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연히 TV를 보다 중년 남자 탤런트가 상업광고에 출연, 대사 중 '너나 잘 하세요'라는 멘트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몇 해 전 유행했던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라는 유행가가 생각났다.

당시 그 유행가를 들을 때마다 세상인심이 각박해지는 것 같은 기분에 씁쓸한 마음으로 냉소를 지어 보인 적이 있었다. 물론 유행가와 유행어는 말 그대로 한 시대의 역사적인 흐름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나 '너나 잘 하세요'란 이 말은 어떻게 들으면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등줄기에 차가운 전율을 느끼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 만큼 이 사회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남을 배려하거나 생각할 필요 없이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의식이 팽팽해진 것이다. 아울러 인정이 메마르고 사랑이 식어 간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과학의 발달로 이 사회가 물질만능시대로 접어들면서 삼강오륜(三綱五倫)은 가을 낙엽처럼 땅에 떨어진지 이미 오래 되었고 핵가족이 되면서 윤리도, 도덕도 심지어는 가족관계의 위계질서까지도 파괴되는 가운데 사랑마저 퇴색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유행어나 유행가는 한 시대를 흘려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뇌리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사랑이란 말은 유행어처럼 그렇게 흔하게 쓰이지 않는 말이지만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불변한 말로서 유행을 타지 않는 말이다. 다시 말해 사랑에는 쉼표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사랑이 우리 마음에서 점차 지워지고 있다보니 부모도, 형제자매도 안중에 없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가정교육에서부터 학교, 사회교육이 모두 변질되면서 인간들이 기계처럼 정확해지고 영리해지는 반면 아주 냉철한 마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을 생화학적 가치로 따지자면 다른 동·식물만도 못한 볼 품 없는 존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인간은 무한한 가치와 정신을 갖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성경을 보면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 이라고 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사실 사랑을 느끼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그것을 오랫동안 지키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정말 어려운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억지로 잊기 위해 몸부림치면서도 그리워하는 사랑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옛 말이 있듯 사랑이란 자신이 마음을 쏟은 만큼 깊어지는 것이다. 아무 고통도 느끼지 않으면서 아름답고 포근한 사랑을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과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증오나 분노는 하나이지만 사랑만큼만은 사람마다 그 느낌이 각기 다를 수도 있다. 어쩜 이런 느낌의 차이는 이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까닭에 미물에 불과한 우리가 이 세상을 올바로 이해 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매한 인간들이 '인간의 사랑' 과 '예수님의 사랑' 을 분별하지 못한 채 같은 단어의 뜻으로만 생각하다보니 이 세상이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머리만 복잡해지는 것 같다.

논설위원 안호원 (시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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