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불법 무면허 진료 조장·직역간 업무충돌 초래"

대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에 강력 반대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간호사의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일선 의료기관에 배포하고, 진료보조인력 중 간호사를 전문간호사, (가칭)전담간호사, 일반간호사로 임의적으로 나눠 각각에게 위임 가능한 업무를 마련해 8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의협은 8일 "해당 지침에는 골수 천자, 뇌척수액 및 조직 검체 채취 등 인체 침습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는 바, 보건복지부는 동 행위에 대해 의료계와의 어떠한 협의 도출도 없었음에도 마치 협의 후 시행하는 것처럼 발표했다"며 "이번 시범사업의 항목들은 국민 건강과 안전에 위협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시범사업은 의료인 간의 업무범위를 구분하고 있는 의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불법 무면허의료행위를 종용하는 것이며, 해당 정책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의료인에게 전가시키는 파렴치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 복지부 업무지침 중 ‘진료기록 초안, 감사 및 판독 의뢰 초안, 협진 초안, 진단서 초안 작성 등’의 업무는 당연히 의사의 업무이고, 아직까지 이와 반대되는 판례가 없기 때문에, 비록 시범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간호인력의 업무범위로 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다.

의협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함께 ‘진료보조인력개선협의체’에 참여해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으나, 현재까지 복지부와 어떠한 합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이번 시범사업 추진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복지부는 PA간호사에게 허용한 업무를 일방적으로 발표할 것이 아니라 의료계와 심도 있는 논의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복지부가 간호사의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의 근거로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보건의료 시범사업)을 들고 있으나, 시범사업의 특성상 사업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의료기관의 결정에 맡겨져 있는 자율적 영역에 해당하므로 정부가 이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의협은 "시범사업의 취지상, 정부의 시범사업을 신뢰해 참여하는 의료기관에게 법적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지침은 최종 법적책임을 의료기관장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으나, 침습적인 의료행위의 특성을 무시하고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발생된 모든 사고에 대해 의료기관장에게 행정처분 및 민사상 배상책임과 아울러 행위자인 진료보조인력(간호사)과 함께 의료기관장에게 형사상 양벌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가혹하고 책임범위가 모호하므로, 시범사업에 자진해 참여할 의료기관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의료법 제78조 및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전문간호사는 13개의 분야(보건, 마취, 정신, 가정, 감염관리, 산업, 응급, 노인, 중환자, 호스피스, 종양, 임상, 아동)로 나뉘고, 자격을 인정받은 해당 분야에서 ‘간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바, 간호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것일 뿐 의료행위를 독자적으로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복지부가 혈액검사, 검체채취, 심전도, 초음파 등 관련 업무를 간호직역의 업무로 허용한 것은 이들 업무를 면허범위로 하고 있는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등 보건의료 직역과도 업무중복을 초래해 향후 시범사업으로 인한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면서 "이는 올바른 보건의료질서를 유지하고, 업무범위 관련 각 보건의료직역간 분쟁을 방지,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스스로 분쟁을 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전격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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