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우 석 균

역사적으로 가장 주요한 사망원인 두 가지는 전염병질환과 폭력이었고 이는 지금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가장 단시간에 대규모로 행해지는 폭력이 바로 전쟁이다. 이러한 두가지 원인 중 전염병에 대해서는 지난 2세기동안 사회적 환경과 위생의 개선, 항생제와 백신으로 어느정도 해결의 길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쟁은 상황이 다르다. 무기는 나날이 발전하여 가해자가 멀리 떨어져서 피해자에

전쟁의 옹호자들과 군수산업자본가들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자국군의 피해 없이 또는 민간인의 피해 없이 전쟁을 치를 수 있다고 선전한다. 그리고 91년의 걸프전이나 이번 이라크 전쟁이 마치 '깨끗한' 전쟁인 것처럼 선전한다. 그러나 역사는 이와는 반대되는 사실을 우리에게 말한다.

전쟁에 의한 민간인 사망자비율은 1차대전의 경우 20% 미만이었지만 대량살상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행해진 2차대전 이후 민간인 피해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 90년대에 치러진 전쟁에서는 90%이상이 민간인 사상자였다.(그림 1 참조)



어린이들에게 전쟁의 책임을 물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90년대에 일어난 전쟁이 어린이들에게 미친 영향은 어떠하였는가? 세계아동기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 200만의 아이들이 죽었다.
- 400-500만이 불구가 되었다.
- 1200만이 집 없는 아이가 되었다.
- 100만 명 이상이 고아가 되거나 부모와 떨어졌다.
- 1000만 명이 심리적 외상을 입었다.

전쟁의 피해는 전쟁에 의한 직접적 사망과 부상, 장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쟁에 의한 가장 큰 피해는 폭탄에 의한 피해가 아니라 전염병의 창궐과 영양결핍이다. 이라크의 경우만 보더라도 91년 걸프전에 의해 20만명의 전쟁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그 이후의 피해가 사실상 더욱 크다. 전쟁 이후 이어진 경제봉쇄의 결과 전염병이 번지고 아이들이 굶어 10년간 60만명의 어린이가 사망하였다. 이 숫자는 5살 미

또한 전쟁에 의한 피해는 단기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2차대전의 참전병사가 수 십 년이 지난 후에야 자신이 참여했던 전쟁범죄행위와 그로 인한 고통을 털어놓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2차대전 당시의 원폭피해자와 베트남전쟁 참전병사들이 지금까지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전쟁이 얼마나 장기간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파괴하는지 우리에게 잘 보여준다. 더욱

전쟁의 당사자는 전쟁의 피해를 축소하려고 한다. 지금 미국은 열화우라늄에 의한 피해가 없다고 주장한다. 사실 미국정부는 처음에는 원폭이나 고엽제의 피해에 대해서도 그 피해를 부인하였다. 미국정부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피해자들의 주장을 묵살하였고 피해자들은 상당기간동안 아무런 보상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었다. 아직까지도 미국정부는 그 '과학적 근거'에 의해 한국, 베트남,

미국이 베트남의 나무들을 죽이기 위해 베트남 전역과 그리고 한국의 비무장지대에 뿌려대던 고엽제, 한국의 젊은이들이 고엽제로 세례를 받으면 모기에 안 물린다고 헬리콥터에서 쏟아지는 고엽제를 맞으러 돌아다녔던 그 고엽제의 피해는 역설적이게도 미군과 호주군인들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미국에 의해 '깨끗한 전쟁'이었다는 선전이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걸프전과 코소보전쟁에서

'승전국의 병사들'이 이러한 상태일 때 그 폭탄이 퍼부어진 베트남이나 이라크는 어떠한 상태에 있을까? 앞으로 수 십 년에 걸쳐 방사능 피해가 속출할 것이고 그 피해는 이미 이라크의 높아진 기형아 출생과 암발생률로 드러나고 있다. 이라크에 퍼부어진 집속탄이 장기간에 걸쳐 지뢰의 역할을 하여 팔다리를 잃는 아이들이 속출한다는 것은 여기서는 더 언급하지 말도록 하자.

전쟁에 의한 피해는 신체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살아남은 어린이가 설사 겉으로는 쾌활해 보일지라도 그들은 절대로 치유되지 못할 심리적인 외상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 1991년 걸프전 이후 이라크 어린이들 중 62%가 성인이 되기까지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모잠비크의 난민 어린이들을 조사한 결과 84%가 폭력으로 어머니나 아버지를 잃었고, 58%가 살해 장면을 목격했으며, 32%가 납치되거나, 구타당하거나, 굶주렸었다고 대답했다.
- 1994년 르완다 어린이들은 50%가 가족이 죽는 것을 목격했고, 50%이상이 교회와 학교에서의 대량학살을 목격했으며 75%가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전쟁에 의한 피해는 사회적 재화의 분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쟁으로 인한 군비의 확충은 건강, 교육 등 사회안전망에 사용되어야 할 돈을 인간을 죽이는 데 쓰게된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 지구라는 별에서는 1분마다 20명의 5살 이하의 아이가 예방접종을 못 받아서 또 영양실조, 호흡기 감염, 설사 때문에 즉 예방할 수 있는 이유로 죽는다. 같은 1분 동안 세계전쟁기계라는 괴물은 11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오

의료비의 몇 배가 넘는 돈을 군사비에 사용하는 나라? 그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나라다. 이미 한국은 지난세기에 여러 차례 전쟁을 겪었다. 그리고 한국전쟁은 단일전쟁으로 가장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낳은 전쟁이다. 그리고 현재에도 미국의 군대가 수도 한복판에 주둔해 있다.

미국정부는 이번 이라크 침공의 명분을 대량살상무기로 인한 평화의 위협의 제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계 군비의 지출을 보면 누가 무기를 가장 많이 판매하고 있는 지를 금방 알 수 있다.(그림 2 참조). 제네바 협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대량살상의 공격, 즉 원폭, 생화학무기의 사용, 도시에 대한 대량폭격은 물론이고, 전세계의 많은 NGO 들이 지속적 대량살상무기로 비난하고 있는 대인지뢰와 고엽제, 또 다른 대량살상무기인 집속탄과 열화우라늄탄. 이 어느 것에서도 미국은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드레스덴에서 그리고 베트남,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국은 대량살상의 주범이었다. 한국은 이러한 전쟁에서 베트남 전쟁에서는 물론이고 이후의 모든 전쟁에 미국과 같은 동맹군으로 참전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한국은 국제 반전평화운동에 처음으로 동참하였다. 반전평화운동은 우리에게는 그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생존의 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행한. 특히 베트남에서 행한 악행들에 대한 우리의 참회의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폭탄이 아니라 의약품을"이라는 캠페인을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벌여왔다.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은 매우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절실한 것은 전쟁의 즉각적 중단이고 타국군의 즉각적 철수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국과 유엔이 90만명의 식량을 준비하였으나 결국 아프가니스탄 전쟁 직후 2만명이 기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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