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는 현역일 때보다 퇴임 후 미국 국민들에게 더 존경을 받는 전직 미국 대통령이다. 지미 카터는 재임시 정치가로서의 자질이나 능력보다는 그가 가진 인격이 더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그런 지미 카터가 요즘 여론의 따가운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그가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정부는 사상 최악의 부정적 충격을 세계 국가에 미친다”며 부시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이 말이 왜 가장 성공한 전직 대통령으로 평가받던 카터를 곤혹스럽게 만들었을까.

한마디로 미국과 한국의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정치적 정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전 현직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을 금하는 불문율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카터가 이 같은 불문율을 깬 것이다.

지금 부시는 한국의 대통령만큼 지지도가 떨어져 있는 현직 대통령이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 국민들은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카터였기에 부시보다 더 절제되고 예의를 갖춘 표현을 사용했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정서가 높은 수준을 갖춘 미국사회 정치풍토가 이렇다보니 미국이 건재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에 미국이라는 나라가 부럽기까지 했다.

전 현직 대통령간에도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 국민은 차라리 그런 추악함에 감정마저 무딘 국민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야당, 여당간에 차마 듣기 민망할 정도의 독설적인 막말을 함부로 쏟아 놓으며 국민들의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게 만든다.

특히 요즘들어 제1당, 2당 가릴 것 없이 대선 예비후보자들이 난립하면서 경쟁자들을 비난하며 흠집내기에 혈안이 되어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안쓰러운 것은 자기 정책 알리기에도 바쁜 시간인데 누구라 할 것 없이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며 아까운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히 춘추 전국시대를 방불할 만큼 대선 예비후보들이 나와 혈전(血戰)을 벌이는 것을 보면 나라의 앞일이 걱정된다.

이 세상에서 불행한 사람을 꼽는다면 바로 자신의 ‘됨’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남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이라 하겠다. 있어서는 안될 곳에 내가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반대로 자기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알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안다면 그 사람은 분명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평가와 비난도 중요한 요소가 되겠지만 무엇보다 대선 예비후보들이 스스로 자신의 됨을 먼저 국민들 앞에서 평가를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남을 이롭게 함으로써 내가 이롭게 된다는 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불전의 말씀과 먼저 의리를 추구하고 이익은 그 다음에 추구하라는 선의후리(先義後利)를 통해 자신의 단점을 솔직히 털어놓고 최고 지도자로서의 자신의 정책방향을 제시해 보면 어떨까.

국민은 예비후보들의 정치적인 정책을 듣고 싶은 것이지 상대방 단점을 알고자 하는 게 아니다. 제발이지 분수를 알고 착각속에서 국민을 더 이상 우롱하며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고 지도자가 되려면 용맹도 있어야 하겠지만 지(知)와 덕(德)도 있어야 하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알고 용서할 줄 아는 지혜도 있어야 한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지도자가 될 수 있으며, 또 그런 류의 후보 중 어부지리로 대통령에 뽑힌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될 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이 땅에서 어부지리 대통령은 한 분으로 족하다. 그런 어리석음을 겪고 후회하는 우리가 아니던가. 그런 경험을 한 우리지만 아직도 정치권이 호남 출신 전직 대통령의 입김에 흔들리며 알현하기에 바쁘다.

자기 정체성도 없이 눈치를 보며 눈도장 찍기에 바쁜 그들을 보면 한심스럽다. 더욱 한심한 것은 노(老) 정치인의 잘못된 인식에 변화가 없는 국민의 정서다. 제발 입 좀 다물고 있었으면 한다. 대통령은 전(全) 국민이 뽑는 것인데 너무 호남을 의식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제는 우리가 호남 대통령의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그의 악령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떠야 한다. 호남은 대한민국의 일부다. 호남속에 대한민국이 있는 게 아니다. 생각할수록 하나 같이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픈 것은 이런 현상이 정치계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회 곳곳에서, 심지어는 가장 경건하고 맑아야 할 종교계마저 물질에 대한 욕망으로 서로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명예를 얻기에 급급해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교계 지도자들이라 하는 분들이 명예와 감투에 혈안이 되어 주제파악도 못한 채, 언쟁을 하는 것을 종종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이런 잘못된 우리 정치풍토를 당연시 여기는 오래된 관심을 깨뜨려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성경을 보면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고 비난할 자격이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미국 전·현직 대통령 사이에서 보여지는 아름다운 불문율을 우리도 받아들여 정치적 정서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런 정서를 그래도 덜 더러워진 종교계가 나서서 대국민 캠페인을 벌이면 어떨까? 높은 자, 낮은 자 없이 밝은 사회를 만들기 이해 비난이나 헐뜯는 대신 서로를 칭찬하고, 높여주고 배려는 분위기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시인.수필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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