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신약개발 잇단 성과 원동력은 '탄탄한 연구조직' 등 3가지
"국산 블록버스터급 신약개발 위해 '미충족 수요' 파악 중요"

"주인의식을 가진 탄탄한 연구조직이 2년 연속 국산신약 개발의 원동력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Top 20' R&D센터가 되는 것이 큰 목표 중 하나다."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센터장은 최근 메디팜스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박 센터장은 1996년 신약연구원으로 대웅제약에 입사해 27년동안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신약센터를 이끌고 있다.

대웅제약은 2년 연속 P-CAB 제제 '펙스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와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치료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의 상업화를 통해 신약개발 역량을 입증하며 주목받았다.

박 센터장은 이 같은 성과의 원동력으로 탄탄한 연구조직과 높은 수준의 연구원 역량, 경영진의 지지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는 "2018년 '익스트림팀'이라 명명한 조직 구조의 핵심은 기존에 한 연구원이 여러 과제를 수행해야 했던 합성팀, 평가팀 등 기능중심의 팀 구조를 하나의 신약과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재편하고 신약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을 한 팀으로 구성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연구원들의 과제에 대한 주인의식과 몰입이 크게 증가했고, 자연스럽게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연구원들이 각자의 학습과 함께 서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고 있으며, 경영진의 믿음과 소신이 더해져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국내 출시된 국산신약 34호 펙수클루는 약 4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P-CAB 제제는 PPI 제제가 갖고 있는 5가지의 단점을 모두 극복했기 때문에 시장성이 충분하다"면서 "올해까지 누적 1000억원 매출을 기대 중이며, 올해 총 20개국 이상에서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펙수클루는 위염 치료에 대해 이미 허가를 획득했고, NSAIDs 약물에 의한 궤양 예방은 3상, 급성 출혈성위염에 대해서는 주사제로 1상 개발 중이며, 헬리코박터 치료 등 다양한 적응증에 대해서도 개발 중에 있다. 위식도질환과 관련성이 적은 질환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탐색하고 있다.

엔블로는 확장성에 있어 더욱 기대가 높은 약물이다. 박 센터장은 "이미 선행 SGLT2 저해 약물들은 당뇨를 넘어 심장, 신장질환에서 광범위한 효과를 확인해 시판 중에 있다"며 "엔블로는 이들 약물보다 더 강력한 효력과 적은 용량을 기반으로 심장, 신장 외 비만, 안질환 등 더 넓은 범위로 10가지 이상의 후속 적응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엔블로에 식욕억제물질을 더해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DWP306001'은 올해 상반기 국내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안구건조증·폐섬유증 신약 후보물질, 글로벌 블록버스터 예상

대웅제약은 펙수클루와 엔블로의 뒤를 이을 차세대 기대 신약으로 한올바이오파마와 공동개발하고 있는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물질 'HL036'과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DWN12088)’을 꼽는다.

HL036는 한올의 단백질 개량 기술인 ‘레지스테인(Resistein)’을 이용해 분자를 개량, TNF(종양괴사인자) 중화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TNF를 억제하는 작용기전으로 보다 근본적인 안구건조증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현재 미국에서 두 번째 임상 3상 중이다.

베르시포로신은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 중인 세계 최초 PRS 저해 항섬유화제 신약이다. PRS는 콜라겐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로, 베르시포로신은 콜라겐 생성에 영향을 주는 PRS 단백질의 작용을 감소시켜 섬유증의 원인이 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박 센터장은 "폐섬유증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높은 편"이라며 "베르시포로신의 개념검증(Proof of Concept)에 성공한다면 기술수출은 물론 다양한 섬유 희귀질환에 대한 적응증 확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능성에 힘입어 지난 1월 영국 소재 씨에스파마슈티컬스(CSP)사와 약 4130억원(3억 3600만 달러) 규모로 베르시포로신의 중국,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박 센터장은 "2030년까지 R&D 핵심분야인 자가면역, 암, 대사∙섬유증 질환 분야에서 글로벌 Top 20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출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내·외 바이오텍 및 병원, 학교를 아우르는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최고의 R&D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2030년까지 '글로벌 Top 20' R&D센터 목표

대웅제약은 오픈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최고의 파트너와 협력해 동반성장하며 글로벌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픈콜라보레이션 전략은 크게 ▲현지화와 기술 기반의 제휴 ▲공동 R&D 모델 ▲ 전략적 투자를 통한 상호 성장 ▲스핀아웃·VRDO(가상신약개발연구, Virtual Research Development Only) 모델 등 네 가지다.

박 센터장은 "안구건조증과 같이 적절한 치료제가 없거나 희귀질환의 경우, 임상 3상에 수 백명 수준이면 가능하지만, 만성질환이나 그 외의 질환은 수 천명 이상의 환자를 필요로 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수 천억원의 연구비가 필요하다"면서 "대웅제약도 일부 질환을 제외하고는 아직 글로벌 임상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오픈콜라보레이션을 중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대웅제약은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어 2025년 이후부터 자체 글로벌 임상 3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산 블록버스터급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시장의 언멧니즈(unmet needs, 미충족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환자수가 많다고 블록버스터가 되지는 않는다. 암을 포함한 희귀질환도 높은 약가로 인해 블록버스터급 약물이 가능하다"며 "규모보다는 해당 질환을 치료하는데 있어 얼마나 혜택을 많이 줄 수 있느냐가 상업적 성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제약사 단독으로 마케팅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unmet needs가 높은 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을 만들어도 이를 제대로 환자와 의사에게 마케팅할 수 있는 역량이 매우 중요하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내 신약의 약가는 OECD 최저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면서 "신약 약가의 적절성 확보가 국내 제약회사의 신약개발 역량을 끌어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며, 글로벌 신약의 자체 개발 및 블록버스터급 신약 발굴을 위한 선순환의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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