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된 전정수도관 없는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 수술 성적 우수

아가미-귀-콩팥증후군은 4만명 중 1명에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주로 EYA1, SIX1, SIX5 등 전사인자 유전자의 상염색체 우성 돌연변이에 의해 생긴다. 

새열기형, 전이개누공, 외이기형, 난청 및 신장의 이상소견을 보이는 유전질환으로 대부분의 환자는 난청을 동반하고 있어 증후군성 난청의 대표적인 희귀질환이다.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이비인후과 이상연 교수팀(제1저자 충북대병원 이비인후과 남동우 교수)은 중증 증후군성 난청 코호트를 이용하여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의 유전형 및 임상 표현형을 제시하고 수술 결과의 유용한 예후 인자와 분자-유전학적 기전을 규명한 연구결과를 23일 발표했다. 

난청은 발생한 위치에 따라 전음성 난청(소리가 전달되는 경로의 문제), 감각신경성 난청(소리를 감지하는 부분의 문제), 혼합성 난청(전음성 난청과 감각신경성 난청 복합적으로 문제)으로 구분된다. 

[그래프] 확장된 전정수도관(EVA) 유무에 따른 중이 수술 후 air-bone gap(ABG)을 통해 살펴본 청력 호전 정도에 대한 비교
[그래프] 확장된 전정수도관(EVA) 유무에 따른 중이 수술 후 air-bone gap(ABG)을 통해 살펴본 청력 호전 정도에 대한 비교

난청이 있는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혼합성 난청 소견을 보인다. 전음성 난청을 해결하기 위해 이비인후과에서 중이 수술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껏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 중 중이 수술에 적절한 후보군과 이에 관련된 인자가 무엇인지 깊이 연구된 바 없었다. 

이 교수팀은 중증 증후군성 난청 코호트를 이용하여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의 임상 표현형 및 유전형을 탐색하고, 중이 수술 결과를 정성적·정량적으로 분석하여 수술 결과의 유용한 예후 인자를 제안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이과학회지(Otology&Neurotology)에 게재됐다.

중이 수술을 받은 한국인 아가미-귀-콩팥증후군 가계를 대상으로 전장유전체분석을 포함한 단계별 유전검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약 66.7%에서 유전진단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장유전체분석 기반의 2종의 새로운 EYA1 구조 돌연변이가 확인되어 아가미-귀-콩팥증후군 관련 유전형 스펙트럼이 확장됐다.

중이 수술을 받은 귀 중 60%는 성공적으로 치료됐고, 40%에서는 치료되지 않았다.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귀 모두 정상적인 전정수도관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잘 치료가 되지 않은 귀 중 대부분에서 ‘확장된 전정수도관(EVA, enlarged vestibular aqueducts)’이 나타났다. EVA는 달팽이관 내 림프에서 뇌로 연결되는 뼈로 된 수도관인 전정수도관이 일정 크기보다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것으로 소리나 균형 정보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아 청각장애나 균형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즉, EVA의 유무가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의 중이 수술의 예후를 결정하는 유의한 인자로 확인됐다. EVA가 없는 환자군에서 중이 수술의 성적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연 교수(임상유전체의학과·이비인후과)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에서 중이 수술이 항상 금기임을 제시했던 기존의 연구 결과에 반하는 것”라며 “확장된 전정수도관(EVA)을 동반하지 않는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의 중이 기형에 입각한 맞춤형 수술을 시행하면 유의한 청력 회복 이끌 수 있음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여서 의미가 크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한편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이비인후과 이상연 교수팀(제1저자 윤예진 연구교수·이소민 석사과정)은 한국인 아가미-귀-콩팥증후군 코호트를 대상으로 SIX1 유전자 돌연변이의 유전형 및 임상 표현형을 제시하고 분자-유전학적 기전을 밝히고자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그간 아가미-귀-콩팥증후군을 유발하는 EYA1에 비해 SIX1 유전자 돌연변이의 유전형 및 임상 표현형 연구는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장유전체분석을 포함한 단계별 유전검사를 통해 3종의 새로운 돌연변이를 포함한 SIX1 돌연변이를 확인했다. SIX1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 모두에서 아가미-귀-콩팥증후군의 전형적인 진단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비증후군성 난청’ 또는 ‘비정형 아가미-귀-콩팥증후군’의 특징을 보였다. 

추가적으로 EYA1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아가미-귀-콩팥증후 가계와 임상표현형을 비교 분석한 결과, SIX1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표현형은 EYA1 유전자 돌연변이에 비해 난청을 제외한 대부분의 표현형 항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EYA1-SIX1-DNA 복합체 이론에 기반으로 한 구조모델링, 단백질 발현, 면역세포염색 검사, 면역침강법·DNA 결합능·전사활성도 분석 등 체계화된 기능분석을 통해 SIX1 돌연변이의 분자-유전학적 기전을 확인했다. EYA1-SIX1-DNA 복합체는 아가미-귀-콩팥증후군의 발달과 관련된 전사 및 표적 유전자를 조절한다.

그 결과,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SIX1 돌연변이 모두에서 EYA1과의 복합체 형성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나 DNA 결합능이 유의하게 감소되거나 혹은 일부 돌연변이에서는 전사활성을 위한 핵 내로의 이동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궁극적으로, 모든 돌연변이에서 전사활성도 능력은 유의하게 감소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SIX1 돌연변이의 병인 기전을 확인함으로써 SIX1 돌연변이에 의한 EYA1-SIX1-DNA 기능적 결함은 비증후군성 난청 또는 비정형 아가미-귀-콩팥 증후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상연 교수(임상유전체의학과·이비인후과)는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형-표현형 상관성을 바탕으로 아가미-귀-콩팥증후군 환자의 유전 진단 및 원인 유전자에 입각한 환자 상담과 치료에 중요한 근거자료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EYA1-SIX1-DNA 복합체 이론에 따른 체계적인 기능분석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아가미-귀-콩팥증후군 관련 기능 연구와 희귀질환을 유발하는 전사인자 유전자 연구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2건의 연구 모두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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