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구 보건복지부 차관

지난 5월에 '국민연금의 비밀'이라는 글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하게 전파되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확산되었다.

강제징수와 수급권의 일부 제한에 대한 불만이 자신의 노후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국민연금 폐지론'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의 확산배경에는 '지금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 또는 '연금보험료를 내도 나중에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과 국민연금의 사회보험적 성격에 대한 오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국민연금 보험료는 언뜻 보기에는 세금인 것 같지만 낸 만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급부가 없는 세금과는 전혀 그 성질을 달리한다. 그렇다고 적금도 아니다. 국민연금에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부여하여 소득이 적은 저소득층에게 훨씬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강제가입이 아닌 임의가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런 경우 대부분 고소득자들이나 연금수급시점에 근접한 사람들이 주로 가입하여 많은 혜택을 보게 되는 역선택현상이 발생하여 사회정의에 부합되지 않는다.

또한, 정작 보호 받아야 할 어려운 계층은 노후생활에서도 빈곤층으로 떨어져 또 다른 사회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사회통합과 연대의 원리에도 배치된다.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2002년도 가구주의 35.5%가 자녀를 기르느라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식에 의한 봉양은 기대하기 어렵고, 평균수명이 80세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령사회에서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노년기간이 길어질수록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의 마지막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퇴직금에 의한 노후준비가 2.3%에 불과하고 그 비중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를 고려할 때, 이러한 사실은 더욱 더 분명해진다. 극단적 시장논리에 의해 국민연금을 폐지할 경우 우리사회의 노후소득보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장수는 개인적 축복이지만 소득없는 장수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재난을 사회적 연대의 원리에 의해 예방하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국민연금이다.

헌법적 원칙인 사회국가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국민연금이라는 사회보험이 탄생한 것이며, 사회연대의 원칙에 의해 국민연금에의 강제가입의무가 정당화 되는 것이다.

한편 의무가입을 강제함에 따라 당연히 노후 빈곤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직면한 국민들에게 국민연금의 급여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강제징수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강제징수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보험료 미납에 따른 체납처분을 체납자의 생활여건 등을 고려해 최소화했다. 생활이 어려운 장기 체납자의 경우 가능한 한 납부예외자로 전환하는 등의 완화조치도 취했다.

그러나 납부예외기간이 길어지면 연금가입기간의 축소로 장래 자신의 연금수령액을 낮추게 되어 노후생활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경제상황이 호전될 때 즉시 추후납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국민연금에 대한 가장 큰 불신 중 하나는 향후 국민연금기금의 소진으로 연금을 아예 받지 못하거나 연금액이 대폭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하는 우려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가가 존속하는 한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급여축소를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해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현행의 국민연금체계는 기본적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담보로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소위 '저부담-고급여체계'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급속한 저출산·고령사회로의 진입이라는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이러한 연금구조로는 더 이상 지속발전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즉 연금급여혜택을 받는 노령계층이 급속히 증가하는데 비해 보험료 부담계층인 근로인구(18~64세)는 감소함으로써 국민연금의 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기금이 조기에 소진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향후 보험료의 부담이 급속히 증가하거나 보험급여 수준이 매우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인상하고, 급여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다.

현재의 보험료 부담수준(9%) 및 급여수준(소득대체율 60%)으로는 제도 목적인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기 보다는 필연적으로 현세대와 미래세대 및 계층간 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매우 높다. 따라서 '적정부담-적정급여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한 것이다.

한편 국민의 알권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함으로써 발생한 불신은 조속히 개선하고자 한다. 본인의 연금보험료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또는 향후 연금수령액은 얼마가 될 것인지, 121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기금이 어떻게 관리·운용되고 있는지 등등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로 인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 국민에게 친근한 서비스 시스템으로 조속히 전환하고, 기금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강화하고자 한다. 또한 국민의 의견수렴장치를 강화해 불만사항을 신속히 제도개선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민이 보내는 신뢰로 성장하고 유지된다. 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신뢰의 중요성이 더욱 실감된다. 이혼의 증가, 독거노인의 증가 등 급속한 가족해체로 전통적 가족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연금은 우리 국민의 노후소득보장방안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신뢰 속에 거듭나는 국민연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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