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지우들로부터 “어떻게 지내느냐 ?”는 안부 전화를 곧잘 받는다. 듣기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도 있는 인사기도 하지만 아마도 언론사를 떠난 지 몇 해가 지나다보니 무척이나 궁금한가보다. 그럴 때마다 난 무조건 열심히 산다고 말을 한다. 물론 내 자신이 생각해도 열심히 산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사실 열심히 사는 만큼 예전과는 달리 경제적 도움은 별로 되지 않는 것 같다. 나이든 원인도 있겠지만 수입이 시원찮으니 늘 아내와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때로는 모두를 던져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누군가가 사람은 일생동안 세 권의 책을 쓴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제 1권은 ‘과거’라는 제목으로 쓴 책이고 제 2권은 ‘현재’라는 제목으로 나머지 3권은 ‘미래’라고 하는 책이다. 이 부문에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는데 ‘과거’라는 책은 집필이 이미 끝나 읽혀진 책이 되어버렸고 ‘미래’ 라는 제목의 제 3권 역시 아직은 집필을 준비중에 있는 상태다.

중요한 것은 ‘현재’라는 제목으로 쓰여지고 있는 제 2권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마음에서 난 현재를 중요시하고 또 현재라는 제목의 글을 쓰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과거가 화려했어도 또 미래가 훌륭하고 유익하게 엮어진다 해도 현재라는 현실이 충실치 못하면 별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의 삶을 열심히 살지 않는다면 미래의 삶 또한 결과는 강 건너 불 보듯 뻔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간혹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사는지를 생각하기도 하고 때론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고민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같은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 자신이 그 행복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마치 밝은 곳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그림자를 어둠 속에서는 찾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늘 반복되는 초라하고 지루한 일상의 나날이라도 마음과 생각을 바꿔 작은 일에도 즐거움과 웃음을 나누며 하나님이 주신 대자연 속에서 소중한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산다면 바로 그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하루하루를 시행착오와 실패로 이어져 좌절감이 들더라도 믿음과 애정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오늘을 열심히 산다면 물질적 빈곤은 있을지라도 가치 있는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살다보면 삶에 지치고 또 지친 나머지 생을 포기하고픈 때도 여러 번이나 된다. 그러나 이 험난한 세상에서 하나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안 후에는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다보니 마음에 여유를 갖게 되고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오늘만큼이라도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 충만함이 내게 있기에 열심히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료를 제 때에 못 받을 때도, 설령

더러는 힘들고 서러움에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도 있지만 곧 바로 마음의 평온을 찾으며 주위 사람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럴 때면 힘이 생긴다. 아울러 떠오르는 것은 하나님 다음으로 나를 지켜봐 주고 변함없는 사랑을 주는 아내와 딸의 모습이다. 그 모습이 떠오르면 삶에 대한 행복을 느끼며 왜 내가 살아있어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 같다.

나를 아는 지우(志友)들은 하나 같이 나를 두고 밝게, 열심히 산다고 한다. 분명 그 말은 맞다. 그렇다. 난 열심히 살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쓴다. 매주 2편씩의 시를 쓰고 또 두 군데 신문에 고정칼럼을 연재하고 때로는 문예지에도 원고를 쓰기도 하면서 강의 준비도 하는 등 외로운 ‘인성회복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난 언제나 행복한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오늘’을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을 한다. 때로는 흐르는 눈물을 참기 위해 입술을 지긋이 깨물기도 하면서 밝음을 잃지 않는다. 또한 남들이 뭐라 하든 배우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그 뜻이 이뤄지기를 기도한다.

세상에는 당연히 줄 것을 주지도 않고 뻔뻔한 얼굴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분은 지난해부터 책이라도 사보라고 매월 일정액을 남몰래 주시는 분도 있고 또 어떤 분은 가끔 얼마인가를 쥐어주며 용기를 잃지 말고 살라며 격려를 하기도 하는 분도 있다.

이런 분들이 있기에 난 열심히 살고 단 하루를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우리에게는 오늘의 시점에서 어제가 있고 내일이 있다. 그러나 오늘을 충실하지 못한 삶을 보낸다면 그 미래의 삶 또한 충실할 수가 없다. 따라서 그런 소중한 삶을 위해서는 ‘오늘’이라는 날만이라도 열심히 사는 우리가 되어야 하고 또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논설위원 안호원(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장. 교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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