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세 가지 의문'이라는 단편을 보면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때'와 '가장 중요한 사람'과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그는 가장 중요한 때를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이라고 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는 '지금 함께 있는 옆에 사람들'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연인으로서의 人間'이 되는 우리는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사회적 인간'이 되면서 동물적인 욕구를 갖고 살게 된다.

결국 우리 인간은 사회적 인간이자 동물로서 사회라는 집단공동체에서 살아야만 한다. 또 그런 공동 집단에서 살기 위해서는 불가분하게 인간 스스로가 만든 올가미인 규범에 맞춰 살아야 한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공동체 질서를 위해 자신이 하고픈 개인 욕구를 억제 받으며 살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질서 속에서 우리는 가정으로부터 부모·형제들과 인간 관계를 형성하면서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는 가정과는 달리 다양한 계층이 모여 있는 공동체이며 습관, 사물을 생각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으로 다른 조직으로서 인간관계를 갖는데 상당한 어려움과 시간이 따르게 마련이다.

평화롭고 즐거운 사회를 만드는 것은 재능이 많은 어느 한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바로 쓰고 자기의 역할 기능을 충실히 하며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만들어지고 이뤄지는 것이다.

서로가 잘났다며 독불장군 격으로 제 잘난 맛에 서로가 합심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질서는 깨지고 인간관계가 허물어지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조직체란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에 피가 흐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피는 따뜻해야만 한다. 따뜻한 피가 순환되는 조직체란 정(情)이 있게 마련이고 '정'이란 바로 조직원간의 유대관계를 긴밀히 연계해주는 결속력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언제인가부터 '더불어 사는 존재'라는 개념을 잃어버리고 오직 '나'만을 위한 삶의 자세가 되다보니 황폐하고 인정이 메말라버린 차가운 사회로 변해가는 세대가 되고 말았다.

일찍이 한 시인(詩人)이 "지구는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라고 한 말이 어찌보면 이미 이 같은 시대의 모습을 예견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과거 슬기롭게 살아간 우리 선조들의 경우 함께 살며 따뜻함을 나누는 '공동체 의식'이 강한 전통의 역사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인가부터 이런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물론 각자의 개성과 능력이 존중되는 현 시점에서 과거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세대적 차이로 고리타분한 말을 한다고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TV 등 진보된 기계적 문화의 노예가 되는 것은 이 사회를 더욱 위험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 봄직도 좋을 것 같다.

이는 문명의 이기가 물질적 생활을 풍요롭게 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인간관계 형성 등 안정과 평화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5000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온 우리 조상들은 '공동체 정신'이란 아름다운 해결책으로 서로간에 조화를 이루고 경쟁보다는 '나눔의 문화'를 '권리보다 의무'를 선호하며 참된 인간다움 삶을 살면서 비록 가난에 찌들어도 행복을 만끽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서두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때'와 '가장 중요한 사람'과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들은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높은 지식과 상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모든 것들은 바로 자신의 곁에 있을뿐더러 기다릴 필요도 없다.

조용히 티나지 않게 이웃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양평의 한 주부 문인이 최근 남편이 휴가를 가지고 하니까 "차라리 그 시간에 강원도 수해지역에 가서 수재민들의 빨래를 해주자"며 휴가를 반납했다고 한다.

이 분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분이다. 이런 사고를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을수록 이 사회는 따뜻하고 밝고 맑은 사회가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이 순간의 시간에 곁에 있는 이웃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들을 위해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열(10)'이라는 숫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1)'부터 세어야 한다. 아울러 사회라는 집단 공동체 속에서 살다보면 자연히 '해야 할 일'과 '원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이 부분에서도 우리는 어렵게 생각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답은 쉽게 나온다. 그것은 바로 '해야 할 일'들을 먼저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원하는 일'들이 이루어진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늘 염두에 두고 가끔 거울 속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참된 삶을 살아가는 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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