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을 오염시켜 식중독(food poisoning)을 일으키는 세균의 단백질을 이용해 효능이 개선된 항-바이러스 백신(anti-viral vaccine)을 제조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가 발간하는 학술지 “분자 제약학(Molecular Pharmaceutics)”의 창간호에 게재됐다.

학술지인 “분자 제약학”은 두 달에 한 번씩 발간될 예정이며, 약리 기전을 규명한 연구와 약물 전달 기술에 대한 성과물들을 주로 게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에 연구대상으로 삼은 세균은 리스테리아(Listeira sp.)란 속명의 미생물로 식중독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세균의 단백질이 바이러스 백신의 효능을 증진시키고 안전성(safety)까지 높인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전형적인 백신은 살아 있는 바이러스의 병독성(virulence)을 약화시켜 체내에 주입해 면역 반응(immune response)을 유도해 약효를 발휘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잘못하면 주입된 바이러스로 인해 질병이 야기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세균의 단백질을 활용하면 이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

효능 증진과 안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비밀은 바로 리스테리오라이신 O(listeriolysin O ; LLO)라는 단백질에 담겨 있다.

이 LLO 단백질은 리스테리아균이 대식세포(macrophage) 안으로 침투할 때 사용하는 물질로, 면역 반응 유도 효과가 우수하다. 대식세포가 영향을 받으면 세포독성 T-임파구(cytotoxic T-lymphocyte)라는 또 다른 세포가 활성을 나타내면서 면역 반응이 완료된다. T 세포의 활성화는 일반적인 백신으로 잘 유도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백신의 효능 평가는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바이러스성 수막염(viral meningitis)을 유도한 실험용 생쥐 모델에 유전공학 기술을 통해 생성시킨 LLO 단백질이 함유된 백신을 투여한 결과, 항-바이러스 면역 반응이 뚜렷하게 유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백신 투여로 인한 생존율도 100%에 달했다. 이에 반해서 일반적인 수막염 백신을 투여했을 경우에는 절반의 효능만 나타나서 50%의 생쥐가 죽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아무런 백신도 투여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생존율이 0%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LLO 단백질을 이용한 백신은 거의 모든 바이러스 질환 백신에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백신 효능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능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보강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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