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욕(無慾)과 내면의 성숙, 그리고 인간 사랑을 강조한 'Guiding Souls(영혼들을 인도하며)'라는 책을 펴낸 저자이기도 한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

75세가 되도록 독신으로 살아온 그는 자칭 국민에게 봉사하는 토종과학자이면서도 고향의 한 이공계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기도 했던 교수이자 소탈한 구도자다.

그는 저서를 통해 "따로 바라는 게 있거나 마음이 권력에 가 있으면 이기심이 발동해 새로운 게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며 무욕이 창조적 공직 수행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 한국 국회에서 연설한 그의 책을 우리나라 정치인들이라면 모두가 한번쯤은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인 것 같다.

지난 12일은 동안거 해제의 날이다. 겨울 석달간 선원에서 벌겋게 단 무쇠덩이를 삼키듯 용맹정진하던 스님들이 또 다시 이 날을 계기로 만행(萬行)의 길을 나섰다.

깊은 산 속 선원에서 겨울 한철 생사의 고리를 끊으려 용맹정진한 스님들이 다시 바람을 짊어지고 세속에는 미련이 없다는 듯 길 떠날 차비를 서두른다.

산문(山門)을 나서는 이들에게 어디로 가는지를 물어보았다.

어떤 스님은 지리산으로, 또 어떤 스님은 백양사로 간다고 했다. 또 어떤 스님은 토굴에서 여름 안거까지 수행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한 스님은 발길이 닿는대로 무작정 세속 회향을 해보겠다며 눈 덮인 산길을 따라 내려간다.

이에 앞서 자연주의 사상가이자 실천가이며 한 때 불교신문 주필을 역임한 법정스님이 수행자들에게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라는 무소유(無所有)의 참된 가치를 설파했다.

이와 함께 법정스님은 "더 이상 나눌 것이 없다고 생각될 때도 나누어주라"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가가 아니고 불필요한 것에서 내가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달려있다" "자주 버리고 떠나는 연습을 하라.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곧 자기답게 사는 것이다"라고 했다.

한동안 눈이 오지 않아 얼음을 깨 식수로 쓰며 한 방울의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느꼈다고 하는 스님은 마음도 흐르는 물과 같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흐름으로써 자신도 살고 만나는 대상도 산다는 뜻이다.

특히 스님은 흔히 우리가 마음을 닦는다고 말하지만 그런 애매한 말보다는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가 수행의 근본이라고도 했다.

그림자가 실체를 따르듯 좋은 마음을 보이면 바로 천당이요, 나쁜 마음을 갖고 있으면 바로 그 곳이 괴로운 지옥이 된다는 것이다.

노(老) 스님은 다시 말한다. 까닭 없는 결과는 없다. 좋은 쪽으로 마음을 써야 인생의 새 봄을 맞이할 수 있다며 법문을 모두 마쳤다.

한 때 민주화 운동을 할 때 박해를 받으면서 증오심을 품은 적이 있었다는 스님은 중(스님) 노릇하는데 본분이 무엇인지를 자문자답하며 본래의 자리인 산(山)으로 들어왔다고 회고한다.

바다에서 오래 살면 바다를 닮고 산에서 오래 살면 산을 닮는다고 말하는 스님은 "사람은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가"라는 질문에 재물이나 명예는 부수적이다. 이웃에 덕을 얼마나 베풀었느냐가 본질이라고 답하며 홀로 있을수록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포용력,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 사회는 고행을 하는 스님들뿐만 아니라 자기를 버리고 밝은 세상, 밝은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고독과 고행을 자처하는 신부·수녀·목사 등 수도자들이 많다.

그런 수도자들 덕분에 이 세상이 황폐해지고 이웃에 덕을 쌓지 못하고 따뜻한 마음이 식었어도 아직까지 존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득 외롭게 고독을 느끼는 수행자의 삶과 현실에 안주하는 세속인과의 관계에서 누가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누가 더 행복한 사람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행복한 자는 가장 많은 이웃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알버트 슈바이처의 말처럼 진정한 행복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할 때 생기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 것인가를 추구하고 찾아내는 사람이다. 다른 이와 행복을 나눌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는 말이다.

월선스님 말씀처럼 힘든 삶일지라도 세상을 너무 미워하지 말자. 원망도 말자. 그리고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다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기도를 하자.

안호원(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장. 교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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