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희제 교수, 2~3년 새 치료 양상 변화 지적
"약제 도입·보험급여 적극적…고형암·혈액암 암질심 분리" 요청

김희제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김희제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영역에 새 옵션이 속속 등장하면서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약제 선택 제한으로 인해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어 아쉽다는 지적이다.

김희제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최근 메디팜스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국내 급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 최신지견을 설명했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성인의 급성 백혈병 중 가장 흔한 형태로서 급성 백혈병의 65%를 차지한다. 만성백혈병이 표적치료제 개발로 사망률이 극히 낮아진 것과 달리, 급성백혈병은 한두 달 새에 질환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시급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급성백혈병 치료 방법에서 가장 첫번째로 시행되는 것은 화학요법을 통한 관해유도요법이다. 약 50년 전부터 시행된 방법이며 아직도 표준치료로 꼽힌다. 

항암화학요법의 대표적인 방법은 7+3요법이다. 보통 안트라사이클린 계열의 약제를 3일간 투여하고 시타라빈을 7일간 투여하기 때문에 7+3요법으로 불리고 있으며, 7+3요법이 완전관해에 도달할 확률은 약 70~80%정도이다.

김 교수는 "급성백혈병은 1~2회 치료제를 사용해서 관해가 안되면 특성상 치료 실패가 되고, 약 6개월에서 1년 안에 환자 90% 이상이 사망한다"며 "진단되는 순간 바로 말기인 4기가 되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완전관해(Complete Response, CR)에 도달한 후에는 그 상태를 유지하는 공고요법을 시행한다. 이 공고요법은 평균 2번 시행한다. 그 다음 순서가 완치 가능한 조혈모세포이식이다.

김 교수는 "이처럼 완전관해유도요법과 공고요법 이후 환자들은 공여자를 찾아 조혈모세포 이식을 한다. 하지만 급성백혈병환자 중 약 10~20%에 해당되는 급성전골수성백혈병(APL, M3)은 조혈모세포이식을 하지 않고 항암치료만으로도 완치가 되기도 한다"면서 "혹은 굉장히 드문 일부 타입은 예후가 좋으면 동종이식이 아니라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급성골수성백혈병 장기 5년 이상 생존률은 55%가 최고다. 즉, 아무리 치료를 잘해도 45%는 재발하거나 합병증 때문에 치료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치료제 등장

최근 2~3년 사이에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치료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김 교수는 "조혈모세포이식까지 도달하는데 약 6개월~8개월이 필요한데 이 시기에 많은 환자가 사망한다"며 "최근에는 표적치료제 하나를 중점으로 해서 기존 치료제나 새로운 치료제 등과 병합해 3제, 혹은 4제 요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효과는 더 좋고, 독성은 낮추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2020년 3월 아스텔라스의 '조스파타정(성분명 길테리티닙)', 지난해 3월 BMS의 '오뉴렉정(성분명 아자시티딘)', 11월 한독의 도입신약 '빅시오스리포좀주(성분명 다우노루비신·시타라빈)'가 허가를 받았다.

특히 빅시오스의 경우 성인에서 새로 진단 받은 치료 관련 급성골수성백혈병 또는 골수이형성증 관련 변화를 동반하는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치료를 위해 사용 가능한데, 이 환자군 대상 허가를 받은 치료제로는 빅시오스가 최초다.

김 교수는 "기존 7+3요법은 독성이 강해 노령층에 사용하기 어려웠다. 또한 치료과정에서 폐렴이나 감염증으로 사망할 확률이 약 30% 정도 나타나, 5+2요법 등 변형된 관해유도요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빅스오스는 관해유도항암치료(1번 요법)의 하나이다. 리피드 포뮬레이션을 사용했는데, 실제 이것을 쓰면 확실히 독성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임상을 보면 노년층과 성인에서 새로 진단받은 치료 관련 급성 골수성 백혈병(t-AML) 또는 골수이형성증 관련 변화를 동반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MR)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성인에서 새로 진단받은 치료 관련 급성 골수성 백혈병(t-AML)은 고형암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방사선에 노출돼 유전자 변형이 생기면서 백혈병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40~50대에 유방암이 발병돼 치료를 했는데 나이가 들어 고령층이 되면 백혈병이 발병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실 이러한 흔치 않은 환자에게 빅시오스는 좋은 옵션이다. 식약처가 허가한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매우 짧은 시간에 생사가 왔다갔다한다. 적절한 약이 있다면 허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보험이 안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허가된 3개의 약제 중 보험급여가 된 것은 조스파타뿐이다. 그마저 최대 4주기 투여로 제한하고 있어, 의료현장에선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급성백혈병 치료 신약이 FDA로부터 다수 허가된 상황에서 국내 환자의 약제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고형암과 혈액암의 특성을 살려 암질환심의위원회를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희제 교수는 "최근 5년간 FDA에서는 10개의 급성백혈병 치료에 특화된 치료제를 허가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4~5년간 사용해서 지침이 이미 나왔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사용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보건당국이 제도를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하길 바란다"며 "특히 국가정책은 5대 암에 집중돼 있는데, 혈액암은 발병하면 말기이므로 이미 검증된 치료제의 도입과 보험급여에 더욱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는 "심평원에서도 약제 심사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암질심 위원 30명 중 고형암 전문가는 26명인 반면 혈액암 전문가는 3~4명에 불과하다"면서 "혈액암은 치료에 시기가 매우 중요한데, 보험급여도 잘 안되는 상황이다. 고혈암과 혈액암의 특성을 살려 암질심을 분리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독은 한국혈액암협회와 함께 빅시오스 발매 이후부터 진행할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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