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날씨 만큼이나 국민들의 마음은 차디차기만 하다. 작금의 정치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투표했으나 이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4‧10총선이 불과 70여일 앞둔 가운데 많은 국민들이 국민의힘,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무당 층은 넷 중 한 명꼴이다. 한국 갤럽 조사에서 밝혀졌다. 누가 이들을 끌어당길 수 있느냐가 총선의 승부처가 되겠지만, 아쉽게도 윤석열. 이재명 모두를 버렸다. 중도 층 역시 대선 때 지지후보가 좋아서 찍기보다 상대후보가 싫어서 찍었다고 말한다.

2년 전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은 소통 등의 통치 스타일에 실망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기대는 접은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이 달라지기를 바란다. 소통을 안 하는 것 같고 특히 쓴 소리하는 참모들이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하는 눈치다. 또 이재명 대표를 불신하게 된 것은 당 대표가 되면서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 하는 등 일부 급진적인 강성파들 중심으로 이재명 사당(私黨)이 되고, 특히 말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국민들의 답답함을 풀어줄 리더십을 기대했는데 사법 리스크에 모든 이슈가 묻히면서 DJ와 노무현 때의 민주당이 아니다. 또한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남을 헐뜯는 게 안 좋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을 버렸다.

국민의힘 이탈 층의 비판이 윤 대통령에게 집중되었다면, 민주당 이탈 층의 비판은 이재명 사법리스크, 당내 분열상, 국정 비협조, 이 대표 논란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탈 층이 지지했던 정당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열어둔 것 같다. 그만큼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이탈 층 희망사항은 윤 대통령의 변화 필요성으로 수렴됐다. 윤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서 국민 여론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면 다시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 이탈층의 요구조건은 단일하지 않다. 이 대표 중심의 당 활동, 이 대표에 대한 수십 가지에 대한 의혹 해소 등으로 많다. 필자가 생각하기엔 국민의힘은 결단만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우리면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지만, 민주당의 경우 개 딸 등 강성 파들로 인해 혼란스러울 것 같다.

여야가 시끄럽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집안싸움을 하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국민의힘. 민주당의 작태를 보면서 지나친 비유기는 하지만 중국의 간신 조고가 생각난다. 진시황 사후 간신 조고는 자기편인 사람들을 가려내기 위해 한 가지 테스트를 한다. 황제 호해에게 사슴을 한 마리 바치면서 ‘말(馬)을 바친다’고 한 것이다. 당시 옆에서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입바른 말을 한 신하들은 조고의 눈 밖에 나 숙청을 당했다. 조고는 자신의 얼토당토않은 말에 동조한 신하들만을 살려뒀다. 권세를 마음대로 주무르던 조고는 후세에 진나라 멸망의 원흉으로 기록된다. 지금 양당(兩當)이 그렇다. 달콤한 말만 하는 사람들을 가까이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은 결국 제거되는 것인가.

여당이 ‘카오스’에 휩싸일 때마다 두더지처럼 쑥쑥 고개를 내미는 주역은 따로 있다. 바로 ‘지록위마’를 좇고 있는 친윤계 초선들이다. 이들 지록위마를 따른 이력은 화려하다. 지난 3·8 전당대회 때 불거졌던 ‘나경원 연판장 사태’가 대표적이다. 50명의 초선 의원들은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당대표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용산과 갈등을 겪던 나 전 원내대표를 자연스럽게 밀어내고 ‘윤심’이 지목한 김기현 전 대표를 밀어주기 위해서였다. 메신저를 자청하면서 윤심을 오독해 헛발질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과거 윤심이 당시 김기현 대표에게 있다고 믿고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중진 의원들을 집단 저격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 역시 용산의 외면 속에 당대표직에서 타의로 물러나야만 했다. 자신들이 앞장서 옹립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처음 목소리를 낸 것도 이들이다. 당연히 이번 총선 승리 전략을 고민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윤심이 지목한대로,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맹목적 충심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도 친윤 의원들의 지록위마 행보가 계속된다면 여당의 총선 패배는 예정된 미래가 될 수밖에 없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갈등 조짐이다. 갈등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한 위원장과 그 측근 세력의 과도한 대선행보이다. 둘째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는 한 위원장의 중도확장력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다. 한 위원장과 그 측근 인사들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한 위원장의 중도확장력 신장, 지지율 확대를 노렸고 그런 차원에서 측근 인사의 윤 대통령 내외분에 대한 망발이 쏟아져 나왔다고 본다. 문제는 전달자가 어떻게 전달했느냐다.

서천화재현장 방문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만났다. 여권 당정핵심의 갈등이 앞으로 원만히 해소될 것인가에 관하여 일단 긍정적인 전망이 들어섰다. 지극히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번 여권 내부의 갈등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대화 한 번 한다고 해서, 밥 한 번 같이 먹는다고 해서 바로 해소될 단순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 갈등에 깊숙이 내재된 원인을 치유하지 않는 한 해소가 되지 않는다. 얼기설기 미봉을 한 채 일이 다 된 것처럼 미소를 짓는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당규 제10호 제6조 제8항 5호 및 특별당규 제12조 제1항 9호에 해당하는 범죄 경력자는 공천 부적격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규 제10호는 병역기피, 음주운전, 세금탈루·성범죄, 부동산투기 등 사회적 지탄을 받는 중대한 비리가 있는 경우 공직선거 후보자로 부적격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당규 제12조는 공직후보자로 추천되기에 명백히 부적합한 사유가 있는 경우 후보자 적격 신청을 무효로 한다는 규정이다. 더구나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는 무죄 원칙에 따라 피의자 신분이라도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공천 기준이 이재명 대표만을 위한 기준이 되었다. 이로 인해 탈락자들의 문제제기와 함께 싫은 소리만 하는 반대 측 공천 배제로 논란이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큰 정치지도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조건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하나는 사람을 끄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고난의 서사(ordeal narrative)이다. 이 대표는 불행하게도 하나도 갖춘 게 없는 것 같다. 오직 나 하나만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마음대로 당을 휘두른다는 불만이 당 내부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을 뿐이다. 말 돌려치기 명수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기는 것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위원장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아니다. 바로 자신의 중도확장력 부족을 메꾸어 줄 인사의 보충이 필요하다. 상대당인 민주당에서 공천과정이 수습되는 시기에 국민의 호감도가 높은 참신한 정치인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운다는 전략이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상황을 보아도 이는 너무나 필요한 일이다. 국민의힘은 선거대책위원회를 곧 발족시켜 위원장을 위촉토록 해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지금 정치권을 달구는 제 3지대론을 바라보는 시선도 미묘하다. 일부는 참신하다고 호감을 보였지만 대부분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등 크게 성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당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지지불태”(知止不殆·분에 맞게 머물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를 인용하며 “스스로 생각해서 국민의 선택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자발적으로 후진을 위해서 물러서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 고 출마자 후보들에게 전하고자 하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미. Creative University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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