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국민건강 위하는 척 가증스럽다” 맹비난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가 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윤리적 사업관행 워크샵'을 갖고 있다.
부패로 얼룩진(?) 한국 제약시장 지적

지난달 15일 가진 기자회견의 뒷맛이 개운치 않았던 탓일까.

기자회견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KRPIA(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가 5일 오전 서울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윤리적 사업관행 워크샵’이라는 이름으로 제약업계에 윤리경영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번 워크샵은 회원사가 사업윤리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증진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최했다는 것이 KRPIA측의 주장이다.

KRPIA마크 팀니 회장은 “윤리적 사업관행은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한국의 제약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계속 발전하려면 최고의 윤리기준에 근거한 사업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국적 제약업체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윤리경영을 강조한 셈이다.

그렇다면 팀니 회장은 왜 이 시점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문하고 나선 것일까.

KRPIA측은 “지난 몇 년 간 한국의 사업실정에 맞춰 윤리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그들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우선 KRPIA는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한 자체 행동규약(윤리규정)을 두고 ▲한국 보건의료 부문의 투명성 제고와 ▲보건의료 시장의 부패관행 방지 ▲ 부패관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그러면서 윤리규정의 궁극적 목적은 한국제약산업이 더욱 발전하는 데 필수적인 윤리적 사업관행을 증진하는 것 즉, 투명성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제약시장이 그만큼 부패로 억룩져있다는 점을 대놓고 강조한 셈이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대규모 학술대회 등을 통해 마케팅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엄청난 후원금을 쏟아붓는 그들이 윤리적 사업관행을 거론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형식의 차이일뿐 공정경쟁도 아닐뿐더러 부패에 다름아니다.

그러한 KRPIA가 새삼스럽게 워크샵까지 개최하며 윤리경영을 주문하고 나선 것은 최근 정부의 약제비 절감정책을 반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한 속셈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한편으로는 카피약으로 연명하고 있는 국내 토종제약사들의 부도덕성을 은근히 부각시킴으로써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오리지널 고가약에 대한 한국민들의 거부감을 해소해보려는 의도는 아니었는지.

이래저래 찜찜한 구석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7개 환자단체들은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국적제약사들의 이중성을 강도 높게 성토했다.

회원들은 “정부의 약가제도 개혁방안이 새로운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환자치료를 어렵게한다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주장은 뻔뻔하고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한 회원은 “그들의 주장대로 신약의 혁신적 가치를 인정하고, 비싼 가격에 보험목록에 등재된다면 건보재정 부담 가중은 물론, 결국 가난한 중증환자들은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고통받다 죽어갈 것”이라며 “고가약을 팔아먹기 위해 국민건강을 위하는 척하는 그들의 행동은 가증스럽기까지 하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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