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만난 지우(知友)의 걱정거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며 필자를 고민에 빠지게 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 사고, 갈등, 혼란 등과 같은 현상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해왔던 틀(Frame), 또는 체제(System)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우리사회는 지금 상당한 혼돈 속에서 방황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 유망 직종은 ‘조폭과 사기’다” 어느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렇게 한탄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나라가 개판이고, 엉망이면 이런 말이 나오겠는가? 지금 나라꼴을 보라! 이게 나란가? 제대로 가동되는 곳이 한 곳도 없는 것 같다. 정말 정상이 아니다. 무질서, 무법, 조폭과 사기꾼들의 대혼란이고, 노조단체가 아우성이고 그야말로 아노미 현장이다. 상식보다 비상식이 더 상식처럼 설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어느 아버지 말처럼 대한민국의 정치나 사회가 정말 조폭과 사기꾼들의 세상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정치를 보라. 정치판이 부정부패의 소굴이자, 수많은 범죄자의 온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여야(與野)’가 따로 없다. 수천억 원의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들과 공모관계에 있다고 짙은 의혹을 받는 피의자가 국개(犬회)의원이 되고 야당 대표가 되면서 국민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있다. 한술 더 떠 전(前)야당 대표란 자는 당 대표선거에서 돈 봉투를 뿌려, 돈 판의 부정선거로 만들었다는 의심을 강하게 받고 있다. 그리고 자기 지역구를 범죄 의혹자에게 넘겼다. 과연 그런 자리를 그냥 넘겼겠는가? 정치가 바르게 가동돼야 온전한 나라인데, 정치가 바르기는커녕 거짓말, 조작, 사기, 무질서와 혼란의 제조자들이 되었다. 정치가 온갖 갈등을 야기하고, 대 혼란을 만들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 여야 불문하고, 정치하는 자들이 전부 사기꾼 같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한국 모든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많은 국내외 도전에 직면하지만, 이번 윤석열 정부처럼 집권초기부터 ‘외교’로 인해 이토록 많은 논란을 빚은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최근 일본 방문에서 보여준 윤 대통령의 ‘통 크고 화끈한’ 외교는 어찌 보면 한국적 정서일수는 있겠으나, 솔직히 말해 명분, 콘텐츠, 디테일에서 모두 문제점을 드러냈다. 너무 압축적으로 급하게 서둘렀다는 느낌이 든다. 안보, 경제, 민간, 역사에 대해 분리해서 접근을 해야 하는데, 민감한 역사까지 모든 것을 한 바구니에 담으려다, 오히려 한일관계 개선에 ‘역효과’를 내는 결과를 자초한 것 같다.

윤 대통령은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의 양국 국교정상화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거론하며 “당당하고 자신 있게 일본을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 역대 최악의 한. 일 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며 징용해법이 자신의 결단임을 부각시켰다.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고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을 부르는 현상황을 스스로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감한 대일 외교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 국민의 이해을 구하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난 3월 6일 정부의 징용해법 발표이후 보름 만에야 이런 기회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일본 방문에 앞서 국민에게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면 극심한 여론의 분열을 조금이나마 완화 시켰을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가 일본을 비판하기는 어렵다. 국제관계에서는 권선징악 드라마 ‘더 글로리’ 보다는 사내 정치 드라마 ‘하얀 거탑’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을 일본이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할 수는 없다 일본의 변화를 기대했다면 애초부터 일본을 모르는 것이다. 일본은 자국의 국익대로 움직일 뿐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이 모든 것은 내 책임’이란 결연한 의지를 보이면서, 어쩜 수세적일 수밖에 없는 정상회담에 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우선적으로 꼽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한일 관계의 초고속 복원의지가 더 크게 작용한 듯싶다.

또 다른 아쉬움은 야당의 행태다. 야당 역시 국익에 관한 외교 문제에 대해 사사로운 감정으로 무조건 지적을 하며 정략적으로만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 일 관계는 지난 문재인 정부하 에서 위안부 합의의 사실상 파기 등 역대 최악으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자신들의 책임에는 일언반구 성찰도 없이 도(度)를 넘은 정치 공세만 편다면 윤 대통령의 말대로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反日)을 외치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 후 ‘굴욕외교’를 하고 왔다고 항의하고 비판하는 단체들이 적지 않다. 생각할 줄 알면 생각의 구조와 말의 질서를 지키기 때문에 범한 사람이 누구든지 간에 ‘굴욕 외교’자체에 일관되게 항의할 것이다. 생각하는 능력이 배양되어 있지 않으면, 논리를 지키지 않고 감정을 따르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항의한다.

굳이 지적한다면 대한민국 외교사에서 가장 굴욕적인 장면은 이미 퇴임을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혼밥’을 먹고, 수행 기자들이 중국 경호요원들에게 두들겨 맞았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심지어 중국을 ‘대국(大國)’ ‘높은 산봉우리’로 한국을 ‘작은 나라’로 표현하고, 중국의 ‘꿈에 함께할 것’을 약속한 것이다. 또 평양에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남한 대통령’이라고 스스로 격하시켰다. 귀를 의심할 정도였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이에 더 기가막한 것은 당시 대한민국의 주중 대사가 신임장을 제정하는 날, 방명록에 제후가 천자 앞에서 충성을 맹세하는 말인 ‘만절필동(萬折必東)’을 썼다. 대한민국을 제후국으로 쓴 이 글보다 더한 굴욕적인 외교는 대한민국 외교사에 아직 없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데, 너무 뻔뻔하다.

문재인의 언어는 굴욕외교로 느껴지지 않고, 윤 석열의 말만 굴욕외교로 생각되고, 가슴이 찢어질 듯 분하고 아프다면, 스스로는 나라를 위하고, 민족을 위하여 항의하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겠지만, 적반하장의 감정적인 분풀이 이상이 아닌 것 같다. 반미. 반일 감정으로 굴욕을 느낀다며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종교단체와 교수단체에 묻고 싶다. 6.25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인명피해를 보고, 남북이 갈라지고, 이산가족이 생긴 것과 개성 사무실 폭파, 금강산 주부 총격사건, 천안함 피폭, 연평도 해전, 해양수산부 직원 사살, 문 전 대통령에게 ‘소대가리’ 등등 행위에 대해서는 왜 침묵을 했는지. 더 큰 문제는 가짜뉴스들이 남발하고, 거짓말이 난무하며 누구라 할 것 없이 ‘내로남불’이다.

민주당 당 대표는 한반도 독립은 물론 6.25전쟁에서 이 나라를 구원해준 미국을 ‘점령군’ 이라고 했다. 그런 사고(私考)를 갖고 있는 이 대표가 평화 안보대책위원회 위원장에 대표적 ‘김일성 주체사상 파(주사파)’인 ‘이인영’을 임명하면서 의중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적할 수 있는 동북아지역에서의 ‘한‧미‧일 연합’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서 용단(勇斷) 윤 정부의 대일본 정책을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치욕이라고 주장했다. 삼전도의 굴욕을 제대로 알고 하는 소리인지, 무능한 조선 정부와 허약하기 그지없는 군대를 가지고 국제 역학관계도 모른 채 오로지 ‘한족 사대주의’를 신봉하다가 정작 만주족이 세운 신흥 강국 청의 공격을 받은 후 도망도 못간 인조와 조선 정치인들이 남한산성에 숨어 있다가 추위와 배고픔을 못 버티고 삼전도로 나와 항복한 사건이 아니었던가.

당대 무지한 조선의 정치인들과 현재 민주당 소속의 정치인들의 세계관이 같아 보이는 것은 절대 과장이 아닌 사실에 가깝다. 오히려 ‘청’과 일찍 손을 잡았다면 동북아 지역에서의 조선의 위상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좌익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사학계와 문화계는 사실이 아닌 좌 편향된 역사만을 가르치고, 국민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고 국민은 스스로가 ‘주전자 안에 있는 개구리’가 되었다. 어찌 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그러한 교육의 산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더불어 민주당과 좌익세력들이 주장하는 평화와 안보는 무엇이며 무엇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그들이 주장하는 평화야 말로 중국 공산당과 북한 공산당에 종속되어 좌지우지되는 ‘최악의 굴욕’그 자체라는 것이다.\

동북아 권역에서의 한‧미‧일의 공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반일. 반미 선동만을 일삼는 민주당과 좌익세력단체, 종교단체들의 주장대로라면 태평양 진주만 기습공격을 했던 국가(일본)와 영토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국가(미국)가 세계 여느 국가들보다 더욱 굳건한 군사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황당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모델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 입니다.’ 개봉직전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퇴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본인 영화를 찍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제 자랑까지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문 전 대통령이 말하는 5년간의 성취는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5년 동안 국고탕진과 천문학적 국가 부체 증가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위선과 내로남불, 불공정과 무능으로 점철된 수많은 사건들, 멀쩡한 4대강 보를 해체해 가뭄에 물 부족사태를 가중 시키고,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북한 김여정의 말 한마디로 대북전단 금지법을 제정하고, 간첩 수사도 중단케 한 정권이 아니던가. 5년간 모든 국민을 힘들게 하고 분노케 했다. 그런데 무슨 성취를 이뤘다는 것인가.

5000만 국민 모두가 ‘국민입니다’ 라는 영화 5000만 편을 찍어 상영하면서 “허망하고 힘들었다”고 넋두리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잊히고 싶다”고 했다. 잘못한 게 너무 많다보니 어쩜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퇴임 후 자숙은커녕 자기 자랑을 열심히 하는 전임 대통령을 보면 혹 치매 끼가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5년의 실정에 대해 국민들 앞에서 석고 대죄하라는 것은 소용없는 희망이겠지만,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제발 그 입 다물고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기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게 한 때 국민을 책임졌던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이자 마지막 도리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겨우 1년이 지났다. 희망과 기대를 접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다. 각종 규제개혁이나 연금개혁, 노동개혁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하나 같이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하루가 다르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지지율에 너무 목을 맬 필요는 없다 지지율에 지나치게 얽매이다 보면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 다행히 윤 대통령은 경험부족과 여소야대, 정치적 내전에도 불구, 방향을 잘 잡아가고 있다. 몰락해 가고 있는 대한민국을 법과 상식이 기본 되는 나라로 되돌린 것만으로도 그의 공로는 나라를 다시 세운만큼이나 빛난다.

지우(知友)분이 지적했듯 이 글이 편견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어수선하고 내전에 빠진 것은 여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더 급한 게 야당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당을 지적하는 글을 쓰게 된다. 이 글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따지기보다 우리의 생각이 한계에 갇혀있음을 먼저 생각해보는 게 좋을 듯싶다. 생각이 있어야 말의 질서를 지킬 수 있다. 말의 질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할 때 양심에 동요가 일어나며 염치나 수치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지도층에 있는 정치인들이 염치가 사라지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신호다. 새로운 추진력으로 웬만한 역풍이 불어도 조금의 흔들림이 없는, 개혁의지가 강한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서 다시 살아난 대한민국이 그려 낼 새로운 미래가 기대된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미. Creative University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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