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만큼이나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실체적 존재는 없다.

인류가 300만년 이상 각종 병원균과 싸우며 끊임없이 투쟁해 올 때 약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그것은 곧 질병의 발견과 의약품 개발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질병치료 전기 마련한 X선 발견

인류가 질병으로부터 어느정도 해방의 기쁨을 맞보기 시작한 것은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하면서 부터다.

그는 1895년 검은 종이로 완전히 둘러싼 크룩스관으로 음극선 실험을 했는데 우연히 그 근처에 있던 시안화백금바륨을 칠한 널판지가 형광을 내고 방전관으로부터 알 수 없는 선이 나오는 것을 발견한다.

이 놀라운 현상을 목격한 뢴트겐은 자신의 처를 실험실로 불러서 그녀의 손을 X-선으로 찍어보았는데, 이때 처음으로 살아있는 사람의 뼈를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 광선은 물질에 대한 투과력 이외에도 음극선과는 달리 전기장이나 자기장에서 전혀 진로가 휘어지지 않았고, 거울이나 렌즈에도 쉽게 반사나 굴절이 되지 않는 특징을 지녔다.

오늘날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획기적 공헌을 하게 된 이 광선이 바로 ‘X-선’이다. 뢴트겐은 이 업적으로 1901년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20세기 들어서는 외과술도 발달해 많은 생명을 구하는데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수술에 피할 수 없는 출혈이라는 문제는 오랫동안 외과술의 발달에 큰 장벽이었다.

■외과술 이끈 혈액형의 발견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 한 사람이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신의 카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1868-1943)다.

빈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혈청학에 관한 연구를 하던 그는 서로 다른 사람의 혈액을 섞을 때 종종 적혈구끼리 엉겨 붙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하고 사람의 혈액은 적혈구에 어떤 응집원이 있느냐에 따라 A형, B형, AB형, O형으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피 속에는 자기 것이 아닌 응집원에 대항하는 항체가 있어 다른 혈액형의 혈액과 만나면 응집 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란트슈타이너는 1930년 노벨상을 수상하였고, 이후 혈액 연구에 매진하여 Rh 혈액형도 발견하는 부수적 성과도 얻게 됐다.

■신약기술의 쾌거

20세기는 수많은 신의약품이 출현, 질병치료에 공헌한 시기이기도 했다.

화학의 눈부신 발달은 합성적 화학구조변경을 가능케 했고 이는 수많은 신약을 탄생시키는 기폭제였다.

미생물학의 지속적 발전으로 항생제가 나왔고, 내분비학이 발전하면서 호르몬제가 개발됐다.

면역학의 발전은 각종 백신이나 항독소 또는 면역혈청제들을 탄생시켰고 생리학과 영양학의 발전은 각종 비타민제들을 태동시켰다.

또 생화학의 발전은 새로운 약리학 연구분야를 제시했고, 제약학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핵물리학은 핵의학, 방사선약학, 방사선 동위원소 등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왓슨과 크릭이 유전자를 규명해 냄으로써 새로운 분자생물학과 유전공학의 길을 열어 주었다.

이와함께 미생물학이 발전하면서 면역학과 혈청학의 체계적 정립에 기여하게 됐다.

일례로 수술에 무균 또는 멸균과정을 응용하고 치료나 예방의학에서 제약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의약품 즉, 치료 혈청과 백신이 등장하게 된다.

치료혈청이나 항독소는 주로 말에게 독소를 주입한 후 나타나는 항체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런 방법으로 제일먼저 만들어진 의약품은 1890년에 개발된 디프테리아 항독소이다.

혈청요법은 1930년대 화학요법제가 실용화되기까지 특정 감염증 처치에 유일한 방법으로 응용되었다.

특정 질환에 대한 백신은 1885년 루이스 파스퇴르가 개발한 광견병 백신이 처음이다.

■기적을 일으킨 화학요법제

각종 질병이 점차 넓은 범주로 확산되면서 인류는 더 발전적인 의약품을 필요로 했다.

그동안 개발된 백신과 혈청요법 등은 고작 1차적 감염증 치료에 유효했을 뿐이다.

이제는 체내의 자체 세포에는 해를 끼치지 않고 감염균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아예 퇴치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 필요했던 것이다. 일명 ‘화학요법제’가 그것이다.

최초의 화학요법제는 의사이자 생리학자인 ‘폴 엘리히’(Paul Ehrlich)가 1907년에 개발한 항매독제 ‘알스페나민’이다.

두번째 화학요법제는 1932년 독일 I·G·파르벤사의 의사출신 이사 ‘겔하르트 도마크’(Gerhard Domagk)에 의해 계발됐다.

그는 1935년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한 화학자가 합성한 염료인 ‘프론토질’(Prontosil)이 용혈성 연쇄구균의 대량투여로 감염된 생쥐를 치유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론토질은 체내에서 대사되어 분해된 것과 동일하게 분해시켜 마지막 활성분을 분리했는데 이것이 훗날 ‘설파제’로 명명된 ‘설파닐아미드’라는 합성화학물질이다.

이 물질은 매독균에만 유효했던 ‘알스페나민’과 달리 광범위한 세균에 효과를 발휘해 질병치료에 유용한 다양한 약물로 개발된다.

예컨대 역사상 최초로 연쇄구균감염증, 산욕열, 단독, 수막염, 쉬겔라균(이질균의 일종), 임질은 물론 기타 수많은 질병을 치료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질환의 기간과 복합감염을 줄이고 인간의 사망율을 떨어뜨리는데 이만한 약물이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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