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꾼들 하는 짓거리를 보면, 특히 민주당 인사들을 보면 자기는 백로이고, 다른 사람은 까마귀로 몰아 부친다. ‘백로-까마귀론’의 본질은 누가 백로냐, 아니냐에 달려있지 않다. 문제는 고고한 자신들의 모습에 취해 사는 ‘백로’들의 비현실성과 비타협성, 비상식, 그리고 이런 백로들에게 무조건 열광하는 우리 정치 풍토다. 참으로 안타깝고 기가 막힌 건 이 백로들이 다른 정치인들에 대해 “정치에 오염된 인간들, 때가 묻은 인간들”이라고 착각하고 무시하는 ‘내로남불’ 의 현실 정치인들이라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백로 계열의 인사들을 꼽는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정청래, 안민석 의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돌이켜보면 우리 국민은 언제나 새로운 백로의 출현을 갈망해 왔던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1997년 당시 이회창이 보수의 히어로였던 “보수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대통령 후보”란 찬사를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노무현의 친구'로 뜬 문재인 전 대통령, 스타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도 기존 정치인과 대비되는 참신한 이미지로 국민적인 환호를 받았다. 안철수도, 이재명도 처음엔 모두 그랬다. 현재 차기 지도자 후보로 각광받는 한동훈 법무장관 역시 이와 비슷했다. 그의 인기는 정치권에 오래 몸담아온 여권 내부의 까마귀들보다 훨씬 높고 신선하다. 서울시장 4선 경력의 오세훈 시장도, 당 대표와 대선후보까지 지낸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지율로만 보면 한 장관보다 한참 떨어질 정도다.

당연히 참신한 백로들에겐 가점이 붙고, 단지 오랫동안 정치를 해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까마귀신세가 되어 감점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정치라는 것이 묘해 백로처럼 할 수만은 없다. 때로는 까마귀들의 활약이 더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죽도록 싸우다가도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불리하면 우회로를 찾아, 돌아가고 급하면 적에게 고개도 숙여야 하는 게 정치계의 참모습이다. 더구나 보기 싫은 상대와도 술잔을 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말싸움으로 제압하기보다 능글능글하게 웃어넘기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극단적 진영 싸움으로 메마른 한국 정치, 그래서 속이 시커먼 까마귀들의 지혜가 때로는 필요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분열과 증오의 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통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했음에도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은 반성은커녕 다수 의석으로 ‘입법 독재’를 일삼으며 국민들을 끝없이 갈라치기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다수당으로 살아남기 위해 처참하리만큼 발버둥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 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자신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만 일삼는 무도한 ‘압‧구‧정’ 정권 실상을 드러내겠다”고 덧붙여 말했다. “강도 깡패가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을 닫아야 한다”며 당 안팎의 불 체포 특권 포기 요구를 물리치던 이 대표가 다시 말을 바꾼 데는 최근 외면만 할 수 없을 만큼 커진 ‘당 혁신 론’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유가 어찌되었던 정부 여당은 이 대표가 구두선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행동 이행으로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 달라고 압박을 가한다.

대다수의 국민들마저 고개를 갸웃 등 하며 믿지를 못하는 눈치다. 단지 이번 불 체포특권 포기 약속이 여러 차례 보인 ‘공수표 공약’ 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 어쩜 불 체포특권 폐지가 이 대표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다는 것이 뼈아픈 상처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정치권에서는 “ ‘돈 봉투 의혹‘ 체포동의안 표결 전 이 선언이 나왔더라면 진즉(이 대표) 대선 공약이 제대로 이행 됐더라면, 하는 생각을 떨굴 수 없다” “만사지탄”이라고 비판했다. 또 언제 말이 바뀔지 모르니 이런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앞서 민주당은 자당 관련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모두 부결시킨바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일부 이탈 표가 나왔지만 예상대로 부결되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 건도 당연한 듯 부결되었다. 이 대표 스스로 지난 대선 때 불 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해 놓고 민주당이 연일 제 식구 감싸기를 거듭하자 ’방탄 정당‘이란 비난이 쏟아지기고 했다. 민주당과는 달리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하영제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가결된 바 있다. 이 대표가 특권포기 의사를 스스로 밝혔으니 민주당은 앞으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명분이 사라졌다. 하 의원 경우 결국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은 면했는데, 여야 모두가 일반 국민과 같은 절차를 따르면 된다.

면책특권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내란죄. 중죄 등에 대해 불 체포특권 제한. ◼영국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인정. 민사재판에 대한 강제구인 면책. ◼일본은 불 체포특권 예외 규정. 1948년 이후 체포동의안 20건 중 2건만 부결. ◼독일은 명예훼손에 대한 면책특권 제한. ◼이탈리아는 1990년대 ’마니 풀리 테‘운동 때 면책특권 박탈. ◼네덜란드, 노르웨이는 불 체포특권 불인정. 결국 불 체포특권은 법에 정해져있어 개정을 하지 않고는 행사를 할 수 없다. 다만 의원 개개인이 불 체포특권을 포기하는 각서를 쓰면 된다. 이 대표의 특권포기를 계기로 모두가 특권을 포기하면 된다. 민주당이 혁신위원회를 구성한 만큼 이번을 계기로 구태와 절연해야한다.

한편 이 대표는 연설에서 현 정권을 ‘출범 1년 만에 민생, 경제, 정치, 외교 안전을 포기한 5포 정권’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이어 민주당이 민생 경제 문제에 있어 유능한 대안 정당으로서 ◼35조원 규모 추경편성 ◼전세 사기 대책 보완.◼미래 산업 기반 구축. ◼ 벤처 스타트업 활성화 ◼노동 시간 단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야당대표가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눈 떠보니 후진국’ 이라거나 ‘정치가 통치와 지배로 대체 되었다’는 식의 과격하고 감정 섞인 일방적 공격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여전히 여당이 협치를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비난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협치의 책임은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의석수를 내세워 일방적 법안 통과 등에 대한 자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대표가 무려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거듭 요구하고 기본소득을 강조한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에 시동을 거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이 대표는 추경 사용처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화폐예산 증액을 넣었다. 국채를 늘려서라도 제정이 경제회복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기업 실적 둔화 등으로 세수가 줄면서 올 들어 4월말까지 정부 총수입은 지난해 동기보다 34조1000억 원 줄었다. 올 1분기 나라 살림 적자만 54조 원에 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존 사회보장제나 현금복지에 대한 조정 없이 기본소득만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바라 건데 민주당은 돈만 풀 궁리만 하지 말고 나랏빚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처리부터 우선으로 협조하기를 바란다.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며 당장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흔히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을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아마도 요즘 이 범주에 속한 사람을 꼽는다면, 백로를 자처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는 ‘거짓말’을 ‘참말’처럼 말하는데 달인답다. 그에게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러니 거짓말이 얼마나 나쁜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힌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할 것이다. 그는 거짓말을 자주 하다 보니 자기 자신도 거짓말을 참말로 믿는 것 같다. 그의 거짓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대선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는 공약이나 정책을 발표하면서 같은 사안(事案)을 놓고 아침에 한 말 다르고, 저녁에 한 말이 달랐다. 한마디로 조삼모사(朝三暮四)였다. 그의 거짓말은 무엇이든지 ‘아니면 말고 식’이었다.

지방 유세 중 ‘존경하는 전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말해 놓고 논란이 커지자 “존경하는 전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발뺌을 했다. 그는 한 조찬 기도회에서 자신이 “분당 우리교회에서 열심히 주님을 모시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된 일도 있다. 교회 측이 “ 이 후보는 10년간이나 출석을 안 해 교적에서 제적된 상태로 우리 교회 교인이 아니다.” 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나님까지 팔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순간만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쟁이가 되면 결국 죽음일 뿐이다.

과거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거짓말 때문에 사임에 이르렀고, 얼마 전 영국의 보리스 총리도 거짓말 하나 때문에 사임한 사실을 보면 거짓말이 얼마나 큰 죄인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을 잠시 동안 속일 수는 있겠지만 계속해서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링컨 대통령의 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이제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라도 가면을 벗고 진실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나친 욕망이 자신은 물론 나라까지도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욕망의 사슬은 이렇게 무서운 거다. 따라서 국민들은 이런 거짓된 말에 더 이상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을 해야 한다. 그게 나라 살리는 일이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미. Creative University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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