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치매 치료제로 전세계를 '깜짝' 놀래키겠다"

▲"뇌졸중·치매 치료제 개발 자신있습니다. 믿고 지켜봐 주세요."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치매치료제 후보물질 ‘AAD-2004' 실용화를 위해 무려 200억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한 바이오 기업이 있어 놀람을 감추지 못했던 적이 있다.

무엇이 그토록 치매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해서 복지부의 많은 지원을 이끌어 낸건지,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AAD-2004' 등 뇌질환 치료제 연구가 한창인 ‘뉴로테크’의 곽병주 대표이사를 만나보았다.

“관심에 감사합니다“란 말로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그. 위엄을 내세우지 않는 소탈한 성격과 살짝 들어가는 보조개가 인상적이었다.

연세대에서 생화학 학사, 미국 하네만(Hahnemann) 의과대학 신경과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아주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기자에게도 ‘교수님’과 같은 편안한 인상을 주었다.

뇌질환 치료제 연구위해 설립된 '뉴로테크', 뇌졸중 치료제 'Neu2000‘ 임상 예정

그의 관심 분야는 바로 바이오 및 신약 개발에서 가장 연구가 되지 않은 ‘뇌‘.

약이 별로 없어서 강의하기는 편하다지만 “치료방법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얼마나 보람있는 일이냐”며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내비쳤다.

뉴로테크는 김대중 정부가 대학교수에 벤처기업을 만들라고 문을 열어두던 시기인 98년 4월에 뇌질환 연구에 뜻을 같이하는 대학교수 8명이 모여서 설립한 기업이다.

“연구만 하려고 했는데 투자자들이 저를 CEO자리에 앉히더군요.”

투자자들에 대한 보답의 의미였을까. 그는 그간 기업운영 과정에서 ‘벤처 정신’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IT계열 상장기업 '이오리스'의 지분 16%를 취득해 공동대표가 됐다.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한 바이오 기업(뉴로테크)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우회상장' 한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게 무슨 의미인지 뒤늦게 알았다고 털어놨다.

“신약 개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BT+ IT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뇌질환 환자의 경우, 치료하는 곳(병원)에서 약 효과를 알기 위해 환자를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기업(이오리스)이 전략적으로 필요했던 것이지요.”

美 현지 법인 설립…FDA 가이드라인 맞춰 '안전성' 보장

그는 미국 현지 법인 'AmKor' 설립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AAD-2004 이전에 개발한 뇌졸중 치료제 ‘Neu2000'를 국내 제약사에서 임상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국내 제약사의 뇌졸중 임상 경험 부족으로 연구결과를 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미국에 직접 진출하게 된 이유지요.”

‘AmKor'는 약물 임상 실험 및 라이센싱을 하기 위한 '파트너'다. 그는 "현지에서 FDA 가이드라인에 맞춰 재개발한 'Neu2000'에 대해 다음달 임상 신약실험(IND·Investigational New Drug) 심사 결과가 나오면 임상1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FDA 가이드라인은 정말 까다롭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준비를 철저하게 했습니다. 약은 약효보다도 안전한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떤 독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파헤쳤지요. 안정성에서 만큼은 자신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선점'의 이점이 있기 마련인데, 약물의 경우 첫번째 나온다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안정성을 입증한 효능이라는 것이다.'AAD-2004' 블록버스터 약물로 만들고 복지부에 지원금을 돌려줄 것

그는 "복지부에서 Neu2000 개발 실적을 인정해 AAD-2004에 대해 지원받게 되었다"고 했다. 지원금은 AAD-2004의 전임상과 임상 1상에 쓰일 계획.

그는 항간에 일고 있는 특혜의혹을 의식한 듯 “지원금은 충분한 가치를 만들어서 되돌려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AAD-2004까지 미국으로 가지고 나가면 오히려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Neu2000의 경우처럼 투자기업의 투자를 받아서 넘길 경우, 라이센싱을 해도 제대로된 가치 측정이 불가능하기에 이것만큼은 욕심을 내고 싶었습니다.”

국내 제약사들, "슈퍼마켓 주인 말고 함께 대형마트 만들었으면..“

그는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에 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내에 신약 개발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전문가들을 모아서 신약 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 뒀습니다. 각자의 기술 강점을 살려서 네트워킹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혼자서는 연구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이를 나눠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지요.

신약 1개 개발을 위해 공동 투자하는 외국 제약사에 비해 국내 제약사는 ‘슈퍼마켓 주인이 좋다’는 식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대형마트를 함께 만들 수 있는데 아쉽습니다. 외국과 같은 투자 문화가 도입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는 신약이 출시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는 질문에도 ‘그런 질문이 많다‘며 역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출시가 됐다면 애써 약물에 관해 이렇게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실걸요.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될 정도의 치료제가 됐을테니까요.(웃음)

바이오 기업에서 신약을 개발했다면 가치가 수직상승해 600억 정도에서 3조까지도 상승할 겁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아직 임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약물 개발 가능성에 대해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지요."

그는 일례로 LG생명과학의 신약 ‘팩티브’의 아쉬운 점을 들었다.

“분명 노하우를 익혔는데 생각만큼의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입니다. LG생명과학은 신약 개발의 능력이 생겼다고 봐야 합니다. 이때 시장이 더욱 투자할 수 있도록 그 기업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신약 개발의 관건은 ‘투자할 수 있느냐 없느냐’,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 에 우선하는 것이지 당장 눈앞에 보이는 매출액과는 상관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뇌졸중·치매 치료제 개발로 세계적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겠다"

그는 신약 개발의 ‘시간 지연’ 문제 때문에 투자자들이 많이 지쳐하는 점도 토로했다.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를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보려고 합니다. 신약이 발매가 되면 주식을 사고 싶어도 못사지 않을까요.(웃음) 시장이 원하는 것이라면 여러 포트폴리오를 찾으면서 노력할 것입니다. 신약개발이 될 때까지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주면 안되니까요.

릴리, 머크 등 대기업에서도 시장 가능성이 큰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인데 경쟁이 되느냐는 우려도 많이 합니다. 그러나 각자의 전략이 엄연히 다르지요. 어느 것이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우리의 목표는 세계, 특히 약물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약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뇌졸중·치매 임상단계에 있는 약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테니까요.”

연구실과 실험실 내부까지 친절히 안내해준 곽병주 대표이사는 개인적 소망도 신약 개발이라는 점을 들었다.

“지금 하는 일, 지금까지 여기서 했던 모든 일들이 너무 기쁩니다. 환자를 위해서 무언가 노력할 수 있구나하는 것이 말입니다. 나 혼자만의 것도 아니고 남도 아닌 우리를 위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또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무언가 기여를 했다면 그 이상 무언가가 또 있을까요.”

신약 개발에 대한 자신감과 사명감 가득한 그의 환한 웃음이 성과를 거둘 때까지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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