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구상에는 수천을 헤아릴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언어들이 있다.

그 중에는 서로 유사한 종류의 것들도 있고, 또 몇 가지 종류의 높은 문화들을 발전시킨 언어들도 있다.

모든 언어현상의 근본적인 형태는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특히 모든 생물중 인간은 이런 이야기 속에서 노래와 역사와 대화가 나타나게 되며, 이야기에서 말들이 드러나게 된다.

그런데 그런 말(言語)이 무엇이냐고 정작 묻는다면 쉽게 설명을 하기가 어렵다.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말의 힘의 울타리 속에서 성장하게 되고 그의 일생을 통해서 그 울타리의 보호를 벗어나지 못한 채 죽을 때까지 말의 배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개인의 삶을 영유해간다.

딜타이는 인간을 역사적인 존재라고 했는데 이것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개인의 삶을 넘어서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언어가, 인간의 삶과 이를 통해서 그의 존재를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비춰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만약 말을 갖지 아니한 인간을 상상할 수 있다면 그는 아직 자연적인 존재, 곧 동물 그대로일 것이다.

그런 말의 소중함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흉기가 되어 서로간에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또 좌절에 빠져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와 "혀 밑에 도끼가 들어 있다"라는 말이 있다.

결국 이런 속담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아마 아무리 입술에서 나오는 말일지라도 조심을 하라는 것일 것이다.

언어란, 감정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인격이 포함되어 있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낫 놓고 'ㄱ'자를 모를지라도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말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말이란, 지적(知的)으로 대하기에 앞서 마음(心)으로 대할 때 모든 것이 통하고 이루어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인격이다.

내가 쉽게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는 독약(毒藥)이 될 수도 있고, 보약(補藥)이 되어 힘을 줄 수도 있다.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의 경우도 학교에서 저능아 취급을 받으며 요즘 말로 왕따를 당했지만 모친은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너를 제대로 못 알아보는 것 같다"며 위로를 통해 기(氣)를 살려줌으로 해서 뛰어난 수학능력을 발휘, 훌륭한 과학자로 명성을 날렸다.

프로이트는 그의 저서 '꿈의 해석'에서 자신이 위대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던 것은 "너는 장차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이다"라는 어머니의 말을 믿으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기 일쑤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경우도 그의 할머니가 "넌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어. 할머니는 너를 믿는다"는 말에 용기를 얻고 일어선 것이다.

반면, 어떤 이는 모욕적인 말을 듣고 그 말을 삭히지 못한 채 흉악범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말 한마디의 힘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며 한사람의 인격을 행·불행으로 갈라지게 만든다.

다른 것과는 달리 말에는 지식과 학력이 필요하지 않다. 오직 따뜻한 사랑이 담긴 말로 부족하고 낮은 자에까지 평등함을 주며 믿음을 줄 수 있으면 된다.

간혹 한잔하고 귀가한 남편이 우쭐해진 기분에 자기 자랑을 하면 묵살하지 말고 맞장구치는 말을 하며 위로를 해야 한다.

또한 아내가 수다를 떨고 가사노동에 힘들다고 말할 때도 마찬가지로 그렇겠다고 인정하는 말을 하면서 위로해야 한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은 더욱 더 스트레스가 쌓이게 마련이다. 서로가 힘들다. 그나마 행복한 가정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때다.

필자의 경우 주로 주일날만 타는 10년 넘은 차가 한 대 있다. 10년이 되다보니 요즘은 고장 횟수도 늘고 간혹 시동이 걸리지 않아 곤욕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아내가 중고차를 탓하며 속상해 하지만 난 그런 아내의 입술을 막으며 함부로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생명이 없고 귀가 없어도 행여 망령이라도 부려 사고를 낼까 염려가 돼서이다.

더 큰 이유는 10년을 모신 주인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자신의 작은 입술이 꿈과 희망을 주는 그런 말을 하는 입술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논설위원 안호원(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장. 교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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