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 지지층과 이 대표 지지층 간의 적개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은 마치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신호탄 같다. 한국 정치가 최근 수년간 점점 더 양극화(increasingly polarized)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으로 신년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4.10 총선을 4개월 앞두고 급박하게 돌아가던 여야의 공식 일정이 전면 중단 또는 축소, 유보되고 있다. 60대 피의자의 범행 동기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유 불문하고 혐오와 극단의 정치가 초래한 최악의 테러임에는 분명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양극단으로 쪼개진 팬덤 정치에 기생해온 정치권과 강성 지지층의 행태는 여전하고 달라질 조짐이 전혀 없다.

특히 민주당 원대대표가 이번 피습사건에 함구령을 내렸지만, 일부 친명계 의원들이 이를 호재로 삼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같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좌우 세력이 상대방 암살까지 서슴지 않으며 극렬하게 대립하던 해방 정국으로 후퇴시켰다는 말까지 나오는 참담한 테러다. 이를 총선에 연결, 악용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

지난 2일 부산 행사 도중 피습을 당한 이 대표는 목 부위에 자상을 입고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다발성 손상, 과다출혈 등 중증 외상환자에 대한 응급수술과 치료를 할 수 있는 외상 전용 치료센터로 보건복지부가 지정한다. 전국에는 총 17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있다. 정부는 전국 어디서든 중증 외상환자가 1시간 내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피습으로 내경정맥 손상을 입었다.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에는 수술이 가능한 의료진이 있었지만, 가족의 요청으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고 있다. 부산대병원에 최고 등급 권역외상센터가 있는데 이 대표가 서울로 전원(병원 이동)을 요청한 것은 지방 공공의료를 강조했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자기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가운데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소방 헬기 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송 ‘원칙’과 ‘과정’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의료계 일각에선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당한 이 대표가 부산 병원을 거쳐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것과 관련, “혈관을 다친 상처고, 응급이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바로 옮겨야지, 헬기로 두 시간 걸려 서울의 병원으로 가는 건 일반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이례적인 결정으로 의료를 굉장히 부적절하게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필수·지역의료 붕괴와 응급실 뺑뺑이를 이야기하면서 의원 자신은 헬기 타고 서울로 가는 건 특권 의식이 반영된 것 아니냐”며 “권력 있고 지위 있으면 다 서울대병원 가는 거냐”는 빈정거리는 이야기가 의료진 사이에서 많이 나왔다. 특히 “의료진 보다 가족이 원한다는 이유로 먼 거리의 대학병원으로 헬기 이송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서울대병원은 헬기를 받을 수 있는 곳도 없는데 무리한 이송으로 판단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피습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도전’이라고 확대해석하며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테러에 대해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테러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기자들에게 “이 정치 테러는 우리가 어렵게 지켜온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공격행위”라고 말했다. 테러는 규탄 받아 마땅하지만 단순한 피습사건을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연결 짓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곧 이재명 대표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만드는 일이라 생각된다. 이 대표에 대한 테러가 민주당이 말하는 대로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고 위협’이라고 한다면, 은연중 이재명 대표는 ‘민주주의의 상징’이 된다. 무의식중에 국민들 뇌에 그렇게 박히게 되면서 총선에서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대표를 공격하는 것이 마치 민주주의 체제를 근본부터 허무는 것처럼 과한 언사를 쓴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필자로서는 ‘정상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한 개인의 일탈을 놓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한 정신이상자의 테러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면, 그런 허약한 민주주의는 애당초 존재할 수도 없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한 개인의 적개심으로 발생한 테러를 ‘거대 어젠다’로 확대한다는 건 매우 잘못된 ‘사고(私考)’다. 민주주의 파괴행위는 더 더욱 아니다. 그건 한 개인의 야만적 비행이지 민주주의와는 상관없기 때문이다. 진도가 너무 나가는 것 같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테러에 반사적으로 ‘민주주의’를 들먹이는 세태를 보며, 우리 정치사회의 한없는 경박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불현 듯 이재명 대표가 단식 때 지팡이를 짚고 있던 모습이 떠오르며 무서운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유튜브 공간에는 지난 2일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자작극, 음모론, 배후설 등 억측과 혐오 발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짜 칼로 연출한 야당의 자작극’ ‘정권(?)의 사주로 벌어진 일’이란 주장부터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송과 관련한 헬기 이용, 이로 인한 재판 지연과 관련한 온갖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피의자의 신원을 놓고도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는 민주당 당원이다.’ ‘과거 국민의 힘 당원이었다.’ 등 아직 확인되지도 않는 소문이 넘쳐난다. 게다기 민주당 일부 정치인은 이런 음모론을 자제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그에 편승해 혐오를 선동하고 충동질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윤대통령이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닌 가” 란 글을 SNS에 올리면서 마치 윤 석열 대통령 때문에 이 대표가 피습되었다는 의도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궤변이다. 여론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이자 극단적 정치 문화가 낳은 병리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병원이 전날 오후 5시 10분 브리핑을 예고했다 돌연 취소 한 것도 갖가지 억측을 낳고 있다. 앞서 서울대 병원 측은 “환자 개인정보를 알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브리핑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를 이유로 브리핑을 취소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국민들이 더 궁금해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밝혀야 했다.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 회복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 면회할 상황이 안 돼서 면회가 어렵다고 한다. 이번 피습 사건은 극단적 대립이 일상화된 우리 정치권을 되돌아보게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진영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청산 대상으로 삼는 풍토가 펴져있다.

여야는 좋든 싫든 간에 이 나라에서 함께 살아가며 국민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정치인들, 이번 피습사건을 극단적 정치 문화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까지 여야 어느 쪽이든 이번 사건을 선거에 이용할 생각은 말아야 한다. 지난 번 송 대표 습격사건 때도 민주당 일부 극성의원들이 마치 국민의힘 쪽에서 공격한 것처럼 호도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만약 총선 기간 중 이런 일이 또 벌어진다면 선거가 난장판이 될 것이다. 각 당 지도부는 지지자들을 자제시키고 선거 기간 중에는 후보 경호를 강화해야할 것이다. 가장 슬기로운 방법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처세다. 다소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이쯤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법정에 서는 것이다. 다수의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미. Creative University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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