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많은 국민들은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결과를 두고 의아해 했다. 아무리 야당 텃밭이라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일부 국민들은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지기도 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지난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 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앞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강서구는 전국 226곳 기초지자체 중 한 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의 민심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평가된 이번 보궐선거에서 여당의 ‘거야 견제론’보다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힘이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며 당력을 집중했던 터라 김 후보의 패배는 여권에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0시 30분 현재 89.66%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진 당선인은 57.03%(12만 4023표)를 득표해 38.93%(8만 4662표)에 그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4만 표 가까이 앞서 개표하지 않은 표에 관계없이 당선을 확정 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3명 모두가 민주당 소속이란 점에서 강서구가 대체로 국민의힘에 불리한 지역이란 한계는 있지만,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2.61%p(6713표) 격차로 김승현 민주당 후보를 제친 바 있다. 이유 불문하고 무엇보다 두 자릿수 이상의 격차로 패했다는 점은 지난 2021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연승으로 이어오던 기세가 확연히 꺾였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록 기초자치단체장 1명을 선출하는 ‘미니 보선’이었지만 정치적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2대 총선을 6개월 남짓 앞두고 수도권에서 치러지는 ‘총선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김태우 후보가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후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 2위 격차가 17.15%포인트 차이가 난 것을 두고 양측이 결집한 선거였는데도 예상보다 큰 격차를 보인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지만, 여당의 패배는 일차적으로 무리한 후보 공천에서 비롯됐다. 이번 선거는 강서구청 장이었던 김 후보가 지난 5월 대법원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됨에 따라 치러졌다. 하지만 확정판결 3개월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그를 특별 사면했다. 국민의힘이 ‘공익제보자’라며 김 후보를 공천했지만, 보궐선거를 유발한 당사자를 재공천하느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민주당이 자당 소속 시장들 때문에 치러진 2021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꼼수 공천했다가 패한 전례를 국민의힘이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김태우 후보의 패배는 곧 윤심의 패배를 의미할 수도 있다. 김 후보가 완패하면서 김기현 지도부도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이자 수도권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선거에서 예상보다 큰 격차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의 뜻에 다른 의견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끌려간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부각될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 이번 선거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격차로 패할 경우 22대 총선에 대비한 비상대책위 혹은 조기 선거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러한 ‘지도부 개편론’에 대해서는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서구는) 전국 226개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일 뿐”인데다 민주당에 보다 우호적이었던 지역인 만큼 원래 쉽지 않았던 선거라는 것이 명분이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도 쇄신 차원에서 지도부 교체 기류에 호응할 거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그렇지만 “내세울 인사가 있긴 있느냐”는 ‘인물 부재론’도 존재한다. 현 지도부가 물러나더라도 비대위를 구성할 참신한 인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김기현 지도부에 책임을 물을 경우, 김태우 후보를 특별 사면해 재도전의 길을 터준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당 지도부를 바꿔야 한다면, 대통령 실 참모진 교체론 역시 비등할 수 있다는 점도 윤 대통령의 고민이 될 수 있다. 이에 김기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내년 총선 준비를 서두를 수 있다는 방법이 대안으로 꼽힌다.

이번 보궐선거는 유권자가 윤석열 정부의 취임 후 1년 반 동안을 평가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민주당 강세 지역인 강서구에서의 득표차를 보고 총선 전략을 가늠해 보자는 의견도 나왔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고령층보다 중년층과 청년층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많은 사전투표율이 역대 재·보궐 선거 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야당이 주장한 ‘정권 심판론’에 동조하는 기류가 일정 부분 확인된 셈이다. 여권은 이번 선거를 국정 운영의 미비점을 돌아보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야 간 대화를 찾아볼 수 없고 극한 대립만 일상화한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도 문제이지만, 민생 문제를 풀어갈 책임은 여권에 있다.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 필요한 정책을 법제화하는 것도 집권 세력의 역량이다. 안타깝게도 여권은 아직도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남을 탓할 뿐, 반성의 목소리나 국정기조의 변화와 같은 근본적인 탈바꿈의 메시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오직 자기 밥그릇(공천)만 챙기려고 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특히 윤 대통령 주위에는 참신한 인재가 턱 없이 부족하다. 한 마디로 국민의힘은 ‘초상집,’ 민주당은 ‘잔치 집’ 같은 분위기다. 승리한 민주당은 환호하지만, 총선 민심이 이번과 같을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을 지지해서 찍은 게 아니고 이번 선거 역시 비호 감 세력 중 좀 더 싫은 쪽에 매를 든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부동산 실정과 ‘내로남불’ 논란 등으로 정권을 내준 뒤에도 국민들에게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극성 ‘개 딸’에 휘둘리고, 다수 의석을 앞세워 무리하게 법안을 처리하려는 행태도 여전하다. 현재 우리 경제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 위기’에 직면했고, 자영업자 등 국민의 삶은 살벌해지고 있다.

이번 강서구청 장 보궐선거는 후보 간 대결이라기보다는 양당(국민의힘. 민주당)이 온 힘을 다해 맞붙은 ‘정당 선거’가 돼 버린 만큼, 이유 불문하고 17.15%p차의 참패는 여당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보궐선거와 관계없이 내년 총선 민심은 여야에 더 혹독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총선까지 6개월 남았고, 어떤 일이 또 생길지 모르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지금까지의 성적표다. 다시 말해 지금 현재 민심을 가장 정확하게 가르쳐 준 성적표다. 여. 야 모두가 자성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마음은 고여 있는 물이 아니라 바위를 치는 밀물과 썰물과 같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미. Creative University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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