당사자’ 간에 해결할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기자들이 인기연예인들의 학력위조 또는 학위위조의 사실을 캐내려고 아까운 시간을 소비해야만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더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런 기사들을 보고 흥분이 되어 그들에게 돌팔매질을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들을 보면 마치 공산주의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인민재판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거듭 지적하지만 사회의 공인으로 인식된 연예인들이 거짓을 말한 그 도덕적 해이는 용서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신정아와는 달리 언론에 의해 의도적으로 파헤쳐졌다는데 있다. 특종감으로, 독자들을 의식하고 밋밋한 지면을 채우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그런 보도가 계속해서 나갈 경우 사회에 미칠 영향도 한번쯤 생각해 보았어야 했다.

연일 밤낮으로 ‘가짜, 가짜’가 사회전반에서 판을 치다보니 문득 엉터리가 생각난다.

‘엉터리와 가짜’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닮았는가. 똑같이 표현하자면 부실(不實) 이라고 할 수 있다. 허위학위인 가짜도 문제이지만 합법적인 기관에서 인증 받은 논문이라도 엉터리가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솔직히 학위논문을 자신이 쓰지 못하고 돈으로 논문을 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검증을 할 수는 없지만 남의 논문을 베끼거나 인용한 경우도 많다는 것도 아는 우리가 아닌가.

심지어는 의료계나 종교계의 학위는 돈으로 산 논문으로 인식되는 등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학위도 비일비재하다. 그런 대필 논문자들을 보면 대다수가 학위가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 준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도 자기가 작성한 논문이라도 형식적이고 엉터리가 많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의심스럽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자신 있게 자신의 논문을 내세울 만한 사람은 손을 꼽을 정도일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거짓말쟁이, 위선자로 낙인찍힌 연예인들이 밉다기보다 희생의 재물로 보여 지는 것은 약자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가보다. 돈으로 산 엉터리 논문이 통과되어 인증을 받고 버젓한 자리에서 행세깨나 하는 군상들은 가책도 없이 뻔뻔한 얼굴을 하고 있다. 왠지 모르게 돌을 맞을 사람들이 돌팔매질을 하며 흥분을 하는 것 같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아쉬운 것은 언론의 경우 결과에 대한 사실보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과 문제점 그리고 향후 대책까지도 독자에게 제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사실 기사보도가 아닌 기획, 분석기사까지 쓰면서 인권에 대해서도 신중함을 보여야 했다. 돌을 던지는 사람은 그저 가볍게 던지는 돌이지만 그 돌을 맞는 개구리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생각했어야 옳았다.

허위학력으로 거짓말을 한 연예인들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컴플렉스에 시달리면서 그동안 너무 힘들게 살아왔던 그들이 이 같은 허위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일자리를 잃고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된 점에서 사회인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아프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특히 “~~카더라” “그렇다더라” “ 아니면 그만” 이라는 식으로 기사를 쓴 기자나 이 같은 기사를 읽은 독자들이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실력이 아닌 학력이 잣대가 되는 이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허탈한 기분이 든다.

엉터리와 가짜의 차이는 과연 무엇인가. 엉터리로 기만을 한 사람이나 가짜로 기만한 사람이나 죄질은 똑같다고 본다. 모두가 자격미달로 세상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을 속이는 것이 똑같다는 것이다.

고졸자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살기 좋은 이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는 아무것도 몰라도 졸업장 좋은 것 갖고 있으면 잘 살 수 있고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증서가 없으면 멸시 천대 받는 학벌 사회의 슬픈 나라이기도 하다.

연예인들이 다음은 누구차례인가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 이 참에 엉터리로 학위를 취득한 후 그 학위를 이용하는 뻔뻔한 사람들도 찾아내어 검증을 통한 사실여부를 밝혀보자. 엉터리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사람도 가짜보다 덜 하지는 않다. 지금처럼 마녀사냥식의 몰아치기,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 그것도 힘없고 만만한 연예인들에게만 집중되는 논란은 본질을 왜곡시키기에 충분하다.

정식으로 학위를 받은 사람들 중에서도 "남이 써준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다"고 엉터리였다고 양심 선언을 할 용기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 사회에 잠시 대혼란이 올지라도 언론이 연일 파헤칠 학위문제라면 송사리에 불과한 연예계보다 대어(大漁) 감인 의료계, 학계, 그리고 종교계까지 모두 파헤쳐야 한다.

그래서 박사 실업자가 무지기수로 나오지 않고 또 하찮은 단순 노동일에 취업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손실은 물론 경쟁만 높이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는 아무에게도 돌을 집어 던질 수 없는 사람들인 것 같다. "누구든지 죄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 는 성경의 말씀이 새롭다.

[시인.수필가.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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