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은 썩은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라는 다산 정약용의 탄식이 아니더라도 마치 이 세상은 망망대해(茫茫大海)에 떠 있는 ‘난파선(難破船)’같이 출렁인다. 안타까운 것은 배안에 탑승한 선장은 물론 선원과 승객들이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치권이 살풍경(殺風景)이다. 여야(與野)대결이 극심해지면서 ‘정쟁’이 아닌 ‘전쟁’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속에서 6개월 남짓 남은 ‘총선 전초전’으로 불리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우려했던 대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여러 비리 연루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리더십에 탄력을 받으면서 더욱 더 친명체제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과 함께 김기현 책임론으로 잠시 시끌시끌했지만,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겉으로 보기엔 큰 동요가 없어 보인다. 이는 패배 사흘 만에 윤석열 대통령의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 추진”발언이 나오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강서구 패배는 여당이 민심 전달과 대통령실 독주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데 대한 민심의 심판이란 게 대체적 평가다.

국민의힘은 일단 김기현 체제에서 사무총장과 정책위원회 의장 등 주요당직을 교체했다. 또 당 혁신기구도 구성했다. 이유 불문하고 2024년 4월에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여야 모두 ‘배수의진’을 친 승부수로 여기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까지 승리해야 진정한 정권교체가 완성된다고 본다. 특히 거대 야당이 입법부를 장악한 채 입법폭주와 정부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며 ‘야당 심판’ ‘야당 견제’를 호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자칫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총선을 ‘윤석열정부 중간평가’로 규정하며 총선 승리로 여권의 국정 난맥상에 제동을 걸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앙. 지방 권력을 여권에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의회 권력마저 뺏기면 정권의 독주(?)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권이 바뀐 뒤 검찰 앞에 ‘난타’(?)당한다는 감정을 딛고,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깔려있다.

정치권이 이 모양이니 대화와 타협이 아닌 쟁투(爭鬪)의 쇳소리만 난무할 뿐이다. 여도 야도 ‘민생’은 생색내기 일 뿐이고, 국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는 위기의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주권자인 국민이 밝은 눈으로 누가, 어느 정당이 국리민복을 위하는지를 잘 지켜보고 심판을 해야 하는 데, 국민의 시야(示野)가 초점을 잃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국민의힘은 지금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다.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내년 선거에서 이길 것이고,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져서 정권이 반신불수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2027년 대선까지 먹구름 속에서 헤매는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보면 참으로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교할하고 간교한 야당에 비해 무기력하고, 비호감이면서, 인기마저도 없다. 언행이 감동이 되지 않을 만큼 밋밋하다. 심하게 말해 설득력도, 호소력도, 공감력도, 어휘선택도 언어구사력도 없는 어눌한 말투. 정치와 선거는 8할이 말싸움이다. 문재인 때 탁 비서관 같은 인재도 없는 것 같다. 그런 화력을 갖고는 곤란하다. 상대 당은 산더미 같은 죄(범죄혐의자)를 짓고도 뻔뻔한 모습으로 큰소리치고 강펀치를 휘두르며 검찰을 농락할 정도이건만, 대체 뭐가 꿀려서 절절매고 머뭇거리며, 얻어맞느라 정신 줄을 어디에 놓고 있는지. 대통령의 눈치만 보며 움직이는 것은 정상적인 여당의 모습이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힘이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 란 말을 듣는 것 또한 무리가 아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故 이건희 회장 발언을 인용해 “와이프와 아이들 빼고 다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모두가 다 바뀌어야 국민의힘이 살 수 있다. 특히 혁신기구는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 눈치 또한 보지 않고 당 쇄신 작업을 이끌어야 한다. 용산 대통령실의 의중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 앞서 김 대표는 인요한 신임 혁신위원장에게 혁신기구 '전권'을 약속한 바 있다. ‘결정적 선거(critical election)’라는 말이 있다. 기존 정치적 쟁점과 지역적 권력기반, 정당의 전통적 이념 토대가 일거에 무너지고 새로운 물갈이를 하는 선거를 말한다. 미국에서 가끔 선거혁명이 일어나 정치와 사회의 기본체질을 결정적으로 쇄신한다는 뜻에서 도입된 용어다. 존 F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선거가 바로 ‘결정적 선거’로 불리고 있다.

22대 총선이 그래야 한다. 선진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분기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정치인들 물갈이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유권자 의식이 성숙해져야 한다. 그래서 내년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누가 되던 간에 요체는 민생경제 회복이 우선이다. 자고로 백성은 먹고사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판이 난장판으로 변해 살기를 띠면서 고함을 지르는 행위 등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는 한 사회의 ‘거울’이라고도 한다. 정치 수준이 그 사회의 수준과 같아서 하는 말이다. 여기서 분명하게 지적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세상 돌아가는 모든 일에 정치권만 탓하는 데, 필자가 생각하기엔 부질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국민들도 일말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방심. 방조, 내지는 선동에 휘말려 판단력도 없이 동조를 하면서 정치인들을 ‘안하무인’의 ‘무지(無地)’한 자로 만들었지 않은가.

국민이 행복하게 살기위해서는 정치인을 잘 뽑아야 한다. 따라서 유권자인 국민은 앞으로 남은 기간 예비후보들의 면면을 소상히 살피고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이제는 학연, 지연, 정당을 보고 뽑는 선거는 되지 말아야 한다. 이참에 고성이나 지르고 욕지거리한 촌충 같은 정치꾼들은 잡초를 뽑아내듯 제거하자. 그래서 국민의 눈과 귀가 무서운 줄을 알게 해야 한다. 이제까지 보듯 국민을 정략적으로 편 가르게 하고, 선동하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죄악이다. 특히 국회의원은 한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이 아닌가.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기에 품위도 있어야 하고, 소신도 있어야 한다. 선거가 있을 쯤 되면 여야가 국민을 선동하는 어설픈 포퓰리즘의 미끼를 던지며 환심을 사려고 한다. 국민은 이제부터라도 그 속임에 속지 말아야 한다.

‘자치통감’을 지은 북송 때의 학자 사마광의 말이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일러주고 있다. “정치는 공정하다는 의미이다. 정사를 처리하는 원칙에는 공정함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 정치는 국민을 호령하고 기만하는 곳이 아니라 국민의 호령을 받는 곳이다. 특히 세상 분위기와는 달리 국민의힘은 집권 1년 반이 훨씬 넘었는데도 대통령이나 여당 지지율이 30%대에 주저 앉아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금배지를 기대하는 ‘정치꾼’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고 디딤돌이 되어주는 그런 정치인이 우리에겐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바라기는 정당은 특정인물이나 기존인물을 안배하기보다는 국민을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인물을 발굴해 차기 총선에 내보냈으면 한다. 인물교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물론 당 대표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의원들을 심판하기 앞서 국민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미. Creative University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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