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라고 다 같은 ‘사정’은 아니다

의학적으로 정상적인 남성은 고환에서 단백질의 합성을 통해 정자가 만들어지는 기간이 약 74일 정도 걸린다.

생성된 정자는 부고환과 정관을 통과하는 데만 해도 20여 일이 소요되므로 사정을 위해 정관의 끝 부분인 팽대부에 저장되기까지는 무려 94일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성교시 정액의 발사 속도는 매우 빨라 교감신경의 흥분과 동시에 발사 명령을 받아 요도로 압출되는 데는 1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남자가 사정할 때 느끼는 무아지경의 쾌감은 팽대부에 고여 있는 정액이 사정관을 통해 요도로 쏟아져 나오는 바로 그 순간에 느끼게 되는데, 대개 1회 성교시 이 같은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8~9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남성이 평생 동안 성적 쾌감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은 겨우 20시간 안팎.

카사노바와 같은 정열적인 남성도 결국 평생의 성희는 25시간을 넘길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그 찰나의 시간이 성행위의 최종적인 목표지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정액을 배출하는 순간 몸은 경련을 일으키고 뇌 속에서 쾌감물질인 도파민과 베타 엔돌핀이 대량으로 분비된다.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혈액순환과 호르몬 분비, 내장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는다. 그러므로 외모에 생기가 넘치고 혈색이 좋아 보일 수밖에 없다.

입술은 촉촉해지고 눈빛에도 총기가 흐른다. 그 뿐 아니라 모발도 한결 부드러워지는 등 미치는 영향은 실로 전방위적이다.정액의 양과 방출되는 힘은 남성들마다 제각각이다. 특히 연령별로 차이가 나는데 청소년기와 노년기의 대비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영화 ‘몽정기’의 혈기 왕성한 아이들은 철봉대에 몸을 비비고, 사발면을 색다른 용도에 쓰는 등 황당한 방법으로도 넘치는 성욕을 막지 못한다.

반면 칸영화제 수상작인 ‘취화선’에서는 노인이 된 장승업(최민식)이 기녀과 관계를 가지다가 힘없이 정액을 뚝뚝 떨어뜨리고 만다. 사정의 쾌감은 정액이 배출되는 순간에 이루어지는데, 이 정액이 힘없이 분출되면 극치감도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 사정의 쾌감이 무조건 연령별로 결정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20~30대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는 남성이라도 의식적으로 사정을 억제하면 정액을 뚝뚝 흘리게 되는 참담함을 맛볼 수 있다.

억지로 사정을 참다보면 회음부와 골반 근육의 수축이 일어나지 않아 분출하는 힘이 약해져 정액이 똑똑 물방울처럼 떨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정상적인 남성이라도 사정시 쾌감은커녕 통증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사정통이라고 한다. 일시적인 증상일 수도 있지만, 질환 때문에 생길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사정이 잘 되지 않거나 통증이 심하게 지속되면, 성병, 요도염, 전립선염, 정낭염증 등을 의심해 볼만하다. 젊은 남성들이 섹스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이 사정통이다.

과거에는 심리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치부되었지만, 요즘은 사정통의 70~80%가 비뇨기과적 질환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치료가 가능하다. 간단한 정액검사와 소변검사 후에 전립선염을 확인해 보기 위해 수지검사가 필요하다.

온전한 성기능은 신체의 모든 기능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롭게 발휘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건강한 신체가 전제 조건이 된다.

‘사정’이라고 해서 다 같은 ‘사정’은 아니다. 자위와 섹스의 쾌감의 정도는 전혀 딴판이다. 시각, 촉각, 청각, 미각, 후각 등 오감을 활짝 열고 사랑하는 상대와의 접촉을 하는 것이 성관계의 묘미이다.

친밀한 접촉과 사랑의 속삭임을 통해 상대방을 자극시키고 흥분시켜 대뇌에서 이미지를 만들어 쾌감이 최고조에 달한다. 특히,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은 성행위를 제대로 즐길 필요가 있다.

단순한 피스톤 운동이 아니라 서로를 어루만지고 사랑을 표현해야 진정한 성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선릉탑비뇨기과 원장,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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