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유진 교수

황사 등의 대기오염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건강을 갉아먹고 있다. 3∼4월에 집중되는 황사는 농작물과 산업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줄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호흡기, 눈, 피부 등 건강을 위협한다. 그렇다보니 정부에서도 올해부터는 중국 내에 5곳의 황사관측소를 설치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황사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도 이달 후반 이후 발생할 올해 황사는 예년보다 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일과 8일 시야가 뿌옇게 흐려질 정도로 미세먼지 비율이 증가하면서,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가 공기 중에 섞여 있는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이렇듯 아무런 대책을 세워놓지 않다가는 건강을 해치기 쉽다. 특히 노약자와 호흡기질환자들은 외출을 삼가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자원부에서도 어린이 보호대책을 시행하기로 하고 황사주의보가 내려졌을 경우 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학생들의 실외활동을 자제시키고, 황사경보가 발령될 경우에는 단축수업과 임시휴교 등의 대응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봄철 황사를 비롯한 대기오염 속에서 우리의 건강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건양대학교병원 교수들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황사란?

봄철 건조해진 중국의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사막 및 황하 상류지대에서 발생하는 황사는 겨울 내내 얼어 있던 토양이 녹으며 잘게 부서져서 대기 중에 떠다니기 쉬운 20㎛(마이크로 미터) 정도 크기로 변한 '미세먼지'를 말한다.

여름에는 강수가 있고, 가을까지는 땅에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흙먼지가 발생하지 않지만 겨울이 지나면서부터는 흙먼지가 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특별히 봄철이라는 계절적인 특성을 띠고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황사는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3㎞ 이상의 상공으로 올라갔다가 편서풍을 타고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까지 날아오게 된다.

황사의 주성분은 미세한 황토먼지이지만 최근 중국의 산업화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황사 속에 섞여 있는 실리콘, 구리, 납, 카드뮴, 알루미늄 등 중금속의 농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국민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작은 오염된 먼지들이 사람의 호흡기관으로 깊숙이 침투하면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눈에 들어가면 결막염이나 안구건조증 등의 안질환도 유

봄철 우리나라로 한꺼번에 날아오는 황사의 양은 약 100만t 가량으로, 10t 트럭 10만대가 옮겨야 하는 엄청난 양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흙먼지가 대기를 오염시켜 공기 중의 먼지량이 평균 4배나 증가하게 되므로 우리 건강에는 많은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황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

▶호흡기질환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가 되면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호흡기 환자들로 병원이 유난히 북적댄다. 황사에 포함된 분진 등이 오존이나 태양광선과 반응해 인체에 해로운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을 생성한다. 이 물질은 만성기관지염의 증상을 악화시키며, 면역기능이 약하고 폐활량이 적은 어린이와 노인에게 폐렴 같은 호흡기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만성 폐쇄성폐질환자의 폐활량을 떨
실제로 황사는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미세먼지의 양을 황사가 없는 날보다 평균 45% 정도 증가시킨다.

황사 자체는 입자가 커서 대부분 폐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기도를 자극해 기침이나 가래 등의 증상을 유발하고 몸의 1차 방어선인 코와 기관지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어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우리 몸 안으로 쉽게 침입해 감기 등 호흡기 질환에 쉽게 노출되게 한다.

따라서 노약자, 어린이, 흡연자, 오염된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평소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질환과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사람은 외출을 자제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책 : 천식환자 및 폐질환자는 황사가 심할 때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황사가 심한 날에는 창문 등을 닫아 외부공기의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 공기정화기와 가습기로 실내공기를 정화시키고 습도를 조절해주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안과질환(알레르기성 결막염)

황사현상이 지속되면 눈병 환자가 급증하고 안과를 찾게 된다. 황사와 봄철의 건조한 공기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눈이 가렵고 눈물이 많이 나며 빨갛게 충혈되고 눈에 뭔가 들어간 것처럼 몹시 거북함을 느끼는 것이 주된 증상이다. 눈을 비비면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고 증세가 심할 경우 흰자위가 부풀어오르기도 한다. 이 외에도 황사현상에 의한 안질환으로는 눈물 분비가 줄어들

대책 : 이때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부득이 외출해야 할 경우 보호안경을 착용하거나, 귀가 후에는 손을 씻고 세안을 하여 청결을 유지하고 생리식염수나 인공누액 등으로 눈을 씻어낸다. 그러나 소금물은 눈을 자극하므로 피해야 하며 과도한 세척은 오히려 해가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충혈되거나 가려움증, 이물감등 결막염 초기 증세가 의심되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처방에 따라 안약을 써야 한다. 함부로 자가 진단해 안약을 장기간 사용하면 녹내장이나 백내장 등 더 큰 병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비인후과질환(알레르기성 비염, 후두염)

황사로 인해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질환으로는 알레르기성 비염과 후두염이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으로는 재채기가 계속되고 맑은 콧물이 흐르거나 코가 막히게 된다. 후두염에 걸리면 목이 칼칼하고 침을 삼킬 때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목소리가 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대책 :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귀가 후에는 미지근한 물로 콧속을 씻어내 주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예방할 수 있다. 후두염의 경우 되도록 말을 하지말고 목구멍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실내 습도를 조절하며 담배와 같은 자극제의 사용을 피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원인을 제거하고 안정을 취하면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많지만 합병증의 예방을 위해 전문의를 찾아 치료받는 것이 좋다.

▶피부과질환

황사로 인해 피부가 가렵거나 두드러기 등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황사와 함께 봄철의 건조한 날씨와 오염된 실내공기로 인해 피부가 혹사당하게 되며, 심한 경우 발진이나 발열, 부종으로까지 이어지는 피부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책 : 외출 시에 황사에 노출되지 않도록 긴소매 옷을 입고, 귀가 후에는 반드시 손과 발 등을 깨끗이 씻는다. 피부에 로션 등을 발라 흙먼지가 직접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황사 및 대기오염으로부터 건강 지키기

사실 황사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에는 개인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은 없다. 하지만 일상의 청결과 함께 평소 질병에 따른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실천한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우선 외출 후에는 반드시 노출부위를 깨끗이 씻고 가능한 한 물을 많이 마셔주면 좋다. 입안이 마르면 먼지를 밖으로 밀어내는 점액 섬모의 활동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담배연기도 이 섬모의 기능을 방해한다. 공기가 나쁠수록 입보다는 코로 숨을 쉬는 것이 좋다. 코로 들어온 먼지를 코털과 점막이 흡착하여 걸러주기 때문이다.

실내공기는 정화기 및 가습기를 이용하여 쾌적하게 유지해주고, 외출시 필요한 보호안경, 마스크 등을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또한 포장되지 않은 식품은 조리·가공 및 운반 시에 오염이 되지 않도록 위생용기를 준비해 놓고 사용하도록 하며, 황사에 노출된 채소, 과일 등 농수산물은 충분히 세척한 후 섭취한다. 특히, 식품가공 및 조리 종사자는 철저한 손씻기 등으로 2차 오염을 방지하도록 해야 한

황사가 발생하는 기간 중에는 황사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특히 천식환자, 노인, 영아, 호흡기질환자 등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황사가 실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 등을 닫고, 외출 시에는 보호안경, 마스크, 긴소매 옷을 착용하도록 한다. 콘택트렌즈 사용자는 콘택트 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기온이 높아지면 대기 중 오염물질의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평소 야외에서의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운동시간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좋다. 운동 중에는 휴식상태에서보다 최고 2배나 되는 공기량을 호흡하기 때문이다.

아황산가스는 보통 오전 8∼10시에 대기 중 농도가 높아지고, 미세먼지는 9∼11시, 오존은 2∼4시께 농도가 높아진다. 이런 시간에는 운동을 피하는 게 좋다. 특히 황사가 심해지는 3~4월에는 운동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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