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치료영역 우선…예방영역 확대 시 1년 1000억 추가 소요"
현재 조건부 급여 연장 수정안 논의 중…"만성질환 약제로 접근해야"

골다공증 골절은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약제 급여기준을 최소 3년 이상 보장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정부는 현재 치료영역을 우선하는 골다공증 골절에서 예방영역까지 급여를 확대할 경우 연 1000억원의 재정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학회가 제시한 조건부 수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는 18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과 공동주최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노인골절 예방' 선순환을 위한 골다공증 정책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최용준 대한골대사학회 보험정책이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골다공증 골절은 한번 발생하면 4년 내 약 27%에서 재골절이 발생하고, 특히 고관절 골절 환자 17.4%는 1년 내 사망해 유방암 사망률(20%)에 근접하고 있다"며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골다공증 골절은 환자 개인의 부담이 아닌 30~40대 경제인구의 생산성 저하와 가족 전체의 부담으로 연결된다"고 밝혔다.

그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경우 약물 투여기간 제한없이 치료 가능하다"면서 "골다공증은 골밀도 수치가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꾸준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골다공증 골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골다공증 치료제에 대한 급여적용은 골밀도 수치인 T-score가 –2.5 이하일 경우에만 1년간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 등 국제 가이드라인은 T-score가 -2.5 초과하더라도 골다공증 진단을 유지하며 지속적인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골다공증 약제의 지속치료를 통해 골절 위험 감소와 골절 예방 효과가 10년 장기데이터로 확인된 만큼, 현행 급여기준을 최소 3년 이상 보장되도록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왼쪽부터 대한골대사학회 최용준 보험이사, 유준일 산학네트워크 연구이사, 하영찬 이사장.
왼쪽부터 대한골대사학회 최용준 보험이사, 유준일 산학네트워크 연구이사, 하영찬 이사장.

유준일 대한골대사학회 산학네트워크 연구이사는 골다공증 골절로 인한 비용을 언급하며 지속치료를 강조했다.

유 연구이사는 "우리나라는 2025년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구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급격한 초고령화는 골다공증 골절 증가로 이어지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며 "골절이 발생하면 환자의 1인당 의료비용은 80%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2021년 기준 골다공증 골절로 인한 직접의료비는 6891억원, 사회적 비용을 포함한 간접의료비는 1조 2000억원에 달했다. 또 고관절 골절 환자 1인당 1년간 의료비는 평균 1140만원으로 나타났다.

유 연구이사는 "급여기준을 T-score -5로 높게 유지해도 골절로 인한 의료비용이 20년간 약 52.8조원이 절감된다"면서 "신약을 통한 골다공증 치료를 최소 3년 이상 지속하는 것은 국민의 직접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이 진단된 환자에서 첫 골절 발생까지의 기간이 더 늦춰질수록 정부의 재정적 손실이 최소화된다는 의견이다.

하영찬 대한골대사학회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를 생각했을 때, 골다공증 골절을 국가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하 이사장은 "WHO는 노인 기동성과 낙상위험을 강조하면서 노인 일차의료 지침에서 골다공증 통합관리를 권고하고,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낙상위험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며 "질병 구조에 맞춰 우리나라도 '골다공증 골절 국가책임제'를 도입하는 등 정책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골다공증 골절을 예방하면 의료비 부담 절감, 주변인의 돌봄 부담 감소, 노인인구의 경제활동 참여기회 강화 및 사회생산성과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골다공증 골절은 외상이 아닌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만성질환적 관리 특성과 중증질환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골다공증 골절, 만성질환으로 접근해야"…복지부, 약가조정 등 협조 필요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

패널토론에서도 급여확대 필요성에 대한 환자와 패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환자 이충일 씨(82세)는 "여성들만 골다공증이 생기는 줄 알았는데 내가 진단받아서 놀랐다. 약물치료를 결정했는데 약이 너무 고가였다. 매월 치료비용으로 100~150만원을 소요된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치료를 시작했다"면서 "약 3년간 약물치료를 통해 누워있다가 훨체어로, 지금은 걷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포기하지 않으면 좋은 의사와 좋은 약을 만날 수 있다"며 "다만 여성들에서 골다공증 발생한다는 걸 알면서도 왜 예방을 못하는가. 골다공증 골절 사전예방에 국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정석 백종헌의원실 선임보좌관은 "주제발표 내용에 충분히 공감한다. 저희 할머니도 골다공증 골절로 10년간 누워계셨는데, 저와 부모님 모두 힘들었다"면서 "국회도 골다공증 지속치료가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보건복지부는 2019년 데노수맙 1차 약제 급여를 비롯해 몇 차례 급여확대를 추진해왔다. 골다공증 골절은 증상에 따라 1년 또는 3년까지 쓸 수 있다"면서도 "모두에게 충분한 지원을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다만 골다공증 치료제는 말 그대로 '치료제'로써, 골밀도 수치가 -2.5 이상 좋아질 경우 예방영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급여적용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오 과장은 "데노수맙의 경우 고가이다보니 치료부분은 우선 급여하지만 예방은 재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작년 학회가 제시한 급여확대 3가지 방안에 대해 공단 및 심평원과 재정분석한 결과 연 1000억원이 추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기에 2년을 추가로 연장하게 되면 재정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복지부는 지난 3월 학회가 제시한 수정안을 토대로 조건부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T-score 기준을 -2.5에서 -2.0으로 낮추고 치료개선이 안된 환자들에 한해 1년씩 연장하는 방안이다.

오 과장은 "지난주 유관학회와 수정안에 대해 재정분석에 들어갔다 우선 투약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 객관적 근거가 나오게 되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나 내부에서 의사결정이 수월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 과정에서 해당 제약사의 약가조정 협조도 필요하다. 예방영역은 재정면에서 우선순위가 밀리는 상황이지만, 사회적인 비용이나 삶의 질을 고려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최용준 보험이사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대부분 만성질환에서 치료가 되는 질환은 몇 개 없다. 만성질환은 치료가 아닌 조절하는 것"이라며 "'골다공증 치료제'라는 용어도 '골밀도 올리는 약'이나 '골절 예방약'이 맞다. 골다공증 치료제 급여 문제는 만성질환을 조절하는 약으로 접근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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