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만 있었어도 이 정도는 아닐 텐데”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을 두고 국민들이 아쉬워하는 말이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데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이어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자칭 민주화 전통을 가진 정당의 도덕성까지 흔들리고, 사법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정당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식구 죽이기에만 혈안이 되어버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국민의힘 지도부 출범 이후 당은 켄벤션 효과를 누리기는커녕 오히려 민주당에 지지율을 역전 당했다. 물론 지난 며칠 전 국민의힘이 35%를 기록하면서 민주당(32%)과지지 구도가 비등해지기도 했다. 이는 당이 잘해서라기보단 ‘방미효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암튼 부진한 원인이야 다양했다. 특히 모든 것을 유야무야 덮는 대 그치거나, 야당이 더 못하기만 기다리는 건 집권 여당의 태도가 아닌 것 같다. 여(與)는 한자 사전에 ‘더불 여, 줄 여’라고 쓰여 있는 데, ‘더불어 참여하다’로 풀이 할 수 있다. 주로 대통령을 도와 국정에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집권당을 흔히 여당(與黨) 이라 칭한다. ‘여’라는 글자엔 ‘같이하다, 협조하다, 주다’는 뜻도 담겨있다. 즉 대통령뿐만 아니라 야당과도 같이 협조해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어 가라는 바람이 여당이란 두 글자에 함축되어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작금의 여당인 국민의힘을 보면 ‘더불 여’가 아닌 나머지 여(餘)자를 쓰면 어울릴 것 같은 여당(餘黨)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존재감이 제로(0)다.

어렵사리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난 정부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것도 없다. 정국 정상화나 국정 현안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거추장스러운 잉여(剩餘)의 존재로 전락하고 있어 국민들을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 모른 채 마치 여의도에 구경 나온 여행객처럼 유유자적하는 모습은 여당(旅黨)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싶을 정도다. 아무리 지지멸렬해도 중심을 잡아주는 지도부나 경험 많은 중진들이라도 있었으면 이처럼 갈피를 못 잡고 헤매진 않을 텐데, 불행하게도 한국의 집권 여당은 여전히 특권층(?)의 눈치를 보며 헤매고 있다. 도대체 ‘윤 석열 정부’ 가 언제 출범했는데,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단 말인가.

당 대표의 리더의 부재는 더욱 심각하다. 권력 쟁취를 위해 비상한 결단을 내린 것 말고, 정작 국민들이 바라고 원하는 정책을 제대로 내놓은 게 하나라도 있는가. 그 많던 보수진영의 원로와 책사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더 근본적으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집권 한 지 1년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야당인 줄 착각하는 것 같다. 야당 때 습성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위기감도, 절박감도, 사명감도, 책임감도 보이지 않는다. 창피함과 죄송스러워하는 마음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하고 전통적 보수 지지층마저 등을 돌려도,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로지 이들 머릿속에는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청 받을 궁리만 가득 찼을 뿐이다.

대한민국 여당이 여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금배지가 유일한 목표인 ‘정치 자영업자’의 집합체라는 건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너무 서글픈 것 같다. 분노마저 느낀다. 어떻게 해서 정권을 쟁취 했는가. 그럼에도 불구, 국가적 위기 극복과 새 정부 국정 수행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는커녕, 걸림돌만 자초하고 있으니, 이런 여당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그런 여당이 우려했던 대로 결국에는 일을 저질렀다. ‘다 된밥에 제뿌리는 꼴’ 이 되고 있다. 오죽하면 국민의힘이 갈팡질팡하며 죽을 쑤고 있다 보니, 되려, 수세에 몰린 전 정부와 전 여당만 어부지리로 부각만 시켜주고 있다는 말까지 떠돈다. 정치는 민심을 이기지 못한다. 민심이란 거울에 금이 가면 쫙 갈라지듯 그렇게 갈라진다. 그 갈라지는 것은 긴 시간이 필요 없다.

국민의힘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10일 태영호 의원 ‘당원권 정지 3개월’, 김재원 최고위원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를 내리며 거취 문제를 일단락 했다. 끝까지 버틴 김재원 최고위원은 5·18 관련 발언, 전광훈 목사 우파 통일 발언 등 잇단 설화를 일으킨 것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 징계 처분을 받았다.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 녹취록 등으로 윤리위에 회부됐던 태영호 의원은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다. 두 사람의 희비를 가른 건 최고위원 자진사퇴 여부였다. 태 의원은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저는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앞서 ‘정치적 해법’을 거론하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유도한 윤리위 방침을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이날까지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으며 사실상 ‘자진사퇴 거부’ 입장을 고수했다. 아무래도 김 의원에게는 괘심 죄가 적용된 것 같다. 국민의힘은 태 의원의 자진사퇴에 따라 30일 이내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후임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반면 김 최고위원이 사퇴하지 않은 채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돼 후임을 뽑지 않고 공석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태 의원 사퇴로 공석이 된 최고위원직 선출 문제가 또 다른 갈등을 촉발할 수도 있다. 태의원의 후임을 선출할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일반적 경선 외에도 지도부가 물밑에서 ‘교통정리’ 한 뒤 단수 후보를 전국위에 올려 가부를 묻는 방식으로 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징계를 계기로 ‘리더십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을 되찾을지가 주목된다. 김 최고위원의 경우 징계를 받아들일 경우 내년 4월로 예정되어 있는 총선에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을 수 없다. 왜 두 의원이 징계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김 의원과 태 의원의 징계는 북한의 김정은을 기쁘게 하는 국민의 ‘자해행위(自害行爲)’가 될 것이고, 종북 좌파들은 ‘축배의 삼페인’을 터트릴 것이다. 또한 보수 유권자들은 등을 돌리고 비웃을 것이다. 태 의원은 “제주 4.3은 김일성의 지시” 발언과 “김구는 이용을 당했다”는 발언이 가장 심각한 징계 사유가 된 것 같다.

제주 4·3사건은 1957년 4월2일 마지막 빨치산이 체포돼 사건이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만 9년 동안 공산주의자들이 살인, 납치, 방화를 자행해 제주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던 사건이라고 모두는 알고 있다. 필자 세대에서도 “제주 4.3” 은 공산당에 의한 폭동으로 배웠고 또 그렇게 알고 있다. 태 의원 역시 “제주 4.3은 김일성의 지시”라고 북한에서 배웠다고 발언했을 뿐이다. 여기가 북한도 아닌데,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다고 한 발언이 왜 징계의 사유가 된다는 것일까. 징계사유가 된다면, 결국 국민의힘에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없는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김 의원도 마찬가지다. 5.18사태에 관한 특별법을 위반 한 것도 아닌데, 단지 “5.18정신 헌법 수록반대” 라는 자기 의사를 표했을 뿐인데, 공천을 받지 못하는 중징계를 내린 이유를 모르겠다. 아직까지도 많은 국민들은 ‘5.18정신’ 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잘 모르고 왜 헌법에 수록되어야 하는지 조차 이해를 못하고 있다. 교도소 습격, 총기와 무기고 탈취, 유공자 명단 비공개, 의심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식의 정치 집단이라면 보수우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좌파 아류집단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지금 ‘5.18 헌법수록’과 ‘광주 묘역 성역화’에 대해 육‧해‧공군‧해병대‧ROTC‧학사장교단 구국동지회 등 군 출신들이 들고 일어났다. ‘5.18 성역화 절대 반대’를 외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광주 5.18추모행사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 결국 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이 징계를 받으면서 국민의힘은 자유 우파 유권자들에게 버림받는 집단이 되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다가오는 총선의 결과가 강 건너 불을 보듯 뻔하다. 앞으로 ‘5.18정신(?)’을 이해 못해서 헌법수록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반발은 국민의힘이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국민의힘은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갖고 이런 중징계를 내렸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국민의힘은 부패했든 무력하든 보수 계보에서 다행히 벗어나진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완전히 이탈했다. 역사적 이념 대립의 정치적 표현이란 양당 체제의 토대도 완전히 무너졌다. 현 국회는 과거의 유산에 기반 한 사이버양당 체제일 뿐이다. 여. 야가 그 모양이니, 총선을 1년 앞두고 무당 층이 급증하다보니, 신당 창당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신당이 새롭게 창당 될 소지도 많다. 한국의 양당체제가 더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정부는 386세대 운동권 출신들이 권력중심부를 장악한 이후 민주당이 완전 변해버렸다. ‘문빠’ ‘개딸’ 로 불리는 홍위병 문화, 소득주도성장이나 기본 소득 같은 반(反)경제학 정책, ‘검수완박’으로 상징되는 정파적 사법 개혁이 진보를 온통 집어 삼켰다. 자유주의의 요체인 다원적 문화, 경제학적 합리성, 법치 원칙 등은 아예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그래서 민주당을 대처할 수 있는 정당이 나와야 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적합한 대변 정당이 나타나지 않은 채, 정치 혐오를 기반으로 포퓰리즘 정당이 우후죽순 나타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국민만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 어찌되었던 양당이 지금처럼 무능, 무용하기까지 하다면, 국민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위기의식이 커지면 대중은 과거 유산과 더 쉽게 단절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신당 창당도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질 수도 있다. 이게 바로 신당의 성공 묘미가 아니겠는가. 타락한 진보를 대체하지 못하면 국민이 고생한다. 자칫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진보의 타락은 민주주의를 오작동 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성과까지 허문다. 더 늦기 전에 민주당을 대체할 수 있는 신(新)세력이 나와야 한다. 문제는 ‘민주당 대체’ 라는 역사적 소임을 정체성으로 삼아 국민들에게 인정 받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30년’의 초입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 정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민주당 대체라는 역사적 소임과 해결에 관한 책임성을 국민에게 인정만 받을 수만 있다면 금태섭 전 의원이 밝힌 수도권 30석도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본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미. Creative University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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