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이 세상을 살다보면 별의 별일이 많기도 하겠지만 본인의 뜻과는 달리 자신이 왜곡되게 비쳐질 때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당사자들은 아픈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런 아픔을 생각지도 않게 겪었다.

필자가 입은 상처에 앞서 그 같이 잘못된 생각으로 맘이 많이 상했을 상대의 아픔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아프고 우울해진다.

특히 이해해줄 줄 알았던 사람이 그렇다면 더욱 속상해지는 마음이다. 어쩜 그런 생각을 갖기까지는 너무도 의지하고팠던 사람이 자기 기대에서 벗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밖에는 없다. 문제는 매사 자기 기준에서 판단을 한다는데 있다.

경우에 따라서 상대는 처음의 모습과 행동에 대해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불구, 자기 척도에서 오해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는 어떤 행동과 말을 꺼내기에 앞서 신중함을 보여야 한다.

말이란 엎질러진 물처럼 한번 쏟아 놓으면 담을 수가 없다. 또한 쏘아버린 화살 같기도 하다. 아무리 닦아도 물기의 흔적이 남는다. 또한 화살을 뽑아내도 그 꽂힌 자리는 상처가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옛말에도 항상 말을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얼마 전 오후 늦은 시간에 오른쪽 어깨부위에 통증이 오고 움직이는 것이 불편해 침을 맞으러 한의원을 간 적이 있었다.

접수를 하고 자리에 앉으려 하는데 문자메시지를 받고 저으기 놀랐다. 출판사에서 왔는데 '작가'가 원고정리를 하다 말도 없이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즉시 작가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받지를 않는다. 설마 하면서도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몇차례 보냈지만 그야말로 깜깜무소식이다.

결국 전화가 올 때를 기다리다 진료도 받지 못하고 한의원을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보니 시간도 다 되었지만 치료를 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작가가 기분 나쁜 인상으로 갔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그 사이 직원들의 마음은 얼마나 황당하고 속이 상했을까 생각하니 더욱 더 속이 언짢아졌다. 뭔가 이유라도 듣고 싶어 계속 전화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통화가 되지 않는다.

우울한 마음을 풀겸 아내에게 강바람이나 쐬자며 운전대를 잡았다. 다른 때와는 달리 아무말없이 운전을 하고 있으니까 느낌이 이상했는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며 아내가 걱정스런 모습으로 날 바라본다.

아무소리 하지 않고 아내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아내 역사 아무소리 하지 않았다. 손이 무척 따뜻했다. 그렇게 침묵속에서 강변을 질주했다.

한강둔치에 차를 세우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작가의 번호가 찍혀있다. 반갑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했지만 반가운 마음이 더 커 문자를 보았다. "말과 행동이 달라 실망을 했다"란다.

순간 왜 내가 이래야 하고 또 그런 왜곡된 모습으로 보여지는지 짜증스러워지기까지 했다. 문자로 답신을 할까 생각중에 있는데 또 벨이 울려 받았더니 그 작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원고정리를 하다보니 순간적으로 짜증이 나서 그냥 나왔지만 일거리를 갖고 왔으니 걱정말라며 미안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마음이 풀려 전화를 했다며 없었던 일로 하고 잊어버리라고 한다.

문득 며칠 전 강의시간에 한 말이 생각났다. 학생들에게 친구들과 의견 다툼을 하면서 "다시는 안만날거야" "이제 너와는 끝"이란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던 그 말이 생각났다.

그러면서 "며칠 지나고 나면 다시 만나는 친구이면서 자기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그런 마음 약한 소리를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 무슨 철천지원수라고 다시는 만나지도 않고 버젓이 옆에 있는데 "이제는 끝"이란 말을 함부로 한다는 건 분명 잘못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그래서 말이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옛말에도 있지만 요즘에도 말을 잘못해서 상대와 본인에게도 아픔을 주고 상처를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을 주위에서 많이 보아왔던 우리다.

그 작가의 말처럼 그깐 것 무슨 대수라고 기억을 하겠는가. 없었던 일로 하고 잊어버리라고 했다. 그래, 그래야지. 잊어버리는게 아니라 아주 저 깊은 강물에 던져 잃어버릴거다.

"당신은 어쩌다 그렇게 손해만…."
아내의 목소리가 여의도 서쪽 귀퉁이 끝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철부지 같은 작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얄미운 녀석, 그럴걸 왜 이렇게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지. 가뜩이나 참고 사는데, 이골이 나고 힘이 드는 세상인데….

논설위원 안호원(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장. 교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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