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자신들의 입장이 옳다면서 상대 정당을 비난하는 일은 다반사다. 그러나 여야가 바뀌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장을 뒤집는 경우가 속출한다. 사안별로 대립하는 양상을 살펴보면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서로를 대하는 행태가 마치 종이 위에 물감을 도포한 뒤 반으로 접거나 또는 다른 종이를 올린 다음 겹쳐서 떼면 대칭 모양의 다양한 무늬들이 형성되는 ‘데칼코마니’ 같다. 다시 말하자면 데칼코마니는 화면을 밀착시켜 물감의 흐름으로 발생되는 얼룩의 효과를 이용한 기법 중 하나로 많은 화가들이 자주 이용하는 기법인데, 정치인들이 그런 기법을 쓰고 있다. 입장을 뒤집어 서로를 비판하는 논리나 표현조차 별로 다르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무색하게 만든다. “당 대표는 있지만 리더십은 실종상태다” 민주당 원로의 개탄이다. 민주당 원로의 개탄이 아니더라도 이재명 대표의 말과 행실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이 여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대만의 추월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한시가 급한 반도체특별법이나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을 막기 위한 한전법 개정안 같은 민생 법안은 죄다 막으면서 자기들의 지지층이 요구하는 ‘노란봉투법’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방송법 개정안(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양곡관리법 개정안 (쌀값 하락 시 정부의무 매입 법제화)은 완력으로 밀어붙였다.

이재명 체제는 이 어두운 유산을 청산하기는커녕 무조건 복종 풍토를 더 확장했다. “만장일치로 대부분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걸 보면서 민주적임을 자부하는 정당이 괴물이 되어가는구나 공포를 느낀다” 민주당의 한 원로 정치인의 뼈아픈 말이다.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지금 우리 국민이 느끼는 이재명 피로증이랄까 스트레스는 생각보다도 대단하다. 개국 이래 최대부패 사건이라는 ‘대장동 의혹’은 지난해 9월에 시작되어 무려 1년 3개월간 온 나라를 휘젓고 있다. ‘대장동 그분’이 누군지 ‘모르면 간첩’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사건의 정점에 누가 있는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정도다. 당사자들만 국민들이 모르는 줄 알고 있을 뿐이다. 답은 이미 나와 있으나 그 답에 이르는 과정이 답답할 만큼 느리고 복잡하다. ‘대장동’으로 통칭되는 이재명 관련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더불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온갖 수사방해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면서 수사가 정점에 이른 것 같다. 그간 문 정부는 이재명을 보호하기 위해 ‘봐주기 수사’로 숱한 의혹의 핵심을 피해가면서 시간을 끌어 증거 인멸의 기회를 줬다. 다행스럽게도 정권 교체 후 한동훈 법무부장관 휘하의 검찰이 이만큼이나마 수사에 진척을 보인 것에 대해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일부에서는 왜 수사가 늦느냐고 질타하지만 문 정부 때 추미애. 박범계 당시 법무부장관을 앞세워 감행했던 방해 공작들이 있었음을 계산에 넣어야 할 것 같다. 그 사이에 사건 관련자 4명이 의문의 자살(타살?)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져 수사는 더 난항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문 정부의 서슬 퍼렇던 이른바 적폐수사 때는 중계 방송하듯 수사 내용이 흘러나왔으나 여소야대의 정치구도 속에서 언로가 막히는 바람에 국민의 답답함이 가중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역시 ‘내로남불’ 의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래저래 지난 1년여 동안 ‘대장동’과 ‘이재명’은 신문. 방송을 떠날 날이 없을 정도였다. 이 사건에서 거론되는 돈의 액수가 수억에서 수십억, 수백억, 심지어 수천억 원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이어서 보통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와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열린 입이 닫히지 않을 정도다. 당장 수십만 원이 없어 쩔쩔매는 사람들도 수두룩한데 이런 별천지. 별종들이 있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판국에 이재명 대표나 김만배 일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다면 국가적으로도 이만저만 큰일이 아니다.

이런 엄중함에도 이재명의 처신은 옛날 자유당 시절 유행했던 특권층의 대명사인 ‘귀하신 몸’을 연상시킬 만큼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년 이상을 끌던 수사 끝에 이제 서야 이재명 소환장이 발부되었다. 그러나 자숙해야 할 입장임에도 불구, 신경질부터 내고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인간이 되라” “패륜” 운운하는 말을 마구 쏟아 내고 있다. 정작 이런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이재명의 형수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이 시중에 유포되면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는지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이재명 한 사람으로 인해 국회. 정당. 검찰을 포함, 국력 손실이 얼마나 큰가. 그동안 우려했던 대로 국회와 민주당은 이재명을 위한 방탄 행위로 국정을 마비시키는 등 허송세월했다. 600조 원이 넘는 정부예산마저 불모로 잡는 바람에 형편없는 부실심사를 면치 못했다. 윤 정부가 출범 2년째를 맞아 포부를 펴보려던 계획들이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의 거부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말로만 민생을 찾는 민주당이 지금 역사에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는지, 그들의 편파적인 사상과 국가 체제 파괴가 얼마나 가공할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가.

대장동. 백현동. 위례신도시 사업. 성남FC. 대법원 재판 변호사비 대납 의혹. 쌍방울과 KH 그룹 유착의혹. 조폭 연루설 등등 도대체 이 같은 흑막이 겹겹이 드리워 펄럭펄럭 춤을 추는 역대초유의 스캔들에 휘말렸으면서 온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환상이다. 이대로 우물쭈물 하다보면 이 나라 민주주의와 국가발전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게 될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희생이 더 커지 전 누군가가 나서 브레이크를 밟아 무법의 질주를 멈춰 세워야 한다.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소환을 통보 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미적미적 출두를 미루고 있다. 처음에는 “당당하게 임하겠다.”하더니 막상 소환이 임박해지면서 또 껄끄럽게 나왔다. 예정일에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어 “소환통보는 지청장 정도가 직접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예우 논쟁”까지 일으켜 당 안팎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이 대표는 당시 “검찰의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며 검찰에 직접 출석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검찰이 소환한 날짜로 제시한 28일에 대해서는 “이미 정해진 일정 등이 있고, 본회의가 예정되어 있어 당장 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당 대표나 되는 인물이 ‘정해진 일정’이 없는 날도 있나? 범죄 용의자 주제에 출두 시기나 방법은 검찰과 조율하겠다는 것이다. ‘귀하신 몸’의 행차라서 그런 가 자신도 법조인으로서 범죄 용의자가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 않는가. 그만큼 했으면 이제 군말 없이 소환에 응하는 게 보통사람의 상식이다. 민주당 비공개회의에선 이 대표가 소환에 응하지 말라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이 대표 당사자였다. “검찰 조사에 불응하면서 피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다. 도리어 나가서 떳떳하게 얘기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행동으로는 여전히 출두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트까지 겹쳤다. 이 대표는 입버릇처럼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지난 정부에서도 밝히지 못했는데, 탈탈 털어보라” 며 결백을 주장하나, 검찰은 대장동 일당에게서 받은 ‘검은 돈’ 이 ‘정치 공동체’ 관계인 최측근(정진상 대표실 정부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구속 수감 중)을 통해 선거 자금으로 흘러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정황을 입증할 증언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진정어린 해명은커녕 여전히 ‘야당 탄압’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선 “감옥 간 수하들이 ‘대통령’이 다 시켜서 했다”고 하지 않았나. 범죄를 저질렀는데 대통령이라고 예우를 계속 받아야 하느냐”는 연설로 전국적인 스타로 부상하기도 했었다. 이런 ‘이재명다움’을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그의 길어지는 침묵과 변명에는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검찰이 출두일로 정해 통보한 28일에는 민주당 텃밭인 광주에서 생뚱맞게도 검찰 규탄 장외집회를 열었다. 광주 전남을 방문한 이 대표는 ‘검찰 규탄 장외집회’일정 때문에 성남지청 소환에 응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지만, 규탄 장외집회는 민주당이 26일 공지한 ‘광주. 전남 경청투어’ 일정엔 없었던 행사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재선의원)일각에선 “이 대표가 장외 규탄투쟁이란 방식으로 검찰과의 전면전에 돌입한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실제 소환 통보 하루 만에 민주당은 이 대표 의혹을 수사하는 검사 16명의 실명과 소속, 사진 등을 담은 소셜미디어 자료를 만들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배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선(線)넘어서”라고 하는 데, 필자로서는 잘 납득이 안 된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2020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판결로 살아난 선례를 들며 다소 희망적 관측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 무죄판결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 권순일 전 대법관은 최근 변호사 등록을 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수사에 불응하자 “국민과 동일하게 체포영장을 발부해 강제 수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 자신 2010년 이후 20건이 넘는 고소, 고발을 남용해 무수한 사람들을 강제로 출두시켰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출두 통보를 받자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데 언제 소환에 응할 거냐고 묻지 말라”고 역정을 내고 있다.

무엇이 그를 두렵게 만드는 걸까. 자고로 범죄자만 검찰과 경찰 만나기를 꺼려한다. 이재명 수호는 조국 수호나 마찬가지다. 애당초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자연의 섭리와 세상이치는 거역할 수 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사필귀정이다. ‘공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이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당의 운명과 맞바꾸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충고한다. 따라서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지 마라.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 쩌렁쩌렁했던 자유당도 망했고, 공화당도 망했다. 민주당은 ‘이재명의 당’인 ‘사당(私黨)’으로 전락할지, 국민이 공감하는 ‘공당(公黨)을 택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민주당은 역사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야 한다. 물론 당원들의 선택에 달렸지만 먼저 이 대표가 스스로 당의 명예를 생각해 누를 끼치지 않도록 거취를 분명히 하길 바란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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