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이 오리새끼였나? 오리발만 내밀게.” “육갑을 떨고 있네. 마치 독재정권에서 민주투사나 된 것처럼 의원들 대동하고 입장문 발표하면서, 지지자들 동원하고, 피의자로 검찰 조사 받는 게 무슨 자랑꺼리나 되는 줄 아는 것 같다.” “연루된 의혹들을 보면 정치범도 아닌 잡범 수준인데, 너무 뻔뻔한 모습에서 역겨움을 느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며 “이미 수년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없는 사건을 만드는,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다”라고 말하자 이를 지켜본 국민들이 분통을 터트리며 한 말들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 포토라인에서 미리 준비해 온 2300자 분량의 입장 문을 10분가량에 걸쳐 읽으며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탄압인 이유는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라 이미 수년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현장엔 민주당 의원 41명을 비롯해 지지자 600여 명이 모여 이 대표를 배웅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개인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 이재명에 대한 정치기획, 보복 수사라고 규정하고 이 자리에 함께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5∼2018년 네이버, 두산건설, NH농협은행 등 관내 기업들로부터 160억여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 기업들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제3자 뇌물)를 받고 있다.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지난해 9월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이었던 A 씨를 기소하며 공소장에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수감 중)을 ‘공모자’로 적시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10시 40분까지 이 대표를 상대로 축구단 인수와 유지라는 ‘정치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정한 청탁을 한 것은 아닌지,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조사에 6쪽짜리 A4용지 진술서를 갖고 와 검찰의 질문에 “진술서로 갈음한다.” “진술서 외에는 말 못 한다” “드릴 말씀이 없다” “모르겠다.” 등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한 언론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전날(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나, 사실상 진술 거부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이며 “오후 6시에는 무조건 나가겠다”며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다 검찰이 ‘성남시 요구안’ 문건 등을 제시하자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이 대표의 태도가 급변한 것은 수사팀이 이재명이 준비해온 진술서로는 소명이 되지 않는 ‘성남시 요구사항’이 담긴 문건을 제시하면서 부터라고 한다. 자신이 준비해온 답변과 배치되는 성남FC 후원 기업 관계자들의 진술과 관련 문건을 수사팀이 제시하자 “나는 몰랐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재명의 지위와 영향력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수사팀이 확보한 문건 등 물증을 전날 조사에서 다 제시하지 않고 일부만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제시한 자료와 진술 등을 보고 이 대표가 당황해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사팀이 네이버와 두산, 차병원 관계자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만난 이후 성남시 요구안을 정리한 문건 등을 제시하자, 이 대표는 “정진상이 그랬다는 거냐?”고 묻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처음 본다. 몰랐다” 등의 답변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재명이 과거 성남FC 대표에게 “정진상 비서관과 상의하라”고 말한 진술 등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재명이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재명이 2015년 2~3월 곽선우 당시 성남FC 대표에게 “성남FC 운영을 정진상에게 맡겨뒀다. 정진상과 상의해서 모든 걸 결정해라”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과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 발언을 근거로 이재명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명은 검찰에 출석하며 지지자와 취재진 앞에서는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했지만, 정작 조사에서는 자신이 가져온 6쪽 분량의 진술서에 기재된 내용만 반복해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받으면서도 이재명은 줄곧 “오후 6시에는 무조건 끝내고 나가겠다”고 주장해 수사팀을 당황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사건의 피의자로 10일 검찰에 소환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명을 통해 “수년간의 수사로 무혐의 종결된 사건으로 제1야당 대표를 검찰 포토라인에 세운 것은 횡포이자 탄압”이라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과연 이 대표가 주장하는 말이 맞는 말일까? 성남FC 의혹은 2016∼2018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성남FC 구단주로 있었을 때, 기업들로부터 160억 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용도 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도지사 후보 등이 관련 의혹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2021년 2월 수사에 착수했고, 그해 7월 이 대표에 대한 서면 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약 두 달 뒤인 9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불 송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해당 사건을 맡은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공소시효가 6개월인 이 대표의 ‘친형 강제 입원’ 관련 선거법 위반사건만 처리한 후, 그 해 7월 이 대표를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실시한 후 사건을 송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고발인들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사건은 성남지청으로 넘어갔다. 성남지청은 사건을 받아 수사 여부를 검토했고, 수사팀 내에서는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당시 성남지청장은 대표적인 친문 검사로 평가되는 박은정 지청장이었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후에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성남지청 검사들이 사건을 검토한 결과 직접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박 성남지청장이 보고를 미루는 등 이 같은 요청을 여러 번 반려하면서 ‘사건을 덮으려고 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박하영 차장검사는 박은정의 뭉개기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그러나 박은정이 이 사건을 뭉개긴 했어도 무혐의로 종결시킨 사실은 없다. 또 성남지청 수사 검사들이 성남FC의 현금 인출에 대해 FIU(금융정보분석원)에 자료를 요청하자 이를 막은 건 검찰총장 김오수였다. 이후 수원지검은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성남지청에 보완 수사를 지시했고 사건은 분당경찰서로 이첩되었다. 분당경찰서는 지난해 5월사건 수사를 강제 수사로 전환했지만 업무 과부 화 등을 이유로 그해 7월 경기 남부지청으로 사건을 넘겼다. 경기 남부지청은 같은 해 9월 성남FC가 두산건설로부터 받은 후원금이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내리면서, 이 대표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긴 바 있다.

이 때 이 대표와 함께 두산건설 전 대표,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성남시 공무원도 함께 송치됐다. 검찰은 송치된 두산건설 전 대표와 성남시 공무원을 먼저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대표를 '공모자'로 적시했다. 이후 이 대표에게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했고, 지난 10일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게 된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 대표의 주장대로 '무혐의로 처분됐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계속 진행 중이었던 사건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 대표가 언급한 무혐의는 1차 수사를 담당했던 분당경찰서의 증거불충분 무혐의 불송치 결정을 제외하고는 없다. 다만 이 역시 고발인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고, 보완 수사 결론과 함께 경찰이 사건을 다시 맡게 되면서 수사가 계속 진행된 것뿐이다.

법조계에서도 이 대표가 말한 ‘무혐의’는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의 불 송치 결정을 무혐의 처분이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 법률적으로는 틀린 표현”이라며 “이 대표의 주장처럼 무혐의가 되기 위해서는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사건의 진행 경과를 볼 때 경찰이 3년 이상 사건을 묵히는 등 제대로 수사되지 않았을 뿐 ‘무혐의 처분’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성남FC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된 적이 없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2021년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를 결정했는데, 이는 범죄 혐의가 없다는 ‘불기소’와는 전혀 다른 의미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사건을 검사에게 보내지 않기로 하는 중간 조치라는 의미로 풀이되며,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이 바로 검찰로 넘어간다. 즉, 검찰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리는 불기소 처분과는 다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1일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인천을 찾았다. 그는 “주권자를 위한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둔갑시키려는 검찰정권의 폭력적인 왜곡, 조작 시도에 굴하지 않겠다”며 정부의 민생, 경제, 안보 현안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날을 세웠다. 또 인천시 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검찰이 어떤 모략과 날조를 해도 결국 국민과 역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 대표는 시장 상인과 시민 등을 향해 “이재명을 지키고 싶으냐”고 물은 뒤 “여러분을 지켜 달라. 여러분을 지키는 것이 이재명을 지키는 법이기도 하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현장 방문에 모인 지지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한 반면, 보수 성향으로 보이는 일부 시민들은 “감옥으로 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인천시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어제 정치 검찰에 맞서서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고 왔다”며 “주권자를 위한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둔갑시키려는 검찰 정권의 폭력적인 왜곡·조작 시도에 앞으로도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도 검찰과 현 정권에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불의한 정권이 마녀사냥 식 정치소설을 아무리 그럴싸하게 쓴들 자신들의 무능과 치부를 덮을 수는 없다”고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검찰이 권력의 눈치만 살피며 야당을 탄압하는 용역 깡패이자 정적 제거 외주 화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시점과 방법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로선 설 연휴 전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대표가 검찰 조사에 앞서 장문의 입장 문을 낭독하며 자신의 주장을 강조한 것 등이 차병원과 알파 돔 시티 등 남은 후원기업 관련 수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대표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수감 중) 등 측근을 통해 사안을 보고받으며 민간에 특혜를 제공하고 뇌물을 약속받았다는 두 사건의 혐의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영장 청구 시점은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조사한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회 회기 중 현역 의원인 이 대표를 구속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 체포동의안 가결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요건인데, 현재 민주당이 299석 중 169석을 차지하고 있어 가결 가능성이 높지 않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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