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열망 속에서 피어난다!

스스로를 ‘외딴집’이라 여기고 세상의 파고에 맞서 온 소설가 서영은이 젊은 날의 방황과 갈등을 뒤돌아보며 써내려간 에세이 <내사랑이 너를 붙잡지 못해도>(해냄출판사)가 출간됐다.

자기주장이 강했던 한 소녀가 강릉 바닷가에서 성장기를 거쳐 소설가의 길로 접어들기까지, 또 스무 살 품었던 사랑에 대한 환상과 현실 속의 사랑을 이야기한 기록이다.

이 책은 여성에게 열정적인 삶이란 무엇인가를 되새겨준다.

독립심을 길러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는 작가는 사춘기 시절에 겪은 질병으로 인해 문학을 접하게 되었고 밝힌다.

제도권 밖의 생활을 지향함으로써 외톨이 생활을 견뎌냈던 그녀는 시대를 한 단계 뛰어넘었던 자신의 삶에 있어서 청춘의 방황과 고뇌를 이 책속에 담고 있다.

현실 속의 사랑이 아닌, 환상의 둘레를 한 겹 더 싸놓은 듯한 사랑의 환상에 매달려 있던 스무 살.

작가는 나밖에 모르는 남자보다는 이미 사랑을 경험했기에 사랑을 더 귀하게 여기는 남자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사랑이란 어떠한 희생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어렵고 힘든 것이라고 단정했다.

직장이나 조직에 매이기 싫어했던 작가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고, 박경리 선생의 추천으로 김동리 선생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그때, 블랙홀 안으로 자그마한 행성들이 빨려 들어가 듯 작가는 사랑이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한순간 사로잡히고 말았다고 고백한다.

두 번의 결혼으로 더 이상 개인사를 외부에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던 선생의 마음을 읽은 작가는 그 차선(次善)의 사랑에 감동한다.

김동리 선생의 부인인 손소희 선생과의 묵언의 불화도 서술되어 있지만, 그녀들의 인내와 지고지순한 사랑은 세속의 질투를 초월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의미에서 이 책은 한 여성 작가가 살아온 젊은 날의 방황과 열정을 통해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주체하기 어려운 뜨거운 젊음이 소설가 서영은을 만들었듯이, 우리 내면에 숨겨져 있어 더 소중한 작은 불꽃 하나를 발견해 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책이다. 244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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