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보는 국민들은 지금 분노에 가득 차 있다. 국회 해산이 답이라고 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무소불위 182석의 거야(巨野)인 더불어민주당이 일요일(11일) 아침 다시 완력을 행사, 단독처리로 의결되면서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특위 소속 위원 7명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사실상 ‘보이콧’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달 23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에 합의한 지 18일 뒤 핵심증인의 해임부터 밀어붙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진상조사는 시작도 못 한 채 국정조사가 파행으로 치닫게 되었다.

거야의 독주가 거듭되면서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야권이 더 나아가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마저 5조원 감액수정안으로 단독 처리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예산안 야당 단독처리는 헌정사에는 없었던 일이다. 여야 대치가 격화하면서, 한 차례의 청문회도 열지 못한 채 종료된 2014년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헌정사상 8번째 국무위원건의안 통과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박진 외교부장관에 이어 두 번째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가결로 여야를 넘어 대통령실과 야당과의 ‘강대강’ 대치가 거듭되면서 예산을 비롯한 주요 입법 과정에서도 당분간 난항이 거듭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 본격화할 예정이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전망에 암운이 감돌고 있다. 다만 해임건의는 법적구속력이 없어 대통령이 거부하면 야당으로서는 강제할 방법이 없다. 대통령실은 입장을 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우려한대로 윤 대통령이 박진 장관 해임 안을 거부했듯, 이번 해임안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민주당은 여당이 보이콧에 나서더라도 국정조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49재가 오는 16일” 이라며 “그때까지는 국정조사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정치권의 예의” 라고 말했다. 다만 극적인 여야 합의로 특위가 재가동되더라도 증인 채택과 일정 등 쟁점이 많아 국정조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예산안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활동 시한이 내년 1월 7일인 특위 일정이 빠듯해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특위 활동기간 연장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거야가 더 나아가 이 장관 해임안에 이어 탄핵안, 새해 예산안 야당 수정안 단독처리까지 극한으로 치닫는 것이야말로 한국 정치가 헌정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

국민 158명이 귀중한 목숨을 잃은 대참사가 일어난 지 45여일이 넘었지만, 누구하나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거나, 물러난 인사가 없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이번 참사의 책임은 국회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그 책임을 지어야 마땅하다. 그간 숫한 참사가 발생, 많은 인명을 잃었지만, 국회의원들은 그때마다 대책마련은커녕 남 탓만 하고, 하 세월을 보내며 흐지부지했다. 그 결과로 또 이런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니 국회의원들이 각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닌 가. 특히나 입법 권력을 쥔 민주당의 태도는 가히 개탄스럽고 못 마땅하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과 예산안 중 무엇이 더 시급한가. 민생을 진심으로 걱정했다면 후자부터 챙기는 게 순리가 아니겠는 가.

이 장관 거취문제는 당초 여당과 합의했던 대로 예산처리 후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그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었다. 그럼에도 ‘자체 예산 수정안 통과’ 란 극단적 카드까지 내세우며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인 건 다수당 의석을 앞세운 힘의 행포가 아닐 수 없다.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아 이재명 대표 수사를 가리려는 정치공세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뼈아픈, 그리고 분노하는 것은 이런 극단적 정쟁에 내년도 예산안이 불모로 잡혀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알기에는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정기국회 내 예산안 통과가 불발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오죽하면 “제 몸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던 김진표 국회의장이 정부 안을 통과시키되 시행을 2년 유예하자는 중재안마저 민주당은 이 제안마저 걷어찼다.

최근에 이태원 참사 사망자 유가족 일부가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철저한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한편으로는 이를 정치이슈화하려는 민변의 주도 아래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점에서 순수성이나 대표성을 곧이곧대로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일부 언론은 인터뷰에 참여한 유가족의 울분에 찬 외침과 울부짖는 모습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특히 장례식장까지 들어가 유가족의 절규를 그대로 내보내던 예전 방식 그대로 내보냈다.

진실은 많은 인파가 핼러윈 놀이에 자진으로 참석했고,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일어난 것이 진상 아닌가? 이건 뭔가 착각을 하는 것 같다. 냉정하게 말해서 책임자는 누구이며, 이 사건이 일어나게 된 진상을 세상이 다 아는데, 무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것인가? 또 왜 윤 대통령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단 말인가. 냉정하게 말해서 서울경찰청장이나, 용산경찰서장, 용산 소방서장, 용산구청장이 책임자라고 할 수 있겠는 가? 이들이 핼러윈 행사에 참석하라고 독려를 하거나 이 참사가 일어나게 한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말할 수는 없지 않는가? 사고가 날 때마다 책임을 물어 해임을 시킨다면 누가 소신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해임에 앞서 각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지 않는가.

자식을 잃은 슬픔에 통곡 하는 건 이해할 수 있으나, 절규하는 그들의 모습이 순수해보이지를 않는다. 저들에게 이용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유족들이 자칫 정치이슈화 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같은 비슷한 사고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3000여명의 사망자와 최소 6000여 명의 부상자가 속출한 2001년 9월 11일 ‘911’테러사건. 사건 희생자들 가운데 국가를 향해 ‘정부가 안보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희생자가 발생했으니 책임지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집단적으로 슬픔을 터뜨리지도 않았다. 1985년 8월 일본항공 소속 보잉 747 여객기가 추락, 탑승 인원 524명 중 520명이 숨지는 대형사고가 터졌어도, 대지진으로 사상자만 2만 8000여명,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 등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지만 사건의 유가족들은 일본 정부에 그 책임을 묻지도 않았고, 보상도 요구하지 않았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상주시에서 일어난 공연장 압사 사고, 성남시 화제사고, 대구지하철 참사, 천안함 피폭,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장병 유가족 그 누구도 정부나 지자체에 어떠한 책임을 묻거나, 사과를 요구하거나,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사고원인 규명과 책임자처벌, 보상 협상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장례도 치르지 않겠다고 우기는 일이 밥 먹듯 벌어지던 것과는 사뭇 달리 사고 사망자 유족들은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각자 장례를 치렀다. 자연스러운 모습이긴 하지만, 비슷한 다른 사건에 비해 유가족들의 태도가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더 놀랠 정도였다. 지금도 그 때 보여준 유가족과 시민들의 의연함은 비슷한 사고가 날 때마다 회자되고 있다. 천안함 피폭사건도 그랬지만, 세월호 침몰사고는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해상 사고였는데, 좌파세력들은 온갖 괴담을 만들어 정권까지 무너뜨렸다.

정권에 최대한 타격을 주려던 좌파조차도 놀랬을 정도로 허술하게 무너지는 정권을 보면서 선동이야말로 최대의 무기라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마찬가지로 이태원 압사사고는 말 그대로 참사였지만 지금 좌파세력들이 유가족들을 자극해 제2의 세월호 사건으로 만들려고 열을 올리고 있다. 유가족보다 야당이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는 왜 가만있느냐 며 부추기까지 하고 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신호등 앞에 서있다 돌진하는 과속차량에 치어 숨졌다 해도 정부가 책임을 지고 보상해야 한다는 논리다. 우리 사회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의 죽음을 정치의 불모로 삼으려는 정략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양당은 이제 이 장관 해임안 강행에 대한 심판은 여론에 맡기고, 민생 해결을 위한 예산안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 발 고금리에다 민주노총 총파업 등으로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데 내년 성장률이 1%대까지 꺼지면서 경제 환경이 더욱 암울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여야가 해임안을 놓고 싸움만 계속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국민들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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