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성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지간히 친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남자들끼리 군대 얘기하듯 허풍을 섞어가며 하는 이야기 말고, 부부나 연인들 사이의 성관계에서 생기는 진짜 문제를 남들에게 털어놓기란 힘들기 마련이다.

그래도 너무 힘들어서 박식해 보이는 친구에게 은근히 물어보면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이야기만 하는 것이 미덥지 못해 결국 혼자서 고민만 더 하고, 결국 성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작년 연말 친구들 십 여 명이 부부 동반으로 모인 자리에서 부인들이 따로 모여 수다를 떠는 동안 남아있는 남편들에게 은근히 성에 관한 주제를 던져 봤다.

“부부관계 하면서 불 켜고 하는 사람 손들어 볼래?”

처음에는 피식거리며 웃기도 하고 쭈삣거리기도 했지만 술기운 때문인지 곧잘 손을 들어 주었는데, 그 반응이 흥미로웠다.

남편을 기준으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모임이었는데도 막상 손을 든 남편은 반 정도였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좀처럼 꺼내지 않던 부부의 잠자리에 대한 각자의 문제점과 다른 집은 어떤가 하는 호기심들을 쏟아 놓는데, 엉뚱한 오해와 잘못된 상식도 많았지만, 각자가 좋아하는 성에 대한 취향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편들 사이에서도 대담하고 적극적인 이가 있는가하면 아내의 나신을 직접 보기 보다는 깜깜한 상태에서 만지고 닿는 느낌이 훨씬 좋다는 수줍은 이가 있었다.

아내에 대한 이야기 역시 워낙 다양해 결국 집집마다 나름대로의 방법을 개발해서 잘 살자는 결론을 남기고 끝냈다.누구나 성에 대한 기호가 있다. 이성의 신체 중에 좋아하는 부분도 제각각이고, 자신의 성감대도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육체적인 부분보다 상황적인 변화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다양하다.

공공장소에서 남들 모르게 은밀한 스킨쉽을 즐기는데 쾌감을 느끼는가 하면, 주변에서 조금만 바스락 거려도 집중하기 힘들어 한밤중에 자기 집 침대가 아니면 흥분이 안 된다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선호도와 행동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결혼생활을 10년 이상한 부부라도 성에 있어서만큼은 부부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과감함에 극단을 달려 스와핑을 하기도 하지만, 부끄러움을 미덕으로 10년을 거의 같은 분위기에서 같은 방식으로만 부부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부부의 기호에 관련된 문제일 뿐 다른 부부와 구태여 비교할 필요도 없고 비교해서도 안 된다.

다만 한 사람이라도 불만이 있다면 둘은 반드시 타협의 시간을 가져야지, 한쪽만의 독단은 결국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나와 다른 아내의 생각을 반은 인정해 주어야한다. 이런 문제는 남자가 결정하는 거라고 우기면 진정한 성의 교감은 불가능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오늘 아내에게 시험 삼아 물어보라. “여보, 우리 불 켜고 할까? 끄고 할까?”

어쩌면 그동안 아내는 불 켜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명동이윤수비뇨기과 원장,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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