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이자 미생물 연구가인 김혜성 박사가 ‘내 안의 우주’ 시리즈 네 번째 책을 내놓았다.

‘안티바이오틱스에서 프로바이오틱스로’ 인식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이번 책은, 저자가 미생물 관련 책을 꾸준히 써오면서 쌓은 내공으로 “복잡하고 난해한 최신 과학적 발견을 각고의 숙성과 발효과정을 거쳐 일반인들도 편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특유의 쉽고 유머러스한 필체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약에 의존해서 건강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에 대한 답을 생활습관과 프로바이오틱스에서 찾는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의 학술적 정의는 ‘적절하게 먹었을 때 숙주(인간·동물)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이지만, 저자는 “프로바이오틱스란 말의 진정한 의미는 항생제를 의미하는 안티바이오틱스와 대비시켜야 제대로 음미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세균을 죽여(anti) 내 몸을 보호하겠다는 20세기 안티바이오틱스(antibiotics)와는 정반대로, 내 몸의 유익한(pro) 생명(biotics)을 보살펴 나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유익한 세균이 있다는 것은 세균을 감염과 질병의 원인으로만 생각했던 20세기 사고를 넘어서는 발상의 전환이다. 우리는 이미 세균 박멸을 기치로 내건 20세기를 지나 공생과 화합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여전히 '약(藥)'에 의존해서 살고 있는 '약(弱)'한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바로 그러한 현실의 모순을 극복해야만 우리 몸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프로바이오틱스의 궁극적 목표는 몸에 좋은 미생물이 우리 몸에 더 많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장, 구강, 피부, 호흡기, 여성 생식기, 심지어 마음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 가운데 세균만 따져도 우리 몸의 세포보다 1.3배나 많다. 이렇게 많은 미생물을 우리 건강의 아군으로 만든다면 그 영향이 우리 몸 곳곳에 미칠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 또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대사증후군이나 만성질환의 관리를 돕고, 생명이 가장 위태로운 공간인 중환자실과 수술 후 감염 예방, 심지어 암 치료와 예방까지 돕는다.

품으로 개발돼 시장에 나온 수많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선택기준을 제시하는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저자는 지난 수년간 우리 인간의 건강과 미생물의 관련성을 연구하면서 나름의 선택기준을 마련했고, 주의사항과 더불어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이 모든 것을 현실과 괴리된 난해한 과학적 이론에만 함몰되지 않고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유쾌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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