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도 웰빙 트렌드가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웰빙에 대한 소비자 니즈의 존재,웰빙 관련 산업의 태동 등 향후 성장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모 인터넷 쇼핑몰에서“웰빙”이란 키워드로 상품 검색을 해 보았다. 식품에서부터 가전, 여행 상품, 심지어 애완용품까지 거의 전 영역에서 3백개 이상의 웰빙 상품이 검색되었다. 너무 많은 영역에서 웰빙이란 키워드를 도용하고 있다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이제 웰빙은 주요 소비 트렌드이자 마케팅 키워드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비단 우리 나라만의 고유한 트렌드는 아니다. 웰빙 관련 트렌드는 이미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미국에서에서는 건강과 환경이 결합된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 을 의미하는 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란 이름으로 유기농 농산물, 에너지 효율 가전제품, 대체 의약품, 요가, 환경친화적인 여행상품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고액 연봉을 포기하더라도 생활 패턴을 여유롭게 바꾸어 여가를 즐기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만족을 추구하는 느림보족을 일컬어 다운시프터(Downshifter)라고 칭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도 이러한 웰빙 유사트렌드가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중국을 선진국이라 말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트렌드가 단시간 내에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3억 거대시장을 감안한다면 웰빙 트렌드가 사회 일부에서만 확산이 되더라도 기업에게 소비시장으로서의 매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중국 웰빙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진단해 보고 기업에의 시사점을 도출해 보도록 하자.

도시인구의 소비 형태가 선진국형으로 전환 중

중국에서 웰빙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먼저 소비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도시 거주 인구를 중심으로 선진국형 소비 형태로 점차 전환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1990년 중국 도시 인구는 전체 소비의 80% 이상을 음식류, 의복, 가정 용품, 주거 등 생계형 소비에 사용하였고, 교육/문화, 의료, 교통/통신 등 선택적 소비에는 12% 정도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2002년에 와서는 생계형 소비의 비중은 64%로 줄어든 반면, 선택적 소비의 비중은 32%로 크게 증가하였다. 2002년 한국 도시 인구의 의료, 교육, 교양오락, 교통/통신의 지출 비중이 37%임을 감안한다면 중국 도시인구의 소비형태도 선진국의 소비형태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상류층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웰빙 시장의 전망을 밝게 보는 요인이다.

중국 도시 인구 1인당 연간 가처분소득의 계층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위 10%의 연간 가처분 소득이 1990년 2,448위안에서 2003년 21,847위안으로 연 평균 18% 성장한 반면, 하위 10%의 연간 가처분 소득은 1990년 761위안에서 2,590위안으로 연 평균 10% 성장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소득이 크게 늘어난 상위 계층은 선택적소비, 즉 웰빙 상품에 대한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소황제 세대의 대두로 선택적 소비 확대 전망

선택적소비증가현상은향후에도지속될것인가?

먼저 교육 측면에 있어서는 1978년 이후 태어난 소황제 세대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향후 이들에 대한 교육 지출이 대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들 세대를 중심으로 인터넷, 휴대폰, 홈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정보/통신 지출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특히 브랜드에 민감하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들이기 때문에 기술 발전 및 새로운 모델의 지속 출시는 이러한 수요를 더욱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교통에 대한 지출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BNP Paribas의 보고서에 의하면 2003년 현재 중국 도시 지역의 자동차 보급률은0.88%에 불과하고 2010년까지 4~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향후 1,000만~1,500만대의 추가 수요를 발생시킴에 따라 자동차에 대한 소비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 측면에서도 의료 체계 개선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 의료 장비, 제약 등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웰빙과 유사한 소비 니즈는 이미 존재 이렇게 소비구조가 선진화된다고 해서 웰빙 관련 소비가 직접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고속 성장을 지속하는 사회일수록 금전적인 보상을 위해 건강이나 개인의 여가를 희생할 가능성이 많고, 과도한 개발로 인해 환경 문제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실시한 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의하면, 중국 시장에서 이미 개인생활의 편리함과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웰빙과 유사한 니즈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대상으로“프리미엄하면 어떠한 모습이 떠오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다음과 같은 대답들이 나왔다.

● 귀족화(貴族化)
이는 웰빙 관련 소비 니즈 중 가장 상위 개념으로서 물질적 풍요함 이외에 사회적인 신분까지 보장되는 생활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진 동시에 물질적으로 아무런 부족함없이 최고급 제품을 소비하면서 여유롭게 사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다. 특히 중산층의 경우, 이러한 귀족적인 생활에 대해 강한 동경심을 나타내고 있었다.

● 향수 생활(享受生活)
‘향수 생활’은 한국어로‘삶의 향유’와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국의 소황제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계층은 삶의 향유를 인생의 주요한 가치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풍족한 경제 성장 환경 속에서 자라난 이들은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유행의 흐름을 이끌고 대중과는 다른 생활을 향유하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들은 저축보다는 소비에 가치를 두며, 마이너

● 건강 생활(健康生活)
이는 육체적인 건강보다는 정신적인 건강을 의미한다. 특히 서민층들은 물질적인 풍요로움 보다는 정신적인 즐거움, 심리적 편안함을 더욱 중요한 삶의 가치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의 질적인 수준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야 하지만, 무리한 물질 추구로 자신의 정신적인 안정이 깨지는 것은 경계하는 것이다.

● 샤오캉 사회(小康社會)
샤오캉 사회란 사회 전 구성원이 중등 수준 이상의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는 개인의 생활 수준 향상뿐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화합하면서 발전하는 사회란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웰빙을 정의해보면,“웰빙은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육체적인 것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과 행복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심신이 조화롭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는 삶의 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흔히‘웰빙족’이라 부르고 있는데 이들은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다.

첫번째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이들은 재활용이 가능하며 특히 인체에 유독한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제품을 선호한다. 환경보호, 안전 등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기 청정기, 무독성 페인트, 항균 내장재 등이 관련 상품에 해당된다.

두번째 키워드는 건강 지향이다. 많은 사람들이 웰빙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건강 관련 제품들이다. 검은 콩, 유기농 야채를 선호하며 요가, 명상 등 육체 및 정신 건강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세번째 키워드는 개인과 가족 중심이다. 이들은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여유로운 삶을 선호하며 개인의 여가활동과 가족과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 많은 돈을 지출한다. 여행, 레저 등의 상품이 이러한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웰빙의 주요 키워드와 비교해 보더라도, 중국 역시 생활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삶의 여유를 누린다는 의미에서 웰빙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웰빙 관련 산업은 서서히 태동 중

이러한 웰빙 니즈를 반영하여 중국에서도 서서히 관련 산업이 태동하고있다. 가전 산업의 경우를 살펴보자.

최근 중국 정부는 고속 성장에 따른 환경 오염, 에너지 문제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들 역시 지난 해 사스(SARS)를 겪으면서 건강 및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가전 업체들은 앞다투어 친환경 가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파나소닉(Panasonic)의 경우, 항균 및 에너지 고효율을 강화한 프리미엄 시리즈 냉장고를 출시하였고, 중국의 대표적인 가

건강 및 의료산업에서도 지난 해 사스와 조류 독감의 여파로 인해 건강 보조식품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 보조제품 구매가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산동, 하얼빈 등 시 소유의 생명과학기업들이 콩 펩타이드를 첨가한 다이어트 식품을 출시하여 젊은 층을 대상으로 판매한 것이 그 예이다.

인테리어 산업의 경우는 친환경이 키워드이다. 중국 정부의 환경 친화적인 자재 사용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면서 항균 및 에너지 절감용 자재를 포함한 신규 건축자재의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환경 인증서를 받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의 가격 차이는 18.5%정도이고 판매량도 28%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소비자의 친환경 인테리어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는 미약, 그러나 성장 가능성은 충분

소비 구조의 고도화, 귀족화와 삶의 향유 등 웰빙유사 트렌드의 존재, 웰빙 관련 산업의 태동 등 현재까지의 정황상으로 분명히 중국 시장에서도 웰빙 관련 시장은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에서처럼 하나의 트렌드로 형성되어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아직까지 중국에서 LOHAS나 다운시프터처럼 웰빙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단어가 유행하는 것도 아니고, 관련 산업 역시 현재까지는 틈새 시장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빙의 대중성과 확산성, 그리고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중국 웰빙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 하다고 보여진다.

마케팅 측면에서 웰빙의 가장 큰 장점은 폭넓은 대중성이다. N세대, 명품족 등 기존의 트렌드들이 일부 연령층 혹은 특정 소득층을 타겟으로 한 반면, 웰빙은 그 정의 자체의 포괄성으로 인해 훨씬 더 폭넓은 계층으로 확대될 수 있다. 타겟 고객 뿐 아니라 제품 측면에서도 웰빙은 다양한 제품으로 확산이 가능하다. 국내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웰빙은 특정 업종의 전유물이 아니라 유기 농산품, 가전제품, 건축, 헬스, 요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으로 전이되어진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중국 시장의 거대성이다. 중국 시장 전체로 웰빙 트렌드가 확산되지 않는다고 해서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부 대도시 지역, 혹은 일부 고소득층에게만 웰빙 관련 제품이 유행되더라도 웬만한 국가 전체에 유행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해 본다면, 향후 중국 내 웰빙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여진

소비자 트렌드 파악 노력을 기울여야

중국의 웰빙 시장이 성장한다고 해서 그 과실을 아무나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많은 사례에서 보았듯이 중국시장의 치열한 경쟁은 많은 기업들에게 실패의 교훈을 가져다 주었다. 게다가 웰빙 관련 제품들을 보면, 기술적으로 특별한 우위를 가진 제품이라기 보다는 차별적인 기능을 강조하는 제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경쟁사들의 모방 가능성도 매우 높다. 결국 중국 웰빙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트렌드에 대한 강도높은 모니터링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파악하고 이를 차별적 판매 포인트(Unique Selling Point)화하여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차별화 된 제품을 적기 출시(Time-to-Market)하지 않는 한 중국의 웰빙 시장도‘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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