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란 인물이 정치계에 등장한 이후 한국 정치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허우적거리고 있는 혁신 공천 파동도 기본적으로는 어찌 보면 이재명 대표 자신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이재명의 과거 행적과 사법리스크 때문에 어떤 공천 기준을 정해도 낙천자들이 승복하기 어렵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도덕성이다. 도덕성에 관한 한 이재명 자신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현재 이재명과 관련된 핵심인물들이 속속 유죄판결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도 유죄판결이 예고되고 있다는 것쯤은 짐작할 것이다. 대장동 백현동 개발을 추진한 김만배. 김용. 김인섭 등 최측근이라고 자처했던 이들이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고, 그것도 실형선거다. 그 이외의 정황들도 그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이미 총선 전에 유죄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부산 테러 사건이 터져 재판이 지연되면서 결정적 변수가 생겼다. 언제 구속될지도 모르는 피의자가 공천 적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니, 심지어는 구속 수감 된 자나 유죄판결을 받고도 검사 독재, 정치 탄압 운운하며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무리들도 있다.

범법자들까지도 나서 위성정당을 만들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검사 독재 타도와 함께 “이재명과 함께 가겠다”고 선동하는 것이다. 이들이 타도하겠다고 하는 ‘검사 독재’라는 것도 허황하다. 국회 과반수 의석의 힘을 맘대로 휘둘러 검수완박법으로 검찰을 무력화시키고, 매사에 정권을 꼼짝 못하게 하고 있는데, 독재라고 할 수 있나? 행정권이 입법, 사법, 언론을 쥐고 흔드는 것이 독재다. 정적이 감옥에서 의문사를 당해도 가족이 시신을 찾아 해매야 하는 러시아의 푸틴 체제가 독재다. 가소롭게도 그들은 ‘혁신공천’이란 미사여구까지 남발하는 데, 그들이 추구하는 혁신의 개념은 무엇인가. 국회의원 세비 절반 감액, 불 체포특권 포기, 국회의원 수 50명 감축과 같은 국회 개혁 제안도 외면하고 있다.

이번에 하위 평가점수를 받거나 부적격자로 된 사람들은 ‘이재명이 문제가 없다면 자신들은 더 더욱 문제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그야말로 ‘똥 묻은 X가 겨 묻은 X를 나무라는 격’이다. 개나 소나 웃을 일이다. 이재명을 부적격 1순위라고 말한다. 이러니 영(聆)이 서겠는가. 이들을 보면서 문득 ‘지록위마(指鹿爲馬)’란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중국 전국시대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로, 지록위마 뜻은 글자 그대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이다. 지록위마 유래는 진시황의 아들 화해를 왕으로 즉위시킨 후,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환관 ‘조고’가 ‘사슴’을 가리키며 “이것이 말(馬)이다”라고 말했고, 신하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두 부류로 나뉘었다. 조고는 이를 통해 자신에게 위협적인 인물들을 제거하고 권력을 강화했다. 조고의 이야기는 권력에 의한 진실의 왜곡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이러한 교훈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진실을 왜곡하고 사실을 뒤틀려는 시도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 눈에 잘 보이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사슴’을 ‘사슴’이라고 한 사람들은 가차 없이 잘렸다. 오직 ‘말’이라고 한 사람들만 살아남았다. ‘조고’는 진나라의 중승 상으로, 시황제 사후 진시황의 어리석은 아들 호해를 황제로 옹립하고, 승상 이사와 함께 권력을 장악했다. 그러나 결국 조고는 권력을 남용하고 황제 호해를 제거하고, ‘영자 영’을 황제로 옹립함으로써 스스로 권력의 정점에 서려고 했지만, 하늘의 분노와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실패하고 드디어는 자신이 옹립한 ‘영자 영’에게 처형되었다. 조고는 뛰어난 능력과 야망을 가진 정치인으로 권력욕에 눈이 멀어 진나라 멸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역사상 대표적인 ‘간신’으로 평가되고 있고 있는 인물이다. 얼핏, 우리에게도 조고와 같은 그런 정치인이 있는 것 같다. 이재명과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서 조고를 느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현역 의원 하위 평가 20% 대상자에 친문(친문재인) 등 비명(비이재명)계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기자들에게 현재 진행되는 ‘혁신’은 원래 ‘가죽을 벗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하필 ‘비명(非明)의 가죽’만 집중적으로 벗기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원래 혁신(革新)이란, ‘자신의 가죽’을 벗기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주류의 희생과 헌신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 남의 가죽을 벗겨, 자신들의 가죽잠바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건 혁신이 아니라 ‘불공정한 독식’에 불과하다. 이 대표 자신은 살을 깎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타인은 고통일 수도 있다. 혁신 공천과는 거리가 먼 정략적 계산만으로는 총선 참패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재명식 공천은 국민 상식을 무시한 난센스 공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민주적 ‘밀실 사천’이 성공을 거둔 전례는 없었다는 사실을 민주당이 깨닫기 바란다. 비선 라인을 애용하는 이재명식 이중플레이 구조에서는 공천이 아닌 사천 시비, 그리고 공정 공천이 아니라 공작 공천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국회 다수당 대표라는 사람은 TV에 출연, ‘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현행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며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며 외계인 같은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표현은 그럴듯하지만 사실상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겠단 얘기를 에둘러 한 것뿐이다. 이런 제도 덕분에 김의겸, 윤미향, 최강욱 등 문제적 인사들이 금배지를 달았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나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등도 같은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할 길이 트였다. 심지어는 피의자 신분이나 옥중 당선자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군소정당을 아우르는 연합정치가 거론되지만, 정책, 비전 없는 ‘헤쳐모여’는 꼼수이자 야합이라는 오명을 벗기가 쉽지 않다.

우려한대로 민주당이 연합위성정당에 참여하는 진보당, 새 진보연합, 시민사회단체에 30개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10개를 할애하기로 하는 등 전국 모든 지역구에서 경선을 통해 후보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울산 북구를 진보당 후보에게 양보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진보당은 대법원 판결로 해체된 이석기가 있던 통진당 후신 정당이다. 이로 인해 진보당은 비례대표를 포함 3석 이상을 확보하게 되었고 과격 좌파성향의 시민 사회단체도 2석 이상의 의석 확보가 가능해졌다. 친명 세력인 세 진보연합도 마찬가지 성향이다. 자칫 국회에 좌파세력이 합법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명과 민주당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파심에 하는 소리지만 민주당의 위성정당은 군소 진보좌파 세력의 비례대표 숙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는 위성정당이라는 한국형 변칙 선거를 불가피하게 하더니 그 변칙 구조마저 기형화시키는 등 요술에 가까운 공천놀이를 하고 있다. 더구나 종북 세력까지 끌어드리는 연합정당공천이라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런 기획선거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모르고 주권자의 존재를 아예 무시하는 것으로서 나라를 망치려고 하는 위험한 짓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굳이 헌법조문을 들먹일 것도 없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평소에 우리 국민들은 자신이 주권자임을 실감할 수 있을까? 그럴 기회가 전무하다시피하다 보니 실감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이다. 무심한 투표로 좌파를 이롭게 하는 死票를 만들면 안 된다. 자칫하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 누군가를 생각하니, 환관 조고의 말로(末路)가 떠오른다. 이번 총선도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온갖 꼼수가 난무하는 추태 경연장이 될 게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미. Creative University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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